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한국은행 가족 여러분,
<지난 일 년의 회고>
한국은행의 2010년은 탄생 이후 60년 전통의 초석위에 새로운 60년의 역사를 써 내려가자고 다짐했던 한 해였습니다. 오랜 역사와 문화를 받들면서, 그 위에 세계로 뻗어 나아가는 Global BOK를 목표로 삼아, 새로운 중앙은행의 위상을 정립하는 원년을 만들고자 우리 모두의 힘을 합쳤던 한 해였습니다. 온 세계가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노력에 적극 참여했었고, 우리는 세계로부터 우등생의 성적을 받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인 G20 회의도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국격을 한껏 드높인 한 해였습니다. 이러한 업적을 성취하는 데에 한국은행이 맡은 바 소임을 충실하게 수행하였다고 믿고 있으며, 지난 일 년 동안 힘껏 일한 모든 임직원의 노고에 우선 치하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한 해의 국내외 경제상황을 회고해 보면, 한 마디로 불확실성이 지배한 한 해였습니다. 위기 이후(post-crisis)의 경제상태가 위기 이전(pre- crisis)으로의 회귀가 아닌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으로의 진전을 의미하는 것이었기에 경제정책의 수행과 미래예측에 있어서 과거 그 어느 때보다 큰 불확실성이 우리를 에워싸고 있었다는 것이 그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30년대 Great Depression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라는 인식이 팽배하였으며, 이러한 위기의식이 오로지 교과서에서나 논의되었었고 현실적으로 실현되지 못하였었던 과제, 즉 범세계적인 국가 간의 정책협조를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하였으며, 이것은 매우 뜻 깊은 역사적 변화라고 하겠습니다. 미국을 위시한 선진경제의 double dip 가능성, 유로지역의 재정문제, 북한의 도발에 따른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 급변해 온 대내외 경제 환경에서 우리는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으며, 앞으로의 환경도 지금보다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든다고 확신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 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을 회복하고 경제운영이 상대적으로 조속하게 정상궤도에 진입하게 된 것은 경제주체들과 정책당국의 협조가 조화롭게 이루어진 데 기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가적으로 경제비상대책회의라는 제도적 장치를 구비한 가운데, 획기적인 재정 및 금융정책이 주효했었음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대외적으로 각 국가 간 뿐 아니라 국제기구와의 협조체제를 G20 정상회의의 의장국으로서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이끌어 내었던 것도 매우 의미가 있는 업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추세를 직접적으로 경험한 귀중한 기회였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Inflation targeting을 통한 물가안정을 설립의 목적으로 하고 있는 중앙은행으로서 작년 하반기 들어 경기회복세가 가시화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증가한다는 판단에 따라 그 당시까지 16개월 동안 2% 수준에 머물렀던 기준금리를 7월과 11월에 각각 0.25% 포인트씩 인상함으로써 인플레이션 압력의 수속과 금리정상화의 과정으로 한 걸음 나아가려는 노력도 경주한 바 있습니다. 경제운영의 결과로 나타난 지난 한 해의 물가상승률은 우리의 물가안정목표 중심치인 3%를 넘지 않는 2.9%였습니다.
한국은행 임직원 여러분,
<올해 대내외적 환경의 변화와 새로운 역할>
과거를 회고하는 것은 미래를 예측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어떤 변화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까? 글로벌 추세가 더욱 심화되고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대외적 환경을 우선적으로 살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선진경제와 신흥경제권의 회복격차가 계속 유지되거나 확대될 것으로 보는 two-speed global recovery, 미국, 유럽 그리고 중국 등 신흥경제권이 제 각기 다른 경제발전 궤적을 그릴 것으로 보는 three-way split 등 각종 표현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금과는 다른 다양한 상황이 우리 앞에 벌어질 것은 틀림이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는 위기극복 과제와 앞으로의 방향이 비교적 단순하게 정리될 수 있었습니다. 국제적 공조체제의 작동이 가능하게 된 것도 이러한 여건에 연유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변화가 전개되는 미래 여건에서는 이에 상응하는 적절하고도 새로운 방안이 요구되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대응책도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방안이 강구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급변하는 환경에 상응하여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합리적 전략을 신속하게 모색해야 하는 것이 이 시대가 우리에게 부여한 첫 번째 책무일 것입니다.
글로벌 경제의 불균형을 교정하는 것은 현 글로벌 금융위기의 요인을 치유하는 것임과 동시에 향후 국제경제 질서의 안정적 확립을 위한 전제조건입니다. Global rebalancing을 위해 G20가 앞으로 수개월 내에 얼마나 유효한 indicative guideline을 만들어 나아갈 수 있을는지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이 과정에 적극 참여하여 기여하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두 번째 과제입니다. 한편, 우리의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수출이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내수와 수출의 동반성장을 통해 경제의 각 부문이 균형적으로 발전하는 것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중장기적인 목표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우리는 어떠한 발전모델을 구상해 나아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대외적인 균형을 유지하는 전제조건 아래 각 부문의 균형이 유지된 성장을 유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중앙은행은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깊이 고민해야 할 때이며,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세 번째 임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내외적인 환경 변화를 감안할 때, 우리 앞에 놓여있는 도전은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앙은행으로서 견조한 성장세의 유지와 물가안정 기조를 확고히 하는 데 중점을 두면서 기준금리정책을 운영해야 할 것이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내수와 수출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개방된 소규모경제로서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각종 거시경제 정책수단에 대한 분석, 지속적 성장을 위해 해결해야 할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조사 및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의 강구, 국제금융질서의 개편이 우리의 금융구조 및 금융·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 분석과 이에 대한 거시건전성 정책을 포함한 각종 대비책 마련 등이 당면한 실천적 과제의 예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는 한국은행의 모든 부서들이 이러한 과제들의 수행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을 것이기에, 이러한 변화에 걸맞은 새로운 업무를 개발하는 데에 모든 구성원들의 헌신적 노력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겠습니다. 시대상황의 변화에 적합한 각 조직의 존재이유(raison d'etre)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이에 적절하게 대처하여야만 각 부서의 경쟁력이 드높아질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우리는 얼마나 긴 기억력을 갖고 있나요? 경제위기는 대개 경제학의 위기로 이어졌습니다. 전대미문의 위기를 예측하지도 못했고, 대안도 쉽게 제의하지 못하는 것이 경제학자나 경제기구의 능력의 한계였습니다. 비록 중앙은행도 이러한 비난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지만,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이 중앙은행의 역할과 위상이라고 하여도 결코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최종대부자로서 위기 극복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와 관련되는 거시건전성 규제나 정책에 관하여는 앞으로도 계속 책임감을 갖고 분석하고 검토하는 과업을 사회로부터 요구받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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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안보람 기자 (ggarggar@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