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채애리 기자] 사회분석학에는 평행이론이란 학설이 있다. 평행이론은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두 사람의 운명이 같은 패턴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바로 미국 대통령 A.링컨과 J.F.케네디의 비슷한 운명이 평행이론의 단적인 예다.그런데 이 이론이 한국의 기업과 일본의 기업에도 묘하게 작용되고 있는 듯 보인다. 이는 바로 한국의 한국토지주택공사 LH와 일본의 도시정비공단이다.
양국의 골리앗급 부동산 공기업은 탄생 배경도 유사하다. 즉 주택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택부문과 택지부문으로 각각 창립됐다가 주택 보급이 더이상 중요 사안이 아닌 시기가 오자 통합됐다는 점이다.
우선 일본은 1980년대 말 미입주 주택의 과다, 주택질 향상의 필요성, 도시정책의 변화가 재기되면서 일본주택공단과 택지개발공단 통합을 추진, 도시정비공단으로 개편한 바 있다.
이로 부터 20년 흐른 2009년 한국은 일본 주택공단과 비슷한 역할을 했던 한국주택공사와 일본 택지개발공단의 기능을 수행해 온 한국토지공사가 재무부실과 방만 경영 등을 타파하기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 통합했다.
통합된 일본 도시정비공단은 1990년대 초 부동산 버블 붕괴와 함께 위기를 맞기 시작한다. 분양주택 수 대비 청약자수가 1993년에는 11.6배에 이르렀지만 불과 1년 뒤인 1994년에는 4.4배로 급감했다. 결국 1995년 9월 말에는 준공 후 미입주주택이 2451가구가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공단은 1995년 당시 작은 면적의 저가 민간분양주택이 수도권에서만 약 8만5000가구가 공급되면서 '시장대응 미숙'이란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된다.
이로써 일본주택공단과 택지개발공단의 통합이 이뤄진지 10년이 흘렀으나 도시정비공단은 임대주택의 임대실적저조, 분양주택 미분양 심화, 각종 상업시러의 미분양이 누적되면서 적자가 늘어났다. 게다가 이를 개선하기 위한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지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자 공단구조조정의 필요성이 강력하게 제기됐다.
결국 1999년 10월 1일 일본 정부는 주택·도시정비공단을 해산했으며 도시기반정비공단을 재 설립, 2004년 7월1일 도시기반 정비공단 독립행정법인 도시재생기구가 탄생하게 된다.
현재 한국은 한국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합병이 이뤄진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LH는 통합당시 85조원으로 추정되던 부채가 118조원으로 늘어나는 등 부채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최근 들어 LH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사옥 매각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 25일 인천본부 신사옥과 전북본부 신사옥 매각 입찰 접수 결과 단 한건도 접수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다. 118조원에 달하는 부채규모를 줄이기 위해 나섰지만 좀처럼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보금자리주택 등 서민들을 위한 '반값아파트'까지 지으면서 민간건설경기까지도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6일 LH는 '위기상황 극복을 위한 비상경영 선포 및 노사공동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1인 1자산 판매, 경비 10% 절감 등 118조원의 부채를 줄이기 위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바 있다.
기자(본지 24일자)는 비상경영체제의 일환인 '3컷3업'운동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현실성없는 운동으로 LH가 한국의 공기업으로 우뚝 설 수 없을 것 같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LH측은 "효과는 장담할 수 없지만 노력하는 모습을 봐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자구노력'을 외치는 LH의 지난해 기준 직원의 임금 수준은 월평균 489만원으로 한국 상용직 근로자 평균 임금 230만원의 두 배가 넘는다. 지난해 경영평가상여금 및 실적수당도 평균 1200만원에 이르렀다. 아직까지 이렇다할 인원 구조조정 조차 실시하지 않았다.
현재 LH에게 필요한 노력은 '안되면 그만'인 자구노력 따위가 아닌 '제살 깍는 고통'이다. 지난해 1월과 3월 두차례 실시된 건설사 신용 위험성평가에서 워크아웃대상으로 지정된 건설사들이 30% 가까이 인원을 축소한 것을 감안한다면 LH의 '피나는 노력' 없는 자구노력은 '허풍'에 불과하다.
사실 일본의 공기업과 한국의 공기업이 기묘하게 같은 패턴을 갖게 된 것은 한국 공기업의 뿌리가 일본 공기업에 두고 있으며 일본의 제도에도 영향을 많이 받았던 탓이다.
한국에서 소위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사가 무너지는 것은 우리로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일 것이며 또한 무너져서도 안된다. 하지만 부자나라인 일본에서도 공기업은 안일한 경영으로 무너졌다.
일본 도시정비공단이 무너지는데 소요된 기간은 약 10년이 걸렸다. 그들이 붕괴될 수 없었던 가장 큰 원인은 과감한 구조조정과 시장상황에 대한 시행착오, 그리고 안일한 대응 때문이었다.
LH는 일본 도시정비공단의 전처를 밟지 않고 도시정비공단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현재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