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우여곡절 끝에 쌍용건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최종 결정됐다. 채권행사는 3개월 간 유예된다. 한달 가량 실시될 채권단의 정밀실사 결과에 따라 유동성 지원 및 출자전환 등의 구체적인 회생방안이 마련될 예정이다.
다만 채권단 내부는 출자전환 등을 통해 자본잠식이 제로베이스가 되면 손실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재 추진 중인 경영권 매각작업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분위기다.
4일 쌍용건설 채권단은 제1차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열어 쌍용건설의 워크아웃을 개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날 협의회에서는 우리, KB국민, 신한, 하나, KDB산업은행 등 총 40개 채권단 중 34개 기관이 참석해 채권금액(1조3625억원)의 95%(의결권 기준) 찬성으로 워크아웃 개시를 가결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의 쌍용건설 채권행사는 3개월 간 유예된다. 또 채권단은 곧바로 쌍용건설의 자산과 부채 등의 정밀실사를 통해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 평가도 진행한다. 구체적인 회생방안은 이 실사 결과를 토대로 이뤄질 예정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급한 불을 끄자는 데는 의견이 모아졌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있다"며 "당장은 자본잠식을 해소하는 방안이 급하다"고 말했다.
실사 결과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채권단이 우선 공급하게될 유동성은 약 15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만기어음과 운영자금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채권단의 출자전환 규모는 총 부채 1조5910억원 중 무담보채권 3000여억원 수준이 검토되고 있다. 초기에 2000억원 가량이 출자전환되면 자본잠식 해소는 충분한 상황이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자금지원이나 출자전환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 방향성"이라며 "수술대에 올려놓으면 일단 살려놔야 다음 방안도 들여다 볼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전했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쌍용건설의 워크아웃이 길게 가지는 않을 것이란 시선도 나온다. 국내 사업이 문제인 상황에서 채권단이 실사를 통해 회생방안을 마련해주면 해외사업 강점을 바탕으로 조기 경영정상화가 가능하지 않겠냐는 판단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단기적인 문제가 커서 채권단 지원이 초반에 잘 이뤄지면 오래 갈 워크아웃으로는 보지 않는다"며 "유동성이 적시에 공급되고 출자전환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자본잠식 해소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쌍용건설 관계자는 "해외사업 강점을 바탕으로 워크아웃의 조기 졸업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차분하게 워크아웃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채권단 내부의 갈등이 아예 불식된 것은 아니다. 5개 주요 채권은행(여신비중 49.2%)은 금융당국과 머리를 맞대고 큰 틀의 지원 방안 등에 의견을 함께 했지만 중장기 자금이 들어가야 할 경우 손실부담을 두고 언제든 불씨가 살아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한 채권기관의 고위 관계자는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의 지난해 두차례에 걸친 실사자료를 통해서 큰 그림이 그려진 부분이 있지만 생각보다 상황이 더 안좋다는 얘기도 있다"며 "실사에 따라 일부분 입장을 정리해야 될 경우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채권단 내부는 워크아웃이 실패하지 않으려면 경영권 매각작업이 동시에 추진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높다. 자금 투입을 최소화해 손실부담을 줄이면서 채권 회수도 원활하게 가져가려면 매각작업은 필수라고 보는 것이다.
쌍용건설은 그동안 외부자본 유치를 위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해 왔다. 입찰제안서를 냈던 홍콩계 펀드 VVL이 약 2700억원(2억5000만달러)를 제시하면서 채권단의 출자전환과 채무유예 등을 요구한 상태였다. 결과적으로 자본잠식을 해소해주면 투자를 하겠다는 뜻이다.
때문에 이번 워크아웃으로 자본잠식이 해소되면 VVL뿐만 아니라 쌍용건설의 해외사업에 군침을 흘리던 잠재 인수후보들도 추가로 투자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해외시장의 토목과 건설에 새롭게 뛰어들기 위해서는 최소 1조원 이상의 비용부담이 발생하지만 쌍용건설을 3000억원 안팎을 투자해 가져올 수 있다면 상당한 메리트라는 게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개선작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면 현재의 유상증자를 고집할 필요도 없어진다"며 "이럴 경우 매각가치는 크게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쌍용건설은 현재 캠코의 부실채권정리기금 청산에 따라 예금보험공사 및 자회사 케이알앤씨가 12.28%로 대주주에 올라서 있다. 신한은행은 10.32%로 단일 최대주주다. 이외 하나은행 5.66%, 우리은행 4.87%, 산업은행 4.06%, 외환은행 3.12%, 국민은행 2.19%, 기업은행 1.61%, 농협 1.35% 등이다. 주채권은행은 우리은행이 맡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