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김포도시개발공사 등 기초 지자체 개발 공사가 시행한 아파트에 공사 자체 브랜드 대신 시공업체 브랜드를 사용한 적은 있었으나 국가공기업인 LH가 자체브랜드 대신 업체 브랜드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까지는 국가 공기업은 커녕 서울시 SH공사나 인천 도시개발공사, 경기도시공사 등 광역 지자체 개발 공사도 건설업체의 자체 브랜드를 사용한 적은 없다.
앞서 LH는 휴먼시아 브랜드를 처음 도입했을 당시 판교신도시에 대우건설이 지은 아파트에 '휴먼시아-푸르지오'라는 브랜드를 론칭한 바 있다. 하지만 이때는 휴먼시아 브랜드는 아파트 브랜드라기 보다 토지공사와 경쟁관계에 있던 주택공사가 택지지구 사업도 진행하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택지지구에 명명하는 도시 브랜드 개념이 우선됐었기에 가능했다. 또 이 아파트는 중대형 아파트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적지 않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따라 LH가 아파트 분양성을 위해 대형 건설사들을 아파트 시공에 대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6일 LH는 보도자료를 통해 충남 세종시에 공급하는 아파트 중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턴키 방식으로 짓는 2단계 물량에 '힐스테이트', '푸르지오'와 같은 업체 자체 브랜드를 LH와 병행해 사용하는 브랜드 전략 방안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세종시 2단계 아파트 중 현대, 대우건설이 짓는 아파트는 이들 업체들의 자체브랜드를 사용하며 LH 로고를 넣는 선에서 정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 LH는 통합 공사 출범 후 '화학적 통합'을 위해 아파트 브랜드 변경을 준비해왔다. LH는 지난 4월 휴먼시아 브랜드가 주·토공 통합 전 주공이 사용했던 브랜드인 점을 감안, 대체 브랜드인 '지생가(地生家)'를 사용할 것이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서민주거복지에 최선을 다해야 할 LH가 난데없이 브랜드 고급화에 나서는 점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LH는 민간 건설사 출신 사장이 취임할 때 마다 아파트 브랜드 고급화 방침이 되풀이됐으며, 그때마다 언론과 업계의 강력한 비난을 맞고 좌초한 바 있다.
실제 지난달 20일 열린 LH 국정감사에서 국토해양위 김희철 의원은 LH가 자체 브랜드인 휴먼시아를 지난 5월부터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이지송 LH사장이 사장 취임전 휴먼시아 브랜드에 대해 '민간건설사들의 브랜드보다 가치가 떨어지며 가난하고 못사는 사람들이 사는 나쁜 아파트로 낙인찍혀 있다'고 발언한 것을 지적하며 휴먼시아 입주자에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 의원은 분양가 상한제 도입 이후 보다 저렴한 아파트를 공급해야할 의무가 있는 LH가 브랜드를 개발·홍보하는 데 비용과 노력을 집중하는 것에 대해서도 못마땅한 시각을 드러냈다. 김 의원은 "브랜드를 개발하는 비용, 홍보하는 비용이 결국 분양가나 임대보증금으로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LH가 자체브랜드가 아닌 대형건설사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은 공공기관의 불공정한 시장 개입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LH는 세종시 2단계 브랜드 아파트를 소개할 때에도 '대형건설사의 인기브랜드'라는 점을 적시해 이를 아파트 분양 홍보에 활용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LH가 민간 대형건설사 브랜드 사용을 장려할 경우 LH아파트 도급공사를 주로 수주하는 업계 50~100위권 업체들의 설자리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경우 대형건설사들의 LH 아파트 도급공사 수주 참여가 유도될 것이며, 이는 결국 LH 아파트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LH가 세종시 공동주택용지를 매입했다가 분양성을 이유로 계약해지를 요구하고 있는 삼성물산, 대림산업, 롯데건설 등 다른 업체들을 겨냥한 '소심한 복수'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지난 5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LH의 전통마저 깨버린 채 대형건설사들의 이익만 챙기는 듯한 모습에 중견건설사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주택전문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LH가 분양리스크가 적지 않은 세종시 아파트를 홍보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기법일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 같은 민간 건설사 브랜드 사용을 LH가 장려할 경우 가뜩이나 브랜드 파워가 약해 일반 분양시장에서 대형건설사들에게 밀리기 일쑤인 중견 건설사들이 LH 아파트 도급공사에서 마저 대기업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 최대 부동산 공기업인 LH가 대형 브랜드를 선호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공공의 불공정한 시장 개입이라고 볼 수 있다"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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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