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부도 위기에 몰린 쌍용건설이 26일 주채권은행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다.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수락하면 무담보채권의 출자전환과 담보채권의 상환유예 조치 등이 이뤄지게 된다. 쌍용건설은 워크아웃을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채권단이 워크아웃 수용 여부에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워크아웃은 채권단의 75%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워크아웃을 수락하는 방향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부채권은행 일부에서는 정밀실사 후 수용 여부를 결정하자며 부정적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다만 채권단은 쌍용건설의 전 대주주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출자전환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주채권은행을 중심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자는 데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캠코는 지난해 10월 쌍용건설의 유동성 위기를 넘기기 위해 700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채권단에서는 이 어음의 회수를 미룬다는 약속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쌍용건설이 이날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채권단 논의도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채권단은 워크아웃을 수락하면 상당 부분의 채무를 유예하고 출자전환을 통해서 일단 자본잠식을 벗어나는데 중점을 두게 된다.
쌍용건설은 오는 28일 만기가 돌아오는 600억원의 대출을 갚지 못하면 부도가 불가피하다. 이중 300억원은 유보현금으로 해결이 가능하지만 B2B대출(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300억원 가량은 현재로서 상환 방법이 없다. 다만 B2B대출의 경우는 오는 3월 둘째주까지는 상환을 미룰 수 있어 채권단이 의견 일치를 보고 워크아웃을 개시할 때까지는 시간벌기가 가능하다.
쌍용건설 입장에서는 그러나 채권단의 워크아웃 개시는 촌각을 다투는 사안이다. 워크아웃이 시작되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3자 배정방식 유상증자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수용 여부가 조속히 결정되지 못하면 최종 부도는 물론 외부자본 유치도 어렵게 된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워크아웃이 조속히 개시되면 부채 상환이 유예돼 회생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과 부채권은행들은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 25일에도 워크아웃 수용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입장차만 확인하고 발길을 돌렸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일단 급한 불은 끄자는 쪽에 무게를 두고 의견 접근을 일부 본 것도 있지만 전 대주주인 캠코가 그동안 쌍용건설 문제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없었던 터라 상당수의 채권기관은 실사 후 지원 여부를 결정하자는 뜻이 강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다른 채권은행 관계자도 "이제와서 갑자기 워크아웃을 결정하라고 하면 무슨 근거를 가지고 판단할 수 있겠느냐"며 "대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강하지만 은행의 손실 분담이 크기 때문에 진통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실 쌍용건설과 채권단 모두에게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는 어찌보면 최악의 선택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쌍용건설의 사업 전반에도 타격이 불가피하고, 채권단도 채권회수가 그만큼 어려워진다. 워크아웃보다 더 큰 손실을 감수하면서 법정관리로 가기에는 양쪽 모두 위험이 큰 셈이다.
더구나 법정관리로 곧바로 들어가면 이제 막 출범한 새 정부에게도 부담이다. 약 19조원에 달하는 해외 프로젝트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고, 1400여개에 달하는 협력사의 생존도 불투명해져 새 정부의 경기 부양정책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 입장에서는 새 정부가 막 출범하는 상황에서 법정관리로 직행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워크아웃을 수락하고 자본잠식을 해소할 수준의 출자전환 등을 통해서 빠른 시간 내 매각을 추진하는 편이 현실적"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맥락에서 채권단은 캠코가 우이동 PF사업장 문제와 관련 유동성 위기를 넘기기 위해 지난해 10월 지원했던 700억원의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출자전환은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캠코가 회수를 늦추는 방향으로 요구키로 했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캠코의 선 지원을 요구하는 은행들의 반발도 있지만 물리적으로 밀어붙여서 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라면서 "회수 가능성이 높은 보증채무를 회수가 어려워지는 것을 뻔히 알면서 출자전환을 결정하면 캠코 경영진에게는 배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다만, 캠코로서는 출자전환의 차선책으로 채권단이 요구하는 이 부분을 쉽게 결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700억원이라는 금액이 자본금(약 8600억원)의 8%에 해당할 만큼 비중이 큰데다, 국민행복기금에도 적잖은 재원을 투입해야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캠코 관계자는 "현재까지의 진행상황을 주주들에게 충실하게 전달하고 공사법이 허락되는 선에서는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는 게 계획"이라면서도 "이미 부실채권정리기금의 청산이 끝났고 대주주 지위도 아니기 때문에 추가적인 지원은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쌍용건설은 1998년 외환위기 여파로 그룹이 해체되고 부실채권정리기금이 투입되면서 워크아웃이 추진돼 2004년 10월에 졸업한 바 있다. 이번 워크아웃 신청은 두번째가 되는 셈이다.
쌍용건설은 부실채권정리기금의 위탁관리자인 캠코가 그동안 대주주 역할을 맡으면서 수차례에 걸쳐 매각작업을 진행했지만 모두 불발된데다, 최근 건설경기 악화와 맞물려 국내 사업장 대부분이 어려움을 겪어 왔다.
전 대주주인 캠코는 지난 22일 부실채권정리기금을 종료하면서 보유지분을 채권단에 넘겼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열어 캠코의 쌍용건설 지분 38.75%를 기금 출연비율에 따라 23개 출연기관에 무상으로 넘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쌍용건설은 예금보험공사가 총 12.28%의 지분율로 대주주 지위를 갖게 됐다. 단일 대주주로는 신한은행(10.28%)이 올라섰고, 하나은행(5.66%), 우리은행(4.87%), 산업은행(4.06%), 외환은행(3.12%) 등도 지분을 넘겨받았다. 주채권은행은 기존대로 우리은행이 맡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