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미국 경제가 당장 재정절벽 아래로 추락할 것으로 우려하는 투자자들은 조금은 마음을 놓아도 좋을 듯 싶다.
설사 의회가 신년 1일부터 시작되는 6000억 달러 규모의 자동적 정부지출 삭감과 증세를 막아내지 못한다 해도 미국 경제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뒤집어 말하면 의원들이 재정절벽의 부정적 효과를 되돌릴 대응 입법 조치를 마련할 충분한 기회가 있다는 얘기다.
협상이 연내 타결될 전망이 흐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붕괴가 일어나지 않은 것은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재정절벽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최근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이 사실이고 이로 인해 주요 지수들이 남행했지만, 투매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거꾸로 백악관과 공화당이 막판까지 벼랑끝 대치를 풀지 않도록 부추긴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가 시장의 패닉 부재다. 시장은 무너지지 않은 채 재정절벽의 묵중한 압력을 견뎌냈다.
협상 불발로 자동지출 삭감이 시작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방위산업주가 지난 20일 기록된 사상최고치에서 1% 이내의 거리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은 투자자들이 재정절벽을 둘러싼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최종 결과를 낙관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이들은 새해 3일 개원하는 차기 의회가 증세와 지출삭감 효과를 털어낼 소급입법안을 처리할 것이라는 쪽에 베팅하고 있다.
미즈호 시큐리티스의 수석 미국 투자 전력가 카민 그리골리는 "협상마감 시한인 31일까지 합의가 나오지 않을 경우 시장은 조정을 받겠지만 낙폭은 5~7%선에 크게 못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붕괴를 일으키지 않은데에는 느리지만 꾸준하게 진행중인 주택시장과 노동시장의 개선세도 한몫을 담당했다.
시장은 이번주 금요일에 나올 미 노동부의 12월 비농업부문 고용지표를 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고용성장세를 반영하며 이번달 총 14만5000개의 일자리가 늘어났을 것으로 전망한다.
한편 시장 참여자들은 앞으로 수 주 내에 본격화될 미국의 부채한도 상향 협상이 재정절벽보다 미국 경제에 더욱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것으로 우려한다.
워싱턴이 부채한도를 올리는데 합의하지 못한다면 미국은 지난 2011년에 그랬듯 국가부도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신용평가사들은 또 다시 미국의 국가신용을 강등할 것이고 금융시장은 거의 틀림없이 패닉현상을 보일 것이다.
한마디로 부채한도 상향 협상을 둘러싼 2011년 여름의 끔찍한 악몽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많은 전문가들은 CBOE변동성지수(VIX) 선물 1월 계약이 그 이후의 계약에 비해 크게 늘었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내달 시장을 뒤흔들 심한 변동성을 예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한다.
불확실한 재정절벽 협상 진행상황도 변동성을 높이는 이유중에 하나지만 부채상한 상향을 위한 정칙권의 본격적인 협상을 앞둔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더 큰 이유로 지적된다.
신년 1월의 시장은 이래저래 변동성의 파도로 출렁일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이강규 기자 (kangkle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