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Newspim] 이명박 정부가 물가와 전쟁을 치르는 데 ‘올인’(All-in)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성장 5%, 물가 3%'라는 국정목표를 설정하고 물가잡기에 총력전을 펴는 모양새다.
재정부장관이 특정품목 값이 비싸다고 직격탄을 날리고 지경부 장관, 공정거래위원장 등 고위관료가 업계CEO를 잇달아 만나면서 '물가안정'을 위한 협조를 요구하고 있다.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를 기록한 데이어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인 생산자 물가도 6.2%로 급등했다. 새해벽두 정부는 물가종합대책을 내놓고 한국은행도 이례적으로 1월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반면 물가안정의 타깃이 되고 있는 정유업계와 IT업계, 유통업계에서는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정부에 대해 정면반박은 자제하면서도 시장의 논리보다는 통제중심의 관치경제가 부활하고 있다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일방적인 짓누르기는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이에 뉴스핌은 현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들이 무엇을 노리는지, 특히 정책적 수단들은 합리적인지 등을 긴급 진단한다. <편집자 주>
[뉴스핌=안보람 기자] '제 1조(목적) 이 법은 한국은행을 설립하고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해 물가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은행법 제 1조다. 한국은행이 물가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 하기위해 세워졌음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인플레 공포에 떨고 있고, 이에 대해 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한은은 소심하게 움직이고 있다.
언론, 애널리스트, 시장관계자들은 "금리정책이 궁금하면 기획재정부를 보라"고 말하는 게 현실이다.
◆ 재정부로 넘어간 금리 주권(?)
기획재정부와 청와대가 공공연히 금리정책의 적절성을 언급해 온 지 오래다.
지난 2009년 이성태 전 한은 총재가 늘어나는 가계부채, 물가상승의 필연성 등을 근거로 금리인상이 필요함을 주장하면 정부 관계자가 어김없이 등장해 "아직은 아니다"를 외쳤다.
정부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관료 출신' 금통위원을 임명하는가 하면, 사문화됐던 '열석발언권'을 부활시켜 금통위에 압력을 가했다.
올 들어서는 지난달 13일 금통위가 금리를 인상한 뒤 30분만에 정부가 '서민 물가 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발표 자료에는 "거시정책은 물가안정 기조를 확고히해 나가는 가운데 경기· 고용상황 등을 감안해 유연하게 운용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적절한 거시정책조합(Policy Mix) 운용이 이루어지도록 유관기관간 긴밀히 협조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는 금통위가 열리기 전부터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추측이 확산된 원인이었다. 이날 정부가 물가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금통위가 정부 전시행정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의혹마저도 제기됐다.
실제 재정부 한 관계자는 1월 발표된 물가대책에 두고 "금리인상을 용인하겠다는 힌트를 심어놨는데 눈치채는 사람이 잘 없더라"고 말하기도했다.
이달 금통위도 마찬가지였다. 소비자물가가 4%를 넘어드는 등 물가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며 두 달 연속 금리 인상에 대한 전망이 힘을 얻었다. 그렇지만 이를 누그러뜨린 것도 재정부였다.
재정부는 금통위를 며칠 앞둔 지난 8일 '최근경제동향(그린북)'에서 "물가안정 속에 경기회복세 가지속될 수 있도록 거시정책을 운용하는 한편, 국내외 위험요인에 대 비해 경제체질 개선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또 물가불안의 원인이 '구제역', '유가' 등 공급측 요인에 있음을 강조하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차단과 관련한 언급을 삭제했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 국장은 "공급발 물가 상승은 금리 등의 수요정책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해 금리인상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 "중앙은행과 정부는 화이부동해야"
중앙은행이 제 역할을 못하고, 정부에 끌려다니면 '인플레이션'이라는 부작용이 고스란히 국민의 고통으로 돌아온다.
최근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는 이유도 결국 경제위기를 넘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풀린 돈을 적절하게 회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리인상 시기를 놓친 것.
'성장'을 유지하겠다는 정부의 욕심이 물가 상승을 용인하는 선택을 하게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인플레이션은 소득분배 및 자원배분을 왜곡시키고 민간의 저축과 투자를 위축시키며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킴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
전문가들은 "'금리인상'을 통한 유동성 흡수가 '성장둔화'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실질적인 대책을 미루다 보니 오늘날에 이르렀다"고 지적한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운용본부장은 "한은법을 통해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한 이유도 결국 성장과 물가안정이 공존하기 어렵기 때문인데 현재는 법이 무의미한 상황"이라며 "물가는 한은에 맡기고 정부와 팽팽한 균형을 이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중앙은행의 관계는 명주실 같아야 한다"는 민병도 전 한은 총재나 "중앙은행과 정부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해야 한다"는 이성태 전 총재의 조언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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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안보람 기자 (ggarggar@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