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는 26일 자 최신호 특집기사 <The Koreas>를 통해 오늘의 남북한의 현실과 모순 진단하고, 한국의 근로세대들이 외면하고 싶지만 결국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 북한이라는 '짐'까지 짊어져야 하지만, 이미 너무 과도한 경쟁에 직면한 젊은 세대의 부담을 경감할 '감압 치료' 처방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와 사회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하며, 이를 위해 고용시장과 서비스시장을 개방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철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의 갈수록 젊어지는 근로세대들은 노부모 부양과 자식세대의 교육비용 부담에 허덕이면서 통일될 경우 그 비용 부담까지 져야하는 '삼중의 부담'에 눌려 쓰러지기 직전이라는 것이 잡지의 진단.
한국은 비약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노령화되는 인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조기퇴직으로 몰고 있고, 젊은 세대는 대학진학과 취업이란 어려운 관문은 통과하는 과정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사용하고 있으며, 여성들은 출산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한국의 젊은 세대들은 갈수록 북한을 무시하고 싶어하지만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와중에 한국의 '가족들'은 정부와 은행 그리고 재벌에 집중된 '좋은 직장'으로 가는 길을 차지하려고 교육이라는 무기로 내전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지만 이는 합리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와중에 한반도는 군사적 대치 상황에 놓여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 위원장이 핵무기와 관련한 자신의 야망을 실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남북 간에는 군사적으로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실정이라는 점을 환기했다. 햇볕정책에서 강경노선으로 전환한 뒤 박근혜 정부는 다시 '신뢰프로세스'를 내세우고 있지만 남북의 불신의 골은 여전하다.
◆ 노령층 취업과 여성의 사회진출 문제 풀어야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사회가 노령화 추세와 여성의 사회지출의 어려움을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고령층 인구의 활용과 여성에 대한 지원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길게 보면 한국의 노동연령 인구가 감소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한국 사회에서는 노년층에 대한 취업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한국 여성들의 사회 진출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로 출산과 육아 부담을 꼽았다. 출산으로 인한 직장에서의 경력 단절과 육아에 따른 부담이 남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고 전했다.
물론 북한 여성들의 삶은 남한보다 더욱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여전히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이 많지 않지만 현재 남한에서 살고 있는 탈북자 2만 5600명 중 70% 가량이 여성이다. 1965년경에 북한 노동력의 55% 가량이 여성이었는데, 이는 한국전쟁으로 인해 남성들의 상당 수가 죽었기 때문이다.

◆ '교육' 무기로 벌이는 전쟁, 고용시장 변화가 해법

잡지는 한국의 젊은이들은 이러한 '간판'을 따기 위해 18세에는 대학 입학시험, 25세에는 취업 시험이라는 이중 관문을 통과해야만 한다면서, 특히 한국 청소년들은 수학과 과학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높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이는 학문적 성취가 아닌 보다 좋은 '간판'을 얻기 위한 과정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취직 시기인 25세 이후 재능이 만개한다면 이는 너무 늦어 쓸모가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나마도 한국에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수의 대기업에 들어가길 희망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들은 일류대학 출신을 선호하고 있어 이는 교육을 더욱 변질시키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같은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학교가 아닌 경제, 특히 고용시장을 바꿔야 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조언했다. 일단 한번 고용되고 나면 높은 임금으로 정년까지 보장되는 정규직과 저임금의 비정규직 구분을 철폐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만 이러한 삐뚤어진 교육열이 사라질 것이란 관측이다.
◆ 재벌이 지배하는 사회도 변해야
한국은 재벌기업들의 소비자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사회로 분석된다. 자동차의 경우 세 대 중 한대가 현대 또는 기아차이며, 롯데그룹은 식품, 마트, 영화, 신용카드, 심지어 놀이공원까지 진출하고 있어 이들의 경쟁상대로 살아남기는 매우 힘들다는 것.
잡지는 특히 '족벌경영'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과도한 시장영향력'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에게는 높은 비용을 요구하고 공급업체들에게는 공급단가를 낮출 뿐 아니라 경쟁 기업들은 그들의 기업가치보다 낮은 가격으로 인수할 수 있는 것이 지배력에서 나오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재벌들의 부는 늘어나는 대신 이들이 책임져야할 고용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1995년에서 2010년 사이 재벌들의 생산은 연평균 7%씩 증가했지만 고용은 매년 2%씩 줄었다. 대부분은 고용창출은 서비스 분야에서 이뤄지지만 재벌들은 이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서비스분야 노동생산력은 제조업 노동생산력의 절반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이코노미스트는 창의, 혁신을 가로막는 재벌들의 행태를 끊지 못한 점도 언급하고 있다. 한 회사가 새 기술을 내놓으면 재벌은 이를 싼값에 인수해버리고, 인수를 거절하면 관련 분야에서 사업을 할 수 없도록 위협하곤 한다는 것이다.
남한이 더 창조적인 경제로 나가는데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라는게 이코노미스트의 지적이다. 창의성을 위해서는 실험이 필요하고 여기에 실패는 자연히 수반되는 것인데 남한사회는 이러한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경쟁이 능사 아니다, 개방하고 차별풀어야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이나 탈북자들이 보기에 한국 사회가 너무 치열한 경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렇게 경쟁 심한 이유는 직업 선택에 따른 격차가 크기 때문인데, 대기업 직장과 불안정한 계약직과의 차이가 크며, 개인의 노력여하에 따라 성공할 수 있다는 분위기도 한몫기도 했다는 것이다. 비교하기 힘들지만, 북한의 경우 역시 계층이 다양화됐지만 상위 계층으로 올라갈 여지가 없다는 문제가 지적된다.
인구 절반이 서울에 생활하며 경쟁을 벌일 정도로 성공여지가 너무 좁게 분포된 점이나 일본의 3분의 2, 미국의 38% 밖에 안 되는 직업의 수와 같은 좁은 구조 역시 문제로 지목했다.
더구나 한국인들은 성공에 대한 단일한 정의를 공유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모두가 같은 단계를 밟고 같은 보상에 힘을 얻고 같은 종류의 실패를 두려워한다고 분석한다. 이에 대해 한 언론인은 한국 사람들이 "뱀의 머리가 되기 보단 용의 꼬리가 되길 원한다"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성공이 가장 중요해진 상황에서 한국 가정은 재정적으로 풍족해지기 전까지 자녀계획을 미루기도 하며, 이런 결과로 한국은 행복한 보통사람도, 반체제적 저항자도, 중퇴자도, 특이한 인물들이 없는 사회가 됐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꼬집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삶이 좋은 삶인지 다시 고민하는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은 권위나 명성보다는 개인 만족 우선인 직업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대학교가 필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고졸자들이 늘고 있으며 가정에서도 자녀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는 사람 주는 추세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잡지는 한국이 반세기 만에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고용시장을 개방해 기업이 더 많은 일자리를 늘리도록 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분을 철폐하며 외국계를 포함한 더 많은 기업이 재벌이 장악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한편, 서비스산업의 경우 재벌이 영향력과 효율성을 더 발휘할 수 있게 개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우동환 김동호 주명호 기자 (herra7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