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 자금시장의 냉각 기류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유럽 내부에서는 물론이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유럽 은행권의 자금줄이 점차 막히는 모습이다. 유럽 은행권의 국채 투매 움직임이 확산, 부채위기가 악화될 위험이 높아졌다.
이미 악순환의 고리에 말려든 유럽 위기는 아시아 지역까지 강타할 전망이다. 유럽 금융권이 자금줄을 조이면서 아시아 국가에 연쇄적인 파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다.
◆ 유럽 은행, 불량국 국채 ‘팔자’ 파장에 촉각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이른바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국채 보유 물량을 매각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투자자와 정책 당국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상당 규모의 손실을 떠안은 채 내다 파는 모습이다.
프랑스 최대의 은행인 BNP 파리바는 최근 4개월간 PIIGS 국채 매각으로 8억1200만유로(10억달러)의 손실을 봤다. 이탈리아 최대 해외 채권금융기관인 BNP파리바는 지난 6~10월 사이 장부상 이탈리아 국채 보유 규모를 83억유로 줄였다. 주변국 전체 국채 보유량은 815억유로로 23% 감소했다.
영국의 최대 은행인 RBC가 PIIGS의 국채 및 지방정부채 보유량을 지난해 말 46억파운드에서 11억파운드로 대폭 축소했고, 2위 은행인 바클레이스 역시 최근 3개월 사이 PIIGS의 국채 보유량을 31% 줄였다. 코메르츠뱅크 역시 올 들어 보유중인 PIIGS 채권 규모를 12억유로로 22% 줄였다.
투자자들의 추가 손실 우려가 고조되는 데다 금융당국의 자본확충 압박이 높아진 데 따른 움직임이다. PIIGS의 채권 수익률이 상승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은행권의 채권 매도는 부채위기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나이트 캐피탈의 오토 딕틀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EU 정상들이 확실한 부채위기 확산 방지책을 내놓을 때까지 금융권의 국채 매도 물량이 계속 쏟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책자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제금융연합회(IFF)는 자본요건을 강화하는 유럽 당국의 움직임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매도 압박에 국채 가격이 하락, 부채위기를 진정시키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얘기다.
◆ 유럽 은행권 자금줄 마른다
유럽 은행의 해외 자금 조달 창구가 점차 좁혀지고 있다. 이는 리스크 회피 성향과 맞물려 유럽중앙은행(ECB) 초단기 예치금 급증으로 이어지는 모습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3/4분기 미국 은행의 유럽 은행 대출 기준이 대폭 강화된 동시에 대출 규모도 크게 줄었다. 미국 자금시장의 해외 금융권 여신 규모는 530억달러로 지난 5월말 이후 22%나 감소했다.
이탈리아를 포함한 부채위기 국가는 물론이고 프랑스 은행권의 자금조달 비용도 45~70bp 상승했다. 미국 우량은행의 조달 비용이 15bp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3개월물 국채 수익률과 은행간 대출 금리 차이인 TED 스프레드가 대폭 상승했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의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스프레드는 0.43%포인트를 기록해 지난해 중반 그리스 위기가 처음 불거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유럽 은행권 역시 자금줄을 조이게 하는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은행권의 ECB 초단기 예치금은 2990억유로를 기록, 지난해 6월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초 이후 평균액 710억유로에 비해 4배 이상 높은 수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의 브라이언 스메들리 채권전략가는 “머니 매니저들이 지극히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며 “유럽 부채위기의 부정적인 결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데다 투자자들이 자금을 빼 갈 가능성에 늘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 유로존 파장 아시아 덮친다
자금줄에 목이 마른 유로존 금융권이 방어적인 태세를 취하면서 아시아 은행권에 파장이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상당수의 아시아 국가가 자금 조달을 해외 금융권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타격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다.
현금 확보에 혈안이 된 해외 금융회사가 여신을 줄이거나 조달 비용을 상승할 공산이 크고, 이에 따라 아시아 금융권에 신용 경색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의 해외 금융기관 여신 총액은 2조 5200억달러에 이른다. 이 중 유럽 은행권의 비중은 21%인 것으로 집계됐다.
스튜어트 걸리버 HSBC 최고경영자(CEO)는 “지금까지 아시아 지역의 해외 자금 조달 창구가 크게 확대되면서 늘어나는 수요를 충족시켰지만 지속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금 조달원의 축소는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유럽 은행권이 급격하게 신용을 회수할 리스크를 늘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 은행권이 자금을 회수하더라도 미국과 영국, 일본 은행권이 자금 조달 공백을 대체하면서 시장 파장을 제한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유럽 부채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경우 이머징마켓의 자금줄이 일시에 동결되면서 경제 전반에 상당한 충격파를 던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JP모간은 최근 아시아 뿐 아니라 라틴아메리카를 포함한 이머징마켓은 은행 여신의 가파른 증가를 동반하며 경제 성장을 이끌어낸 만큼 신용 경색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성장률이 크게 꺾일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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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황숙혜 특파원 (higrac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