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핌=강필성 기자] 폭스바겐의 중형 세단 파사트는 수입차 시장에서 핫이슈로 거론되는 차는 분명 아니다. 이미 7세대 신형이 출시된 이후 1년이 지났고 그 사이 경쟁사에서도 다양한 중형차를 내놨기 때문이다.
때문에 파사트의 판매량을 처음 듣게 되면 깜짝 놀라게 된다. 파사트는 지난해 8월 출시 이후 한번도 수입차 판매 탑10 순위에서 내려온 적이 없는 폭스바겐의 대표 중형 세단 모델로 올해에만 2560대(1~7월 누적 기준)가 팔려나갔다. 대표적인 인기 모델은 2020대가 팔려나간 디젤 모델 파사트 2.0 TDI다.
폭스바겐 파사트가 이처럼 조용하게 중형 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파사트 2.0 TDI를 직접 시승해봤다.
사실 파사트의 첫인상은 그다지 튀지 않고 차분한 느낌을 준다. 쿠페형 디자인이 대세로 자리 잡은 요즘이지만 파사트는 전체적으로 수평의 느낌을 강조한 디자인으로 그야말로 중형 세단의 모범답안 같은 모습이다.
내부도 비교적 심플하다. 고급스럽기보다는 실용적으로 구성된 느낌이다. 오히려 심심하게 느낄 정도. 국내 판매되는 미국형 파사트는 유렵형 파사트와 크기와 옵션 실내 디자인 등에서 소폭 차이를 보이는데, 미국형은 일부 옵션을 빼고 차체를 더 늘린 것이 특징이다.
특히 트렁크의 넓직함은 인상적이다. 파사트의 트렁크는 529리터로 폭스바겐 전 모델을 통틀어 가장 크다. 골프백 3개가 들어가고 남을 정도. 여기에 뒷좌석까지 접으면 어지간한 SUV는 엄두도 못 낼 공간이 만들어진다.

실내공간도 넓고 안락하다. 이번 6세대 파사트는 이전 모델에 비해 휠베이스가 94㎜ 늘어났다. 레그룸도 75㎜ 늘어 동급 최고 수준의 공간을 확보했다.
하지만 비교적 얌전한 모습은 디자인 뿐이었다. 파사트 2.0 TDI는 최고 출력 140마력에 불과하지만 최대 토크는 32.6㎏·m 달한다. 시동을 걸고 엑셀을 밟는 순간 디젤 특유의 강한 토크를 느낄 수 있다. 오르막길을 오를 때나, 신호 대기 후 첫 출발을 할 때, 단숨에 주변의 다른 차들을 앞지른다.
디젤엔진의 이 강렬한 토크가 익숙해진다면 가솔린 엔진에서는 적잖은 심심함을 느낄 것만 같다.
특히 디젤엔진 특유의 소음과 떨림은 의외로 차 내부에 들리지 않는다. 창문을 열고엔진소리를 듣고야 ‘디젤 엔진이구나’하고 깨달을 정도다.
고속도로에 진입해 중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를 달려봤다.
시속 100km의 고속 주행에서도 풍절음은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기어를 S모드에 넣자 엔진 RPM이 상승하며 보다 스포티한 주행을 가능하게 된다. 물론 성능 자체만으로는 스포츠카에 비하긴 힘들다. 하지만 패밀리카로서의 용도를 생각한다면 답답함 없이 쾌적한 주행이 가능하다.
시속 100km가 넘어가면서 타이어와 노면의 소음이 부쩍 커진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고속도로의 그루빙(Grooving·접지력 향상을 위해 고속도로에 홈을 파놓은 구간) 지점을 지날 때면 그 소리에 깜짝 놀랄 정도다.
휴가철 정체구간이 제법 길었지만 큰 피로는 느끼지 않았다. 이전 모델과 달리 운전석과 보조석 시트에 허리 지지대를 내장해 자세에 따라 적절하게 허리 받침을 조절할 수 있게 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를 느낀 것은 바로 연비다. 공인연비는 14.6km/l(도심12.6km/l, 고속17.9km/l)지만 운전 습관에 따라 적잖은 차이를 보일 것 같다. 직접 고속도로 주행을 했을 때는 약 15km/l이 나왔지만 기네스북에 오른 파사트 2.0TDI의 최대 연비는 33.1km/l에 달한다.
이와 더불어 파사트의 가장 구매포인트는 가격 경쟁력으로 보인다. BMW, 아우디 등 동급 중형차는 5000만~6000만원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파사트는 가격은 3800만원~4100만원에 불과하다. 국산차에서는 준대형에 속하는 그랜저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가격이다. 그랜저와 크기 차이는 고작 40mm에 불과하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