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경제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경제도 바닥을 치고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정책당국자들의 발언과 지표들이 잇따르고 있다. 반면 엔저와 가계부채, 부동산경기 침체 등 안팎의 잠재리스크와 지표들을 볼 때 아직 본격적인 성장기로 접어들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박근혜정부는 추경 등 재정을 중심으로 경제성장률을 잠재성장률 수준인 4%대로 끌어올리겠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뉴스핌은 재정과 금융, 산업, 부동산 등의 다양한 지표를 통해 한국경제가 당면한 현실과 과제를 살펴보고 성장률 제고를 위한 전문가들의 제언을 듣는 기획을 마련했다.[편집자주]

▲ 정대영 연구소장 : 대체로 상저하고의 흐름이 이어지겠으나 하반기 회복속도가 미미해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체감경기 변화는 거의 없을 것이다.
세계경기의 큰 위험요인은 유럽재정위기 중국경제 경착륙 등의 큰 충격보다는 수요부족에 따른 저성장기조의 장기화다. 이에 따라 한정된 수요를 놓고 다투는 과정에서 보호주의와 경쟁적 평가절하가 나타나 또다른 수요 감축을 초래할 수 있다.
한국경제도 세계경제의 영향을 바로 받아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이고 여기에다 새로운 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각 경제 주체들의 불만과 갈등이 현재화될 것이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4월과 8월 두 번의 부동산 경부양책 이외는 이렇다 할 경제정책이 없었다.
양극화, 괜찮은 일자리부족, 노동시장 불균형, 금융산업의 낙후성 등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과 정책이 아직 안 보인다.
▲ 김영준 연구위원 : 내년 1분기까지는 기준금리 인하와 추경의 효과로 전기대비 1% 내외의 성장이 예상되나, 2분기부터는 내수부진 고착화와 수출의 경기견인력 약화로 0%대 성장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대외 리스크로는 미 출구전략 본격시행으로 인한 글로벌 유동성의 변화, 대내 리스크로는 정책 불확실성(경제민주화 Vs. 투자활성화)을 주목하고 있다.
▲ 김창배 연구위원 : 아직까지는 예상경로대로 가고 있는 것이 맞다. 올해 3분기 수출과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3분기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다만 2분기가 워낙 좋게 나와서 3분기도 잘 해봐야 2분기 수준이 아닐까 싶다. 이 이후에도 전기 대비 1%를 훌쩍 넘는 높은 성장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올해 상저하고를 봤지만 ‘고’가 높지 않다고 봤었고 실제도 그럴 것이다.
대외여건은 개선되고 있다, 유럽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섰고 미국도 좋아지고 있다. 중국도 예상보다 반등을 하는 모습이다. 단 지금 말한 이 세 가지가 불안하다. 중국도 잠재리스크가 있고 유럽도 재정위기를 탈출하려면 지켜봐야 한다.
또한 신흥국 위기를 꼽을 수 있다. 테이퍼링이 우리경제에 큰 영향을 안 줄 것이라 보지만 어떤 파장이 일지 지켜봐야 한다. 1단계, 2단계 가면 달라질 수 있다. 우리는 신흥국 수출 비중도 늘려왔다. 신흥국 위기가 전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 우리도 안 좋을 수 있다.
대내적인 측면에서는 구조적인 변화가 있다. 국내 민간소비를 보면, 가계부채가 많이 증가했다. 그래서 가계부채를 늘리면서 소비를 확대할 상황이 아니다. 가계의 디레버리징이 설마설마 했는데 이것이 나타나면서 소비를 줄일 수 있다. 경기가 좋아져도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정부의 재정여력도 무한정이기 아니기 때문에 소비가 위축된다면 (우리경제에) 큰 변화가 올 수 있다.
- 국민의 처분가능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2008년 말 125.2%에서 지난해 말 136.3%로 5년 만에 11.1%p나 높아졌다. 가계부채 문제가 향후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반면, 크게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점에서 규제완화 등을 통해 가계의 레버리징을 완만하게 이끌어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정 소장 :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는 오래전부터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나 터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평가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규모가 과다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다만 미국의 모기지 대출과 달리 한국의 주택담보대출은 소구권이 있어 차입자가 갚지 못하는 경우 주택이외의 다른 자산이나 급여까지 압류가 가능해 차입자들이 최후까지 버티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 하우스푸어들이 조금씩 말라가고 있는 상태로 볼 수 있고 문제가 표면화됐을 때는 거의 손을 쓸 수 없을 듯싶다.
▲ 김영준 위원 : 가계부채 문제는 상당기간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그러나 가계부채 우려로 금융완화 등에 소극적으로 나설 경우 소득부문의 부진이 심화되는 딜레마도 있다.
미국과 유럽 등 리먼사태 이후 적극적인 레버리징에 나선 지역의 성장이 개선되는 반면 리먼사태 이후 부채비율이 높아진 아시아 신흥국의 위기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단기적인 성장둔화를 무릅쓰고라도 레버리징을 통해 중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 김창배 위원 : 가계부채 연착륙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쉽지 않다. 질문한대로 가계부채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부채를 지고 있는 계층이 금융자산 등을 가진 쪽이다. 자산이 있고 소득이 있어서 안전하다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악성부채는 저소득 취약계층에 분포하고 있다. 위험하지 않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중산층이라도 할지라도 부동산 자산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금융위기 및 경제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
- 부동산시장이 5년째 침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거래도 미미한 상황이다. 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여전히 아파트 가격이 소득 수준에 비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바른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제안한다면.
