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이 아니라 이젠 고려공사 중구난방(衆口難防)이라고 불러야 될 겁니다" 21일 있었던 부동산 관계부처 장관의 대책회의가 소득 없이 끝나자 이를 지켜보던 한 건설업계 관계자가 내뱉은 말이다.19일 한 여당 국회의원의 입에서 나온 '부동산 거래 활성화대책' 임박설은 이번 주 내내 전국을 강타한 사건이 됐다.
DTI규제 완화가 주요 내용이 될 것으로 알려졌던 이번 대책은 실제 시장에서의 효용성은 차치하더라도 석달 만에 또 다시 부동산 경기 부양책이 나왔다는 점에서 대책이 발표도 되기 전부터 찬반양론이 격렬하게 대립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정부가 보인 모습은 실망을 떠나 허탈함마저 들 정도다. 이에 일각에서는 4대강 사업을 할 때 보였던 저돌적인 정책결정을 왜 보이지 못하냐는 우스개 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DTI규제 완화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란 시그널은 전날인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금융점검회의에서 나왔다. 이날 회의에는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부동산 관계부처 장관급들은 열띤 회의를 가졌지만 결국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회의 전 "각 부처 간에도 의견 차이가 있는 것 같으니 충분히 논의하라"고 지시한 것이 알려지면서 대통령도 중재하지 못할 정도의 의견 차이가 있음이 확인됐다.
물론 DTI완화를 둘러싼 각 부처의 입장은 다를 수 밖에 없다. 금융위는 금융 건전성을 고려해야하고, 국토부는 미분양으로 대규모 부도를 우려해야하는 건설업계와 부동산 시장을 고려해야한다. 또 기획재정부는 세수(稅收) 등 나라살림 전반을 고려해야하는 만큼 DTI완화에 대한 입장은 사실 양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문제는 규제가 완화될 것이란 예상이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졌음에도 실무자들이 아닌, 각 부처 수장인 장관급 인사들이 모인 회의에서 마저 종전 입장만 되풀이해 주장하다 대책 자체가 연기 됐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조직의 수장들이 모이는 회의는 물밑 조율은 모두 끝난 뒤 합의만 남겨놓은 자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지난 20일과 21일 두 차례에 걸쳐 청와대와 과천청사를 옮겨가며 열렸던 장관급 회의는 백지상태에서 서로의 의견을 전달한 실무자급 회의와 전혀 다른 점이 없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청와대마저 이 같은 '부처간 이견'을 조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21일 과천 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관계부처 장관회의 자리에는 아예 최중경 청와대 경제수석은 참석도 하지 않았다.
물론 회의 성격상 청와대에서는 참석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날 열린 회의에서 아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음을 직접 목격했을 청와대 경제수석이 이튿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중재노력을 청와대 스스로 포기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정치적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는 의혹도 있다. 7.28 재보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도 정책 결정 무산의 한 요인이라는 게 이 의혹이다. 실제로 집권당 시절 DTI규제를 수립한 야당은 DTI규제 완화 움직임이 나오자 극렬 반대 입장으로 똘똘 뭉친 상태다.
여기에 최근 터진 강용석 의원 성희롱사건으로 여론이 더 악화되자 가급적 여론을 자극할 만한 발표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 이들 장관급 인사들의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더욱이 DTI규제 완화 합의 실패는 각 부처가 공무원 특유의 '복지부동(伏地不動)'에 근거한 것이 아니냐는 날선 비판도 피할 수 없다.
재보선 이후 예상되는 개각도 네명의 장관급 인사에겐 이번 대책 연기의 한 원인이란 의혹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입각 2년 반을 앞두고 있는 정종환 국토부 장관이나 교체가 잦은 경제부부처 기관장들의 입장에서 물러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굳이 총대를 멜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이런 우스꽝스러운 대책 회의를 불렀는지도 모를 일이다.
정권 교체 후 실시된 공무원 구조조정에서 한 고위공무원이 '우리는 영혼 없는 팔다리'라는 말을 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여기서 영혼을 두뇌가 아니라 감정이라고 본다면 공무원을 표현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말은 없을 것이다.
사사로운 감정없이, 부처 이기주의 없이, 정말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책 결정이 어떤 것인지 고민해야하는 것은 정부 공무원들의 중요한 사명이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