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창균 기자] '지금은 남의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일제강점기에 국권 상실의 울분과 저항 그리고 비애가 전편에 깔려 있는 저항시인 이상화 선생의 글이다. 그만큼 한번 주권을 상실하면 그 고통은 대대손손 이어지게 마련이다. 다행스럽게 광복의 순간을 얻었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상처는 크다.
지금 세상에서 무력으로 남의 나라를 침략해 식민지화 시키는 일은 불가능하다. 다만 가능한 곳도 있다. 바로 사이버세상이다. 인터넷시대가 도래한 뒤 각국가는 정보주권을 손에 쥐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 싸움에 밀리면 우리나라는 영원히 정보주권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나오고 있다.

◆ 정보주권 싸움 '가시화'
이 때문일까. 각 국가의 정보주권을 사수하기 위한 움직임이 발빠르다.
최근 미국국가안전보장국(NSA)에 의한 무차별적 도감청이 문제시된 뒤 자국 검색엔진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모양새다.
브라질 정보는 미국의 해킹을 막기 위해 자체이메일 시스템 개발에 착수하는 한편 구글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 외국계 IT 기업들이 자국 내에서 얻은 정보를 외국으로 유출하지 못하도록 데이터센터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이 법안이 도입되면 IT 기업들은 브라질에서 얻은 정보를 저장하는 데이터센터를 브라질 안에 구축해야 한다.
브라질과 달리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무방비 상태에서 정보주권이 넘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구글에 맞서 자국검색엔진이 수성하고 있는 나라는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중국 러시아 체코가 유일했으나 지난해 체코의 세즈남 마저 구글에 넘어갔다.
우리나라 네이버와 유사하게 자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62.53%에 달했던 체코의 '세즈남'은 6년만에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구글에 내주었다. 세즈남은 체코 원어로 된 정보를 찾을 때는 구글 검색에 비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했으나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그나마 자국 검색 시장에서 2위를 지키고 있는 세즈남과 달리 프랑스와 독일등 다른 유럽국가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 2005년 자크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 주도로 독일과 함께 유럽형 검색 엔진 개발 프로젝트 '콰에로(Quaero)'를 추진했다. 여기에는 프랑스 톰슨과 독일 지멘스 등 민간기업들이 참가하고 8년간 2억5000만 유로(한화 약 3647억원)가 투입될 예정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기존 검색 시장에서 구글이 유럽 시장을 잠식할 것을 우려해 온라인 검색이 가진 문화적 가치를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결국 콰에로 프로젝트는 참여국들 간에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2년이 채 안 된 시점에서 실패로 돌아갔다.
비슷한 시기 독일과 일본등은 각각 '테세우스', '정보대항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검색 엔진 개발에 공을 들였다. 독일은 자체 검색 엔진 테세우스 개발에 집중했으나 마찬가지로 이들 모두 구글, 야후재팬(일본)에게 자국 검색 시장 1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문화 종주국이라는 자존심이 강한 유럽 입장에서 영어권 검색엔진은 자신들의 문화와 생활 그 자체를 다른 나라에 맡기게 된 셈이다. 이와 관련 당시 콰에로 프로젝트를 두고 유럽일부에서는 '문화영토 회복운동', '21세기 판 문화전쟁'에 비유하기도 했다. 결국 검색엔진 경쟁에서 진 유럽은 주도권을 미국 기업에게 내주고 말았다.
자국 검색 엔진을 지켜낸 곳은 이제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러시아 3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중 중국 '바이두'는 5억명에 달하는 인터넷 인구 중 75% 이상의 사용자들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인터넷워치가 지난 8월 조사한 중국 검색시장 점유율은 바이두가 63.16%로 1위를 차지했으며, 360이 18.23%로 2위를 차지했다. 구글(2.88%) 빙(0.57%) 야후(0.48%) 등 해외 엔진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었다.
물론 중국 정부가 2009년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반정부 시위에 활용된다며 차단했다는 점은 글로벌 스탠다드와는 동떨어진 일이다. 그러나 미국 역시 자국 정보를 보호 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해외기업에 제재를 가한 사례가 있다. 2010년 AOL은 자사가 보유하고 있던 ICQ를 러시아 기업 DST에 매각하기로 발표했으나 미국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는 '엑슨-플로리오법'에 따라 관련 서버를 러시아로 이전할 것을 우려해 매각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 정보주권 "남의 일 아니다"
자국 검색엔진이 중요한 것은 그 나라에서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고 있는 정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를 쌓을 수 없게 된다는 점 때문이다. 즉 데이터의 손실은 해당 나라 고유의 언어적 특성을 반영해 필요한 정보를 보다 빠르고 손쉽게 찾아내는 것을 어렵게 한다.
하지만 최근 돌아가는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 안전지대는 아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외산 브랜드의 국내 시장 공략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미국 NSA가 대한민국을 주요 정보수집 대상국으로 지정해 무차별적으로 정보를 수집한 정황마저 포착됐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의 경우 인터넷 서비스의 주요 소비층인 20대의 글로벌 기업 서비스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정보주권을 넘어가는 건 시간 문제일 뿐이다.
코리안클릭의 2012년 1월과 2013년 9월 모바일앱 이용 월간 트래픽을 비교해보면 20대들의 글로벌 기업의 앱 이용이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페이스북의 경우 2012년 1월에 비해 2013년 9월에 20대 순이용자가 98% 늘었다. 절대적인 이용자수치가 늘어나면서 전체 20대 모바일순이용자 중 페이스북 활용 비중도 2012년 1월 54%에서 66%로 늘어났다. 이에 힘입어 9월 모바일앱 전체 설치순위에서 페이스북은 34위에 위치하고 있으나, 20대의 경우에는 16위를 차지하고 있다.
검색앱인 구글서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구글서치의 경우에는 2012년 1월 20대 모바일 이용자 중 27%만이 구글서치앱을 활용했지만 2013년 9월에는 67%에 달하는 이용자가 구글서치앱을 활용하고 있다.
유튜브의 경우에도 2012년 1월과 대비해 2013년 9월에 20대 이용자수 역시 크게 증가했다. 20대의 경우 2012년 1월에는 20대 전체 이용자 중 37%만이 유튜브앱을 활용했으나 지난 9월에는 20대 모바일 이용자 중 74%에 달하는 이용자가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나라는 위기의식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나마 지금까지 네이버와 다음등 국내 토종포털들이 버팀목 역할을 했으나 앞으로 얼마나 더 견뎌낼지는 미지수다.
네이버가 지식인(iN)과 블로그 등의 서비스를 만든 것도 한글DB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였다.네이버 사전에 두산대백과 민족대백과 등과 같은 백과사전 DB를 반영한 것도 이러한 노력의 하나였다.
하지만 민간기업의 노력으로 정보주권을 수호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의 정부정책 기조가 토종포털은 옥죄는 반면 구글등 외국기업에게는 관대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토종 인터넷은 말라죽고 바깥 기업만 배 불린다는 우려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며 "사이버 상의 정보주권도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정부가 지금의 현실을 직시하고 토종포털 지원책을 비롯해 힘을 낼 수 있는 환경조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
[뉴스핌 Newspim] 양창균 기자 (yangc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