[뉴스핌=우수연 기자] 우리경제의 저물가에 대한 우려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과 같은 저성장·저물가 시대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우려다. 심지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제기됐다.
10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저인플레이션은 디플레이션(deflation)이라기 보다는 물가 상승 속도가 다소 낮아지는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의 상황으로 보는 것이 맞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위원은 "우리나라의 저물가 현상이 우리 경제의 구조적 변화에 따른 적정 인플레이션 수준 자체가 하락한 것은 아닌지 심도있게 검토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3개월 연속 0%대 상승에 그쳤으며, 한은의 소비자물가 목표치인 전년비 2.5~3.5%를 벗어난 것은 2012년 6월 이후 18개월째다.
과연 우리나라의 저물가 기조가 물가상승률의 장기간 침체를 나타내는 디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든 것인지, 아니면 물가 상승의 속도가 둔화되는 디스인플레이션에 해당하는지는 이번 금통위에서도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 한은 "韓 저물가, 유로존·일본과 달라"
한은을 포함한 전문가들은 한국의 저물가는 공급 측면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일본이나 유로존과 같은 수요에 따른 디플레이션과는 전혀 다른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한은의 물가에 대한 시각을 고려할 때, 금통위에서 디플레이션을 방어하는 목적으로 기준금리를 움직일 가능성은 매우 작아 보인다.
한은 물가분석팀 박세령 팀장은 "한은이 내년 물가를 2.5% 수준으로 전망했고, 내년 하반기에는 2.8~2.9%까지도 내다보고 있다"며 "우리나라 물가의 상승 둔화는 농수산물이나 원유 가격 등 공급적인 요인에 의한 것으로, 경기 침체 등으로 야기되는 디플레이션과는 완전히 다른 얘기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여름철 태풍 피해가 없어 농산물의 작황이 좋아짐에따라 농산물 가격이 하락했으며, 전세계적으로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도 안정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같은 공급적인 측면에서의 물가 상승 압력이 없었기 때문에 올해는 특히 물가가 더욱 낮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농산물 및 석유류 가격을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율은 올해 11월 전년비 1.8%을 기록했으며, 이런 무상보육의 효과와 공급 측면의 물가 하락을 제거하면 실제적인 물가상승률은 2%를 넘는다는 설명이다.
우리투자증권 유익선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물가 상승률은 무상보육 효과로 0.4% 정도 낮아지는 등 약간의 노이즈가 있었다고 본다"며 "실제로 보면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입 부담이 낮아진 가격 안정 기조의 영향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물가상승률이 올해보다는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올해 물가 지수가 낮은 수준을 기록함에 따라 내년 상승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저효과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 연구원은 "올해 물가의 경우에도 베이스(기준)의 영향에 따른 기저 영향보다는 특히 농작물, 원자재 가격 안정의 영향이 더욱 컸다고 본다"며 "기저효과가 첫번째 요인은 아니었고 후순위 요인 정도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한은 박 팀장도 "물가도 장기적으로 볼때 평균적으로 가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계속 낮은 수준으로 유지해왔으니 다시 올라올 것이라는 기대는 있지만, 기저효과라는 것이 전월대비로는 의미가 있을지는 몰라도 전체적인 흐름에서는 크게 작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韓경제, 일본형 디플레이션 오나
반면,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도 일본형 디플레이션의 전조를 나타내고 있으며 물가 상승률의 장기간 침체가 올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LG경제연구소 강중구 책임연구원은 "우리 사회는 그간 디플레를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고물가(인플레이션)만을 경계하는 경향이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일본은 90년대말 이후 장기적인 디플레이션을 경험한 '잃어버린 20년'동안 디플레이션의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일본 정부는 일본 경제가 장기적인 저물가 국면에 진입하던 시기에 오히려 인플레에 대한 걱정으로 물가 하락을 반기는 분위기였다.
만성화된 저성장과 저물가, 고령화와 건설 부진 등에 기인한 내수 활력 저하, 장기간의 엔화 강세로 인한 수출 부진 등 디플레이션의 전조를 읽지 못했던 것이다.
한편, 강 연구원은 우리나라도 이같은 디플레이션 초기 증상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성장률은 지난 2011년 1분기에 전기비 1.3% 성장을 기록한 이후 8분기째 연속 0%대 성장을 기록했다. 올해 2분기에 들어서 겨우 1%대 성장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나마 1%대 성장의 원천도 내수 활성화에 의한 경기 회복이 아니라 수출 주도형 성장을 나타내고 있어서 내수 부진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원화 강세도 지난 6월 미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의 가능성을 언급했던 이른바 '버냉키 쇼크' 이후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1135.21원에 해당하던 6월중 평균 원/달러 환율은 11월 기준으로는 평균 1062.82원으로 5개월만에 72.39원 가량 떨어졌다.
실제로 금통위를 앞둔 지난 9일, 원/달러 환율은 1053원까지 하락하며 연저점을 돌파하기도 했다.
강 연구원은 "이러한 일본의 디플레이션 직전의 모습들이 우리에게서도 나타나고 있으며, 통화정책의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물가 범위의 하한도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