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유주영 기자] 최근 스포츠 스타 김연아, 박태환이 광고모델로 활약중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고가 에어컨 수만 대가 전국 각지의 경로당으로 향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1일 정부와 일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가전업계 등에 따르면, 이는 지식경제부가 추진 중인 '서민층 에너지 고효율제품 교체 지원사업'에 따른 것으로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이미 에어컨 설치를 끝냈거나 일부의 경우 이달 말까지 설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 지경부 에어컨 '밀어내기', 삼성·LG 3만여대 일시공급 '특수'
무엇보다 이번 지경부의 에어컨 지원사업으로 때 아닌 대박을 터뜨린 곳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인 것으로 분석된다.
전국 수만 곳의 경로당 별로 100만원대 고가인 고효율 에어컨이 공급됐는데 거의 대부분의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이 납품됐기 때문이다.
가전업계에 따르면 이들 양사는 이번 지원사업으로 짭짤한 재미를 본 모습이다.
이같은 정책에 힘입어 최근 삼성과 LG의 월별 에어컨 판매대수는 직전대비 80~300% 반짝 판매 급증 효과를 보이는 등 예년에 비해 급격한 매출 호조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업으로 인한 양사의 일시적인 가전 매출액 증가는 600억원 수준으로 최근 경기 침체 등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진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는 군침을 흘릴 만한 물량이다.
에어컨의 경우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주로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제외한 여타 에어컨 업체들은 고효율 제품을 생산하고 있더라도 브랜드 선호도에서 뒤쳐지며 이번 '최중경 특수'를 누리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 에어컨 있는 경로당엔 TV·김치냉장고로 대체 가능
또한 지경부는 이미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는 경로당의 경우에는 대체품목으로 TV와 김치냉장고를 살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추가품목으로 선풍기와 진공청소기, 기타 희망품목으로 일반 냉장고와 전기밥솥, 전자레인지 등을 살 수 있게 해 배정된 예산을 모두 소진했다.
이에 대해 한 도청 관계자는 "애초에 지경부 공문 자체에 김치냉장고나 TV 등을 살 수 있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에 사들인 것"이라며 "왜 그렇게 됐는지는 모르겠고 그 이유는 지경부에 알아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폭염으로부터 노인들을 보호하자는 복지 차원의 정책 목표가 불투명해졌다는 지적이다.
또한 절약정신이 배어있는 노인층에서는 에어컨 사용을 자제하고 있어 정책 자체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애초의 긍정적인 정책취지와는 달리 사실상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제품 재고를 해소하는 쪽으로 변질된 것이 아니냐는 푸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지경부 관계자는 "지경부가 구매에 관여한 것은 전혀 없다“며 ”해당 지자체에서 조달청을 통해 자체 입찰로 구매를 했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 하우젠 불량 악재 '돌파구'?, LG전자 휘센 '어부지리'
이번 지경부 에어컨 지원사업에서 상대적으로 '어부지리'를 얻은 곳은 LG전자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초 하우젠 에어컨 불량으로 인해 판매량이 급격히 타격을 입으면서 회사 측은 물량의 처리에 대해 크게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일부 지자체에서는 삼성전자 에어컨을 대량으로 구입한 곳도 적지 않았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제품을 대략 5대 5 정도로 안분해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예컨대 A군의 경우 에어컨 60여대는 삼성전자 제품을 사들이면서 나머지 김치냉장고 60여대, 일반냉장고 8대, TV 30여대 등은 LG전자 제품을 구입했다.
또한 B군의 경우 에어컨 60여대와 TV 40여대는 LG전자 제품을 사들였으나 김치냉장고 100여대와 일반냉장고 6대는 삼성전자 제품을 선택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전체 비용 면에서는 업체별로 5대 5에 가까운 비중을 맞춘 것으로 풀이됐다.
◆ 지경부 앞뒤 안맞는 정책 '구설', 에어컨 사용 조장 전력위기 자초하나?
또한 지경부의 이같은 정책으로 인해 국가전력 예비율 상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 고효율 제품을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에너지 과다소비의 주범이라 할 수 있는 에어컨을 정부가 직접 나서서 보급하는 정책 모순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중경 장관은 지난달 22일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올해 8월 하순에 전력수급으로 인한 위기가 예상된다”며 “에어컨과 선풍기 등 냉방기기의 사용을 20%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한 바 있다.
최 장관은 국가전력 예비율이 5%대로 떨어졌다고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장관이 직접 나서 삼성이나 LG의 고가 에어컨을 대량으로 사주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펴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지적이다.
대당 100만원이 넘는 고효율 에어컨을 최대 4만~5만대나 일시에 보급한다는 것은 1446세대 규모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청실아파트와 같은 에어컨 사용처를 한꺼번에 수십 곳으로 늘리는 엄청난 일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경부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정책으로 정부 자체가 오히려 전력수급 상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지자체 예산 절반 투입, 각 군청 "전기료 버겁다"
이번 사업의 특성은 지경부에서 298억 원과 지자체에서 298억 원 등 총 596억 원의 예산을 조성토록 했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재정부담을 지자체에 떠넘겼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지자체에서는 예산이 조기에 마련되지 못해 집행이 늦춰지면서 늦여름인 8월 중순까지도 에어컨의 설치가 이뤄지지 않은 곳도 있다.
또한 재정상황이 열악한 지자체로서는 당장 에어컨 설치에 따른 월별 전기사용료도 꽤 부담이 되고 있는 모습이다.
C군 관계자는 "부담은 됐지만 에어컨 설치에 따른 전기료로 경로당 한 곳당 운영비를 추가로 9만원 올려 주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D군 관계자는 "전기료 문제가 있기는 하다"며 "많은 사람들이 있지 않을 때 에어컨을 켜는 것은 좀 그렇다(비용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E군 관계자는 "전기료 과다발생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이미 충분히 예산 지원을 하고 있다"며 "따라서 이미 나가는 지원 비용으로 전기료를 모두 커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지경부 "일과성 정책"에 그칠 듯, 내년에는 중단키로
이번 지경부의 정책은 서민층의 에너지 고효율 제품 교체지원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지만 올해의 경우는 전국 경로당에 고효율 에어컨과 각종 가전제품을 공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과연 '경로당 이용자 = 서민'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이번 정책의 수혜 대상인 경로당에 가전제품을 지원하는 것이 서민층 에너지 고효율 제품 교체지원 사업이라는 정책적 목표와 사용처에 부합하는 것인지는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수백 억 원에 이르는 예산을 집행되는 정부 정책이라면 정책 목표나 수혜 대상이 명확해 논란을 불러 일으켜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지경부 관계자는 "사회 통념상 취약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경로당 등 복지기관을 중심으로 지원한 것"이라며 "서민들이 경로당에 오는 것이지 부자들은 경로당에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지경부는 이 사업으로 복지기관 등에 143억의 예산을 집행했다. 올해는 이보다 크게 늘어난 596억원(지자체 예산 298억 포함)을 지원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내년부터는 예산 집행이 중단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애초에 한시적 사업이었다“며 ”내년 예산에 대해서는 현재 정확한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유주영 기자 (unti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