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안나 기자] 그리스에 대한 추가 구제금융은 사태 해결을 잠시 미룰 뿐,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를 근절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분석된다.
주초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그리스가 새 긴축안의 의회통과를 이룬다는 전제 하에 내달 120억 유로의 1차 구제금융 5차분 제공에 합의하면서 그리스는 일단 9월까지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들이 추진 중인 2차 구제금융에는 1차와 마찬가지로 그리스의 부채감축을 위한 직접적 조치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리스가 재정을 개혁하고 경제가 성장세를 재개할 수 있을 때까지 디폴트를 피할 수 있게 해 줄뿐이다.
이 같은 접근법은 1차 구제금융을 수령한지 9개월 만에 문제를 내기 시작했다. 재정긴축과 성장재개를 위한 그리스의 노력이 유로존이 제시한 목표치에 크게 미달한 데다, 긴축안 실행을 위한 그리스 내 정치적 지지까지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그리스 내부의 정치 및 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민간 및 공공부문의 손실 분담을 포함하는 식의 더욱 강도 높은 해결책이 필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재부터 (구제금융이 완료되어 그리스가 금융시장으로 복귀할 예정인) 2014년까지 이 같은 리스크를 가시화할 수 있는 많은 잠재요소들이 존재한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은 구제금융의 차기 지급분 지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그리스가 지원 요건들을 제대로 충족했는지에 대한 평가를 매 분기 실시한다.
지난주의 경우 6월 말 지급분의 지원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고조되며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다. 차기 분기 평가 실시는 오는 9월 말 이루어질 예정이다.
그리스의 총선은 2013년 10월 전에 실시될 예정인데, 이때까지 EU와 IMF가 정부의 결정권을 지배할 가능성이 크다. 지오르지 파판드레우 총리가 의회의 지지를 계속해서 잃게 될 경우 조기 총선의 실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일 파판드레우 총리는 장관급 경질을 용이하게 하는 방안 등을 포함, 선거와 정치개혁을 위한 헌법 개정을 위해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패배할 경우 긴축안에 대한 정치적 지지가 더욱 약화될 수 있다.
◆ 그리스, 규제 및 노동시장 개혁조치 도입해야
1100억 유로 규모의 1차 구제금융과 마찬가지로, 2차 지원분 역시 600억 유로 수준의 상당한 규모일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금을 수령한 대가로 그리스는 국유자산 매각 등을 통해 수백억 유로를 조달할 것을 요구 받고 있다.
두 구제금융 간 주된 차이는 2차에 민간부문의 손실분담 관련 요구가 포함될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 쪽에서 법적 및 기술적 문제들을 해결해주면 민간투자자들이 만기 도래 채권을 새 채권으로 자발적으로 교환하는 식으로 그리스 국채에 대한 익스포저를 유지하는 내용이다.
이 같은 방식은 경제적보다는 정치적 측면에서 더욱 유용하다는 분석이다. 공공부문의 부담을 제한하여 독일 등 채권국가들이 자국 납세자의 이해를 구하기가 용이할 뿐 아니라, 그리스 부채를 삭감해주는 방식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스에게는 양호한 성장세 달성으로 세입을 늘려 부지런히 부채를 상환하도록 강하게 압박할 전망이다. 하지만 그리스 경제가 올해 3.8% 위축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전망은 어두운 편이다. 이 같은 위축세는 1차 구제금융을 받던 당시의 3.0%보다 더 심각한 수준인데,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 그리스 경제가 약 5%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리스는 또 국가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규제와 노동시장 개혁 등의 조치들을 도입하도록 요구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들이 유로존 회원국으로서 감수해야 할 불이익들을 모두 상쇄해줄 만큼 효과적인지는 확실치 않다. 현재 개별 회원국들은 금리인하나 통화절하 등을 자유롭게 단행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그리스에 대해 마셜플랜(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이 서유럽 16개국에 실시한 유럽부흥계획) 식의 산업화 계획이 필요하다는 권고도 제기된다.
미카엘 디크만 알리안츠의 최고경영자(CEO)는 "유럽의 노동인력과 생산수요가 그리스로 이전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만 EU는 아직 이 같은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
◆ 개각 승부수 불구 긴축안 승인 여전히 불투명
유럽 지도자들이 그리스에 대한 새 구제금융 논의를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파판드레우 총리는 지난주 대폭적 개각을 단행한 데 이어 21일에는 의회의 신임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 같은 조치들에 힘입어 구제금융 5차분 지원을 위한 전제조건인 의회의 긴축안 통과 기대가 높아진 듯한 분위기다. 하지만 실제로는 긴축정책을 주도해 질타를 받아오던 파파콘스탄티누 재무장관을 교체한 것이 장기적 재정개혁 목표 달성 전망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방장관을 지낸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신임 재무장관은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개혁노력들을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재무차관으로 임명된 판텔리스 오이코노무 역시 현 구제금융에 대한 반대의사를 공공연히 드러내온 인물이다.
한 언론의 조사 결과, 내핍안에 대한 반대여론도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의 47.5%가 의회가 개혁안을 부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하기를 원한다고 답했으며, 긴축안 승인에 대한 찬성 답변은 전체의 34.8%에 그쳤다.
유로존의 자금 줄 역할을 하는 독일을 비롯, 일부 유럽 채권국들 역시 자국 정치권으로부터 그리스 지원에 대해 확고한 지지를 얻은 상태가 아니다.
따라서 2차 구제금융 합의에 난항을 겪을 경우 민간부문에 그리스 국채에 대한 '헤어컷(채무할인, haircut)' 수용을 강제하도록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민간채권단의 손실분담을 시작으로 그리스가 결국 채무조정 수순을 밟게 될 것이며, 이는 비자발적 형태의 헤어컷 형식이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