▲ 정 소장 : 얼마 전 KB경영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집값이 뉴욕의 집값보다 비싼 것으로 나왔다. 미국과 한국의 소득수준 차이, 뉴욕이 세계 경제·금융 중심지인 점 등을 생각할 때 서울의 집값에는 아직도 거품이 아주 많은 것으로 봐야한다.
집값의 상승은 기본적으로 무주택자의 부와 소득을 유주택자에게 이전시키고 집값의 하락은 반대의 효과가 나타난다. 따라서 정부가 지금과 같이 일방적으로 집을 가진 사람들의 편에 서서 집값을 올리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세입자 보호 정책을 강화하면서 고통스럽더라도 집값의 거품은 계속 빼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경제의 경쟁력 강화, 양극화 해소, 결혼 불능 및 저출산 문제 등의 해결이 더 어려워질 것이다.
▲ 김영준 위원 : 부동산 정책은 민간소비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DTI, LTV 규제 등으로 우리나라의 부동산 부실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향후 규제를 완화해서 투자심리를 되살리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 김창배 위원 : 부동산에 관해서는, 정부가 개입을 안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본다. 그동안 정부가 지속적으로 개입을 해 왔다. 하지만 부동산 버블과 가격 왜곡이 잔존하고 있고 현재는 부동산 시장이 조정되는 (정상화) 과정이라고 본다. 전월세 가격이 오르고 부동산 내리는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 그런 과정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비율을 정확히 제안하기는 어렵지만, 전월세가가 일정 부분 올라갈 때까지 현재 부동산 상황이 지속되리라고 본다.
- 기업들의 국내투자가 부진한 상황이다. 이에 기업의 자금상황이 굉장히 양호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기업의 국내투자를 확대시킬 수 있는 유인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만약 우리나라의 투자수요가 한계에 도달했다고 본다면 장기적인 시각에서 볼 때 어떤 해결책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 정 소장 : 국민소득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 등을 볼 때 한국의 투자는, 건설투자는 과잉상태이고, 설비투자는 큰 문제가 없는 상태로 보인다. 오히려 투자보다 소비가 부족한 상태다. 또 소비부족은 내수용 투자 부진으로 이어져 체감경기를 악화시키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중하위 계층의 소비를 늘려 이것이 투자확대로 이어지게 하고 장기적으로는 부품소재산업의 지원 육성을 통해 생산적인 투자가 더 늘어날 수 있는 경제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 김영준 위원 : 98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기업은 소극적 투자행태를 보이고 있으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내투자보다 해외투자를 선호하는 상황이다. 소극적 투자행태는 국내경제가 저성장 국가가 됐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해외투자에 나서는 기업을 국내투자로 이끌 수 있는 유인책이 필요하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국내투자에 대한 메리트 제공과 적극적인 유치활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
▲ 김창배 위원 : 기업이 자금여유가 상당하다고 평가하는데, 금액을 갖고만 그렇게 말 할 수 없다. 그런 지적의 근저에는 기업에게 투자 왜 안 하는가라는 지적이 있는데 좀 더 들여다 봐야 한다.
물론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고 리스크도 크다. 높은 투자수익을 올릴 곳이 예전만큼 없으므로 기업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규제완화는 못하더라도 규제강화로 간다면 기업의 입장에선 아무래도 부담일 것이다. 경제민주화 분위기가 그렇다.
기업의 투자가 부진한 제일 큰 이유는 물론 경기적 요인이겠지만 규제강화가 설상가상 기업의 투자를 제한할 수 있으므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
- 우리경제의 잠재성장률이 꾸준하게 하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현 정부가 임기 내에 추진해야 할 정책을 두 가지 정도 제안한다면.
▲ 정 소장 : 첫째, 직업간 보상수준의 과도한 격차를 축소하는 것이다. 한국은 전문직 교수 공무원, 공기업 직원 등은 경제능력에 비해 과도한 보상을 받고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하는 일에 비해 너무 낮은 보상을 받는다. 이것이 고용률을 낮추고 잠재성장률을 낮추는 큰 요인이다.
둘째, 박근혜정부가 구호로 내세우고 있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제대로 하는 것이다. 한국의 합법적 탈법적 지하경제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먼저 가장 큰 지하경제인 임대소득세에 대한 과세를 확대해 나가고 다음으로 소득세제를 포괄주의로 전환하는 것이다. 소득세 포괄주의는 금융실명제와 같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글로벌 스탠다드다.
▲ 김영준 위원 : 잠재성장률 하락은 크게 보면 1) 빠른 고령화로 노동인구가 줄고 있고 2) 투자부진으로 성장 잠재력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로 고용률을 높이고 국내투자 유인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 김창배 위원 : 정부는 창조경제를 통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다만, 잘 돼야 한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정부가 주도해서 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정부는, 창조경제를 정부가 주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아 보인다. 이러면 창조경제는 실패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어떻게 하면 정부보다는 민간 부분이 창의성을 계발하고 정부가 이를 도와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