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유로존은 채무 위기의 파고가 이탈리아 해안까지 덮쳤다. 미국은 다음달 초까지 의회 합의가 없으면 연방정부가 파산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 어느 곳도 연방정부 파산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독일이 강경파나 미국 공화당 의원들은 채무 청산 부담을 전가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세율을 인상하지 못하게 하는 식으로 좀 더 이상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보는 듯 하다.
마틴 울프 파이낸셜타임스 컬럼니스트는 13일자 기고문을 통해 "세망이 망해도 자기 권리나 원칙은 지킨다는 식의 모토를 내세우는 사람들은 지금 위기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먼저 맥킨지글로벌연구소가 제출한 신용거품 이후 연구보고서를 인용하고 "몇몇 주요 선진국들은 차입 부담을 줄이는 긴 과정의 초입에 있으며,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이 과정은 매우 긴 시간을 소요하고 또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크게 잠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또 그는 "재정적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단지 금융 위기 이후 은행 구제에 따른 부담 때문이 아니며, 오히려 경제 활동 약화와 이에 따른 세수 부족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울프는 나아가 "공공 채무와 민간의 부채는 서로 얽혀 있으며, 단지 재정정책의 실기로 인해 작금의 위기기 발생한 것이 아니며, 분명히 민간의 신용 호황에 이어 위기가 폭발한 것이라는 점"도 재확인 했다.
이런 점에서는 미국의 사례가 뚜렷한 특징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8년 부시 행정부 때 예산안에서는 2011년 재정적자가 540억 달러, GDP의 0.3%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지만, 2012년 예산안에서는 적자가 1조 6450억 달러, GDP의 10.9%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재정지출을 통한 부양책 패키지는 GDP의 6% 정도에 그친다는 점에서 나머지 증가분, 전체 증가분의 58%를 세수 부족에 따른 것을 봐야 한다는 분석을 울프는 제기했다.
더군다나 미국 연방재정수지 전망에서 2011년 세수는 GDP의 14.4%에 그칠 전망인데, 이는 전후 평균치인 18%에 크게 미달하는 것이다. 특히 개인 소득세 비중은 GDP의 6.3%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미국은 1988년 로널드 레이건 집권 말기에 세수가 GDP의 18.2% 수준이었다.
울프는 결국 미국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려면 세수를 늘리는 길밖에는 도리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개인들이 레버리지를 계속 줄이는 추세에서는 세수 확대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공화당 의원 다수가 미국 국채발행 한도 확대에 반대하는 것은 놀랍게도 재정지출을 억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연방정부의 채무 불이행(디폴트)으로 가고자하는 열망을 가지고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울프는 이에 대해 "미국 경제와 사회가 받을 충격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는 유토피아적 혁명세력들의 태도 같다"고 비판했다.
유럽은 디폴트 사태가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없어서 다행인 것 같지만, 유럽 또한 '단일 통화'라는 유토피아적인 프로젝트에 함몰되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울프는 "미국 티파티(Tea Party)가 납세 부담이 확대되는 것을 혐오하듯이 유럽인들은 자신의 책임이 아닌 것에 대한 부담을 전가받는 것처럼 현재 사태를 혐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은 만약 단일통화가 부재했다면 직접적인 '외환위기' 상황에 있었겠지만, 통화동맹의 제약으로 인해 '재정' 위기라는 변형된 문제에 직면해 고전하고 있다.
문제는 성장세가 부진한 상황에서 조달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위험지대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울프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 스프레드가 지금처럼 크게 확대된 상황을 지속한다면 이들 경제는 양호한 균형과 지속가능한 채무 수준에서 벗어나 불안정한 상황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탈리아는 급격한 재정긴축을 선택하고 경제 성장을 부양해 위기를 벗어나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매우 성공하기 어려운 조합이다.
울프는 "미국이 세계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피해갈 수 있는 재정정책의 실기를 할 위험에 놓였있고, 유로존 역시 재정 위기로 인해 주요국의 부도 사태는 물론 통화동맹의 해체 위기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매우 위험한 시대"라면서, "그 어느 때보다 지혜와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herra7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