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삼성의 주요 계열사들이 잇따라 회사채 시장에 등장하면서 재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에버랜드의 회사채 발행 소식마저 들려온다. 재무운영의 원칙이던 '무차입' 경영은 사실상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종료된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삼성 주요 계열사들이 회사채 발행시장을 적극적으로 두드리는 이유를 신규 자금이 필요한 투자처 수요가 커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신사업과 신시장 개척 요구는 강력하지만 삼성전자의 글로벌 행진 만큼 눈에 띄는 주요 계열사의 행보를 찾아보기는 힘든게 현실이다. 당연히 신규 사업 추진과 기존 시설 확충 등에 공격적인 투자행보와 그에 따른 자금조달이 필요한 셈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투자의 파이를 키워야 하는 삼성으로서는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비용 부담이 줄어든데다 대부분의 계열사 신용등급이 AA급 이상으로 2% 중반의 초저금리로 안정적인 자금조달이 가능하다는 점은 재무운영 전반의 변화를 가져갈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재계와 투자은행(IB) 업계 일각에는 삼성전자 역시 국내 회사채 시장에 다시 명함을 내밀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외환위기 이후 국내 발행시장과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풍부한 현금흐름을 보이는데다 해외시장 자금조달도 현지법인을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당분간 차입 경영과의 거리감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높다.
27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 주요 계열사들은 올해들어 지속적으로 회사채 발행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지난 2월 호텔신라는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5년물로 발행했다. 이어 삼성토탈도 2000억원 3·5년물 발행에 성공했다.
호텔신라와 삼성토탈이 올해 회사채 발행 물꼬를 트자 삼성물산이 그 뒤를 이었다. 3000억원어치의 회사채 발행에 나선 것이다.
삼성물산은 최악의 건설경기라는 악재 속에서도 '수요예측 1조원 돌파'라는 흥행성으로 발행시장의 이목을 한몸에 받았다.
다음달 초에는 삼성정밀화학이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나설 계획이다. 5년물로, 대표주관사에는 신한금융투자를 선정한 상태다. 같은 시기 삼성SDI도 2000억원어치의 회사채 발행을 예정하고 있다.
삼성 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에버랜드도 다음달 회사채 시장을 두드린다. 에버랜드의 회사채 발행은 2004년 700억원어치를 발행한 이후 9년 만이다.
이번 발행 예상은 3·5년물의 총 3000억원 규모로, 벌써부터 시장 투자가들의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처럼 삼성의 주요 계열사 회사채 발행 시도는 벌써 1조4000억원 규모에 도달했다. 올해 삼성카드와 삼성테크윈 등이 일부 계열사들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는 점에서 총 발행 규모는 3조원대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IB업계 관계자는 "삼성 브랜드에 대한 기대감에다 탄탄한 재무구조가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며 흥행코드를 만들고 있다"며 "국내 IB들의 삼성 줄대기 경쟁도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맥락에서 업계 일각은 삼성전자가 언제쯤 회사채 시장에 다시 등장할지 관심을 높인다. 초유량 간판을 통한 흥행보증수표의 등장이 시장 분위기 전반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풍부한 현금흐름을 보이는데다 해외시장 자금조달도 현지법인을 통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당분간 국내 시장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재계의 한 인사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본사가 지급보증하는 형태로 미국법인이 채권발행에 나서기는 했지만 국내시장에서는 굳이 뭉칫돈 조달을 위해 회사채 시장을 기웃거릴 이유가 현재로써는 없다"며 "투자를 희망하는 목소리를 크지만 실제 딜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