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오랜 경기침체 속에서 그리스 사회 곳곳이 골병들고 있다.
복지 포퓰리즘이 국가 재정을 파탄내면서 경제 위기가 시작됐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우여곡절 끝에 재정지출을 대대적으로 줄이기로 했지만 이는 중장기적인 해법. 당장 맞닥뜨리고 있는 건 갑작스런 복지 삭감에 반발하는 사회 불안이다.
지난해 11월 재정지출을 135억유로(약 18조9000억원)이나 줄이기로 한 긴축법안이 그리스 의회를 가까스로 통과했다. 국내총생산(GDP)의 4.5%에 이르는 방대한 삭감 규모는 그만큼 재정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줄이는 만큼 성장률은 줄어들겠지만 그래도 방만했던 정부 지출을 줄이는 것이 최우선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라앉은 경기는 떠오를 줄 모르고 실업률이 25%에 이르는데 배고프고 추운 그리스 국민들에게 참을성을 바라는 것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경기침체는 또 환경 문제까지 악화시키고 있다.
전기와 연료가격을 감당못하는 그리스 국민들이 땔감으로 쓰기 위해 공원이나 삼림지대에서 불법 벌목에 나서 그리스 산들은 민둥산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 설상가상으로 나무를 태워서 생기는 스모그 현상까지 심각해져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11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겨울 날씨가 차가워지면서 상황은 더 심각해 크리스마스 시즌 아테네 인근 마루시 지역의 공기오염도는 유럽연합(EU) 기준치를 두 배나 웃돌았다.
그리스 질병통제예방센터 관계자는 "그리스 국민들은 래커칠이 된 가구에서부터 책에 이르기까지 난방이 가능한 모든 것을 태우고 있다"며 이로 인한 스모그가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전했다. 1953년 12월 영국 런던을 닷새 동안 뒤덮었던 스모그는 40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바 있다.
지중해 지역보다 더 추운 북부 그리스 지역에선 지난해 말 한 교사연합이 교실을 난방할 돈이 없기 때문에 수업을 중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북부 그리스 메소로피 마을에선 5,7,15세 아이들이 난방을 위해 나무 난로를 때다 화재가 나 숨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긴축에 반대하는 쪽에선 당연히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리스 급진좌파연합 시리자(SYRIZA)의 파노스 스쿨레테스 대변인은 "정부의 재정긴축 조치가 그리스 국민들로 하여금 나무 난로를 때거나 벌목을 할 수 밖에 없도록, 그리고 스모그 속에서 살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엉뚱하게 긴축재정에 우호적인 보도를 했다며 언론인들에게 사제폭탄까지 배달되는 지경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그리스 경찰은 지난 11일 아테네에 살고 있는 5명의 전현직 언론인들의 집에 배달된 사제폭탄이 폭발해 범인 수색에 나서고 있다.
자신들을 `무법을 사랑하는 사람들(Lovers of Lawlessness)`라고 칭하는 단체는 인터넷을 통해 이것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재정긴축에 나서고 있는 그리스 정부에 우호적인 기사를 쓰고 있는 언론들은 억압적인 정부 정책의 주요 관리자가 되어 사회를 조작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