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경제를 위해 모험보다는 안전한 카드를 택했다. 2기 행정부에서 경제를 책임질 수장에 예산 전문가 제이콥 루 비서실장을 앉힐 것이 확정적이라고 9일(현지시간) 외신들이 전했다.
미국 경제의 최대 현안인 재정절벽(fiscal cliff) 등 앞으로도 험난할 경제 난맥상을 헤쳐나가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온 인물을 낙점했다. 루 비서실장은 클린턴 정부 때에 이어 오바마 1기 정부 때에도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을 역임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현 정부가 갖고 있는 문제점, 특히 예산에 대해 정통하다. 따라서 번번히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는 공화당의 공격에 맞설 수 있는 적임자란 평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르면 10일 재무장관 선임을 발표할 예정이다.
◇ 제이콥 루, 워싱턴에서 잔뼈굵은 협상가
올해 57세인 루 비서실장은 티모시 가이트너 현 재무장관처럼 정통 유대인이자 뉴요커다.
하버드대와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조 모클리 전 하원의원(민주당)을 보좌했으며, 1980년대 초반엔 토마스 팁 오닐 전 하원의장(민주당) 밑에서 다년간 정책 보좌관 역할을 했다. 조지 W. 부시 정부 때엔 뉴욕대에서 근무했고 씨티그룹 임원을 역임하기도 했지만 30여년의 기간동안 워싱턴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 특히 보좌관 시절 의회에서 공화당과 예산전쟁을 벌여 본 경험이 풍부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워싱턴포스트(WP) 에디터이자 대통령 정책에 대한 연대기 작가로 활약하고 있는 밥 우드워드의 책 내용을 인용해 전한데에서도 이런 면을 볼 수 있다. 일부에선 "융통성이 없다"고 할 정도로 일벌레 스타일이며 끈질기고 강경한 면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즈워드의 책에서 한 공화당 관계자는 "의회에서 논쟁을 벌일 때 루 비서실장의 말투는 매우 무례하고 오만했다"고 기억했다. 그리고 대화의 75%를 주도하면서 모두에게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그리고 그것이 왜 공화당의 정책보다 우월한지를 가르치려했다는 것. FT는 이런 성향이 공화당원들을 짜증나게 할 정도이기 때문에 사회 보장 등 복지 예산을 대폭 삭감하려고 하는 공화당의 주장에 맞서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을 관철하기엔 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렇게 현안에 있어선 강경하지만 주변 사람들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성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재정절벽 협상 때문에 컨퍼런스 콜을 앞두고서는 보좌관 25명들의 개인적인 스케줄까지 모두 고려해 시간을 짜기도 했다.
자신이 멘토로 부르는 오닐 전 하원의장을 인용해 이런 말도 즐겨한다고 한다. "중요한 것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친절해야 한다는 것이다(It is nice to be important, but more important to be nice)."
◇ "월가와의 연대나 국제 경험 부족" 우려의 목소리도
전임자 가이트너 장관에 비해 루 비서실장의 부족한 점으로는 월가와의 유대가 약하고 국제적인 감각이나 경험이 적은 점이 꼽힌다. 뉴욕 연방은행 총재를 지내는 등 월가와 쌓은 끈끈한 관계를 기반으로 가이트너 장관은 월가를 규제하기도 달래기도 하는 능력을 발휘해 금융위기를 벗어나는데 공을 세운 것으로 평가된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재계나 금융계에서 재무장관을 발탁하는 것도 고려했던 만큼 민간의 목소리를 반영하기에 루 재무장관 카드에 대한 아쉬운 소리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나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 등이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경험이 없다는 점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키프, 브루예트& 우즈의 워싱턴 리서치부문 헤드인 브라이언 가드너는 "루 재무장관 재임기간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이 또다시 발생하게 된다면 연방준비제도(Fed), 아니면 금융시장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고 관계가 돈독한 다른 인물에 의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FT는 따라서 재무장관이 바뀌게 되더라도 재무부 핵심 고위 관료들은 적어도 당분간은 남게 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재계 CEO들이 자주 회동을 가질 때마다 루 비서실장이 배석했으며 클린턴 정부 때부터 쌓아 온 재계 인맥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란 평가도 있다.
또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과의 관계가 돈독하고 가이트너 장관과도 손발을 맞춰 온 만큼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조 바이든 부통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자레드 번스타인은 "어떤 재무장관이든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어떤 능력을 갖고 있게 마련"이라면서 "그는 스마트하며 사안을 빨리 이해하는 사람(quick study)"이라고 강조했다.
◇ 급선무는 재정절벽 협상.. 일자리 창출 등 현안 산적
재무장관으로서의 급선무는 일단 재정절벽 협상을 마무리해 미국을 부도 위기에서 구해내야하는 것. 미 연방정부 부채한도는 이미 법정 상한에 도달했고 의회에서 한도를 높이지 않을 경우 다음 달 15~3월1일 사이에 바닥나 국가부도에 처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일자리 창출에도 주력해야 한다.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7.7%로 4년래 최저치까지 떨어졌지만 고용 문제는 여전히 큰 골칫거리다. 작은 정부와 재정긴축을 주장하는 공화당에 맞서고 미 국민들과 전 세계를 대상으로 능숙한 경제 대변인 역할도 해야한다.
유럽 위기에 대응은 물론, 세계 2대 경제 대국으로 떠오른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 지, 그리고 금융규제와 재계 기 살리기 등도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아직 공식적으로 선임을 하진 않았지만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루 비서실장과 관련해 "그는 대통령에게 있어 매우 훌륭한 조언가 역할을 해 왔다"면서 "그는 지난 사반세기 동안 워싱턴에서 중요한 예산과 재정 협상마다 필수적인 인물이었다"고 언급했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