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양섭 기자] “우리회사 참~좋은데..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모 건강식품의 광고멘트같은 이같은 하소연(?)은 대기업과 협력 관계에 있는 대부분 코스닥 IR 담당자들의 고민중 하나다. 알리고 싶지만 함부로 알렸다가는 괘씸죄가 적용되기 일쑤다.
대기업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아무런 협의 없이 언론에 알리는 것은 중소기업으로서는 ‘간이 배 밖으로 나온 행위’나 다름없다. 실제로 해당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경우도 있다.
중소기업들이 나름대로 머리를 써서 생각해 낸 표현은 ‘국내 최대 전자업체’,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업체 A사’ 등이다. 앞뒤 문맥과 맞춰보면 웬만한 사람은 이 기업이 어디인지 알만한 힌트를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도 해당 대기업과 이미 협의가 된 경우만 가능하다.
최근 한 중소기업은 보도자료에 국내 대기업 이름을 언급하면서 곤욕을 치른 경험이 있다. 지난 8일 코스닥 업체 D사는 효성과 LED 사업 협력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가 효성측으로부터 혼쭐이 났다. 효성측의 최종 허락없이 보도자료가 배포됐다는 괘씸죄가 적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D사측은 언론사마다 돌아다니면서 기사를 내려달라고 부탁하며 진땀을 뺐다. D사 관계자는 “관련 담당 직원의 경험이 부족해 발생한 해프닝”이라고 설명했다.
코스닥기업이 대기업과 관련 프로젝트 내용을 내놓으면 주가가 큰 폭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주가는 움직인 근거가 됐던 기사가 삭제된다면 고가에 매수한 투자자의 경우 억울한 일이 생길 수 도 있다.
D사 주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8일 장 초반 마이너스권에서 맴돌던 D사 주가는 관련 자료가 기사화되면서 14%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D사는 공식적인 해명은 뒤로 하고 보도자료를 근거로 나온 기사를 포털에서 보이지 않게 하는 데만 회사의 역량을 집중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혹시 있을지 모를 ‘고가 매수 투자자들의 억울한 호소’에는 어떤 논리로 대응할지 궁금하다.
태양광설비 제조업체인 K사와 T사는 대규모 설비 수출을 추진하면서 어떻게든 이같은 사실을 시장과 업계 안팎에 알리고 싶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 거래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삼성물산의 심기를 건드릴 수는 없었다.
T사가 스페인 태양광전지업체 이소포톤과 공급 계약을 체결한 규모는 449억원으로 작년 한 해 전체 매출의 절반이 넘는 경우다. 회사의 규모가 몇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큰 프로젝트지만 T사는 이번 이슈를 활용한 IR 활동을 하지 않았다. 공급계약과 관련된 보도자료 배포도 없었고, 단지 계약 사실 관계만 짧게 공시했다.
며칠후에는 K사가 공시했다. 268억원을 T사에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국내 T사에 공급하지만 공급지역은 '스페인'이었다. 결국 T사가 이소포톤으로부터 수주한 전체 449억원 물량중에 K사가 268억원을 공급하는 그림이다. 이는 K사 작년 매출의 385%, 무려 4배에 달하는 규모다. K사의 작년 매출은 70억원에 불과하다.
K사는 공시를 하고, 보도자료도 배포했다. 하지만 보도자료에 이소포톤, 삼성물산 등은 언급되지 않았다.
T사와 K사 등이 이처럼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도 마음껏 알리지 못한 이유는 삼성측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서다.
삼성측이 인상을 찌푸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초 스페인 현지에서 오보가 나오면서부터다. 삼성측이 이소포톤에 5천만 유로를 투자한다는 내용이 현지 외신을 통해 흘러나왔다. 국내 일부 언론사도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서 삼성측은 ‘투자’나 ‘공급’이 아닌 ‘중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보 소동이 벌어지면서 삼성측이 사실상 입단속을 시켰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증권사의 분석보고서 내용을 적극적으로 부인하는 경우도 있다. 악재가 아닌 호재를 부인하고 나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다.
지난달 E증권사는 LNG선박부품 회사 S사에 대한 분석보고서에서 ‘선박당 50~60개의 벨로우즈가 들어가며, 금액기준으로는 선박당 약 5억원이고, 마진율은 20%정도로 높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S사측은 ‘마진율’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보고서 내용을 부인했다.
해당 보고서에 대해 S사측은 "해당 마진율은 몇 년 전 마진율로 현재 상황과 맞지 않는 부분으로 사실과 다르다"며 "투자자들에게 혼선을 줄수 있어 삭제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해프닝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높은 마진율은 향후 대기업의 단가 인하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협력사들의 경우 가능하면 마진율을 낮춰 언급하는 경향이 있다”고 귀뜸했다. 높은 마진율이 노출돼 향후 단가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주장이라는 설명이다.
“20%가 아니면 마진율이 얼마냐”는 질문에 회사 관계자는 “그것보다 낮지만 영업비밀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삼성전자에 휴대폰 케이스를 공급하는 I사는 마그네슘케이스를 제작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는 보고서에서 I사의 마그네슘케이스 공급건에 대해 “R&D를 통해 기존 문제를 해결, 양산화까지 성공하였으며 현재 삼성에서 테스트 단계에 있다”고 분석했다.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회사 관계자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I사의 IR담당자는 “잘 되더라도 기사화되면 문제가 생긴다”며 “10월부터 IR을 안하고 있다”는 말로 언급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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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양섭 기자 (ssup825@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