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김연순 기자] 쌍용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 개시가 사실상 결정되면서 전 대주주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채권단이 캠코의 고통분담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어서다.
캠코는 지난해 9월 쌍용건설의 유동성 지원을 위해 매입해준 서울 우이동 PF사업장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700억원 채권을 갖고 있다. 이 ABCP를 쌍용건설의 CP(기업어음)로 교환한 뒤 출자전환이나 원리금 상환유예를 하는 참여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캠코가 이를 받아들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채권단의 기존 출자전환 요구와 별반 다르지 않은데다 오히려 4월 만기도래 시점에서 조속한 회수가 불가피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 채권단, "캠코도 손실부담"..출자전환 or 상환유예
27일 금융감독원과 쌍용건설 채권단 등에 따르면 주요 채권은행인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 5개 은행은 지난 26일 금감원에 모여 쌍용건설의 워크아웃을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김진수 금감원 기업구조개선국장은 이날 브리핑을 갖고 "어제부로 주채권은행이 쌍용건설으로부터 워크아웃 제의 신청을 받아 채권단이 일단 워크아웃을 개시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면서 "다음달 4일 열리는 채권금융기관협의회까지 채권행사를 유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쌍용건설에 대한 워크아웃 개시 여부는 다음달 4일 열리는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채권단 회의에서 75%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5개 은행 여신 비중이 약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워크아웃은 어렵지 않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워크아웃 결정을 위한 합의 과정에서 제시된 전 대주주 캠코의 손실부담 요구는 당분간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김 국장은 "채권은행들은 기존 대주주인 캠코도 어느 정도 정상화 방안에 참여해야 하지 않느냐는 입장"이라며 "그 방법으로는 캠코가 지난해 매입해 갖고 있는 700억원의 ABCP에 대해 쌍용건설이 발행하는 CP랑 교환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캠코가 주채무 테두리로 들어와서 손실부담에 나서라는 뜻이다. 결국 쌍용건설의 경영정상화 방안만큼이나 전 대주주인 캠코의 ABCP 700억원에 대한 처리를 채권단이 민감하게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캠코의 ABCP를 쌍용건설이 발행하는 CP와 교환한 후 출자전환이나 원리금 상환유예를 하는 방안이 제시된 핵심이다.
사실 쌍용건설의 워크아웃이 시작되면 채권단의 손실부담은 만만치 않다. 당장 이달 말 돌아오는 303억원의 전자어음 중 쌍용건설이 부족한 자금을 지원해야 하고 3월 말에 돌아오는 112억원의 어음도 막아야 한다. 또 공사대금 중 필요한 것은 상환을 유예해 줘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채권단은 다음달 4일 워크아웃이 결정되면 해외사업장 등 실사를 토대로 경영정상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 방안에는 당연히 출자전환, 감자, 이자감면 등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 출자전환의 경우 무담보채권에 대해 이뤄지며 그 규모는 3256억원 정도로 파악된다.
그러나 캠코의 ABCP는 이런 채권단의 워크아웃 절차에서 한발 벗어나 있다. 700억원은 쌍용건설의 총 부채 1조5900억원으로 봐도 5%가 넘는 적잖은 비중이지만 쌍용건설의 주채무가 아니라 PF사업장에 대한 보증채무라는 점에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협약에 함께 묶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 캠코, 오히려 상환시점 맞춰 조기 회수 가능성도
채권단이 캠코의 손실부담을 요구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동안 정부와 캠코가 쌍용건설의 관리자로 부실사태에 대한 책임이 있음에도 채권단에만 과도하게 부담을 지우는 것 아니냐는 속내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캠코가 관리책임을 나몰라라 하면 안된다"며 "정상화 방안에 참여하는 것이 맞다"고 의견을 전했다.
하지만 캠코로서는 공사법을 차치하더라도 말 그대로 자산을 담보로 잡고 있는 보증채권을 회수가 어려워지는 일반채권으로 바꾸라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담보를 떼는 순간 캠코로 봐서는 배임행위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자전환과 비슷한 맥락에서 차선책으로 원리금 상환유예에 나서는 것 역시 결정이 쉽지 않다. ABCP 매입에 투입된 700억원은 캠코의 자본금 약 8600억원에 견줘 그 규모가 상당한 수준이다. 부실징후기업 지원을 위해 편성하는 연간 1000억원의 예산에서 700억원을 빼내 ABCP를 매입한 것이라 자칫 장기간 회수가 묶이면 또다른 부실기업 지원에 우려가 생길 수도 있다.
더구나 새 정부가 업무를 시작한 마당에 국민행복기금 출범은 시급한 현안이다. 아직 정부 차원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는 않고 있지만 신임 금융위원장이 임명되면 국민행복기금 출범은 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캠코가 국민행복기금 운영주체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만큼 기금의 시드머니를 위해 출연금 마련은 대비가 필요한 부분. 4월 15일 ABCP 만기에 맞춰 700억원에 대한 조속한 회수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단이 캠코에 집착하기 보다는 쌍용건설의 채무조정과 경영정상화 방안 마련에 집중해서 위기를 넘기고 빠른 시간 내 매각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중요하다"며 "당국이 채권단과 머리를 맞대고 있어 캠코의 입장변화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채권단과 캠코가 논의를 진행해도 기존 입장에 크게 변화가 있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