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계 일각 "연합회, 은행장들보다 정부 뜻 대변 앞장"
- 임금인상, 은행권 M&A 고용안정 등 예민한 이슈 즐비
[뉴스핌=한기진 기자] 여느 때보다 뜨거울 은행권 임금단체협약의 계절이 돌아왔다.
금융위기 이후 지난 2년간 내리 임금 삭감과 동결을 해왔던 터라, 이번은 인상될지 은행원들의 관심이 크다.
협상 대표자로 나설 전국금융산업노조(이하 금융노조)는 은행 노조들을 비롯해 산하 금융노조 조합원들의 여망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경우 반발정서가 불거질 수 있어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또 은행연합회가 법적 대표기구로 권한을 갖고 사측대표로 협상테이블에 앉는 첫 산별교섭도 어떤 결과를 낳을지 관심사다.
그동안 연합회는 각 은행들로부터 교섭 위임장을 받아 협상을 했다.
이 때문에 협상타결 후에도 몇몇 은행들이 이를 파기, 각자 재협상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대형시중은행 고위 임원은 “연합회가 처음으로 법적 권한을 갖고 하는 만큼, 은행들의 이해를 대변하지 않고 정부의 눈치만 본다면 반발을 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 다음주에 임금협상 기본안 윤곽잡일 듯
금융노조 각 지부 대표자들은 오는 8일과 9일 이틀간 중앙회의를 열어 임금협상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임금인상률을 어느 정도로 요구할지 결정되지 않았고, 금융당국이 은행권 M&A(인수합병)을 하겠다고 예고하고 있어 고용안정도 ‘빅 이슈’가 될 전망이다.
임금인상에 대한 금융노조의 고민은 상당히 크다.
금융위기를 이유로 내리 2년간 임금 삭감 또는 동결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도 같은 결과를 내놓는다면 조합원들의 반발을 살 것이라는 게 내부의 분위기다.
금융노조 핵심 관계자는 “증권 보험 등 다른 금융업종의 임금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은행권은 감소했는데 3년 내리 반납 및 동결된다면 조합원들의 반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인상여부를 능가하는 사안은 고용안정이다.
금융당국의 생각대로 은행권 M&A를 통해 대형은행 1~2개가 탄생한다면 이에 따른 인력구조조정 쓰나미를 동반할 우려가 커서다.
대형화 자체만으론 영업수익과 순이익을 저절로 향상시킬 수 없는 대신에 비용절감이 즉효약인데다 인력감축이 가장 효율적 절감책으로 꼽힐 게 뻔하다.
은행권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적어도 두 번, 많게는 다섯차례 이상 인수합병(M&A)을 격은 터라, 은행원들은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금융노조는 우리금융을 중심으로 KB금융, 하나금융지주, 외환은행 등 어떤 조합도 최소 20~30% 이상의 구조조정이 될 것이라며, 비정규직을 포함해 적게는 5000여명 많게는 1만여명이 실직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 연합회, 은행 경영진들 만족 못 시키면 불만 급팽창할 듯
지난 2008년 노사합의로 은행연합회는 법적인 사용자 단체로서 대표성을 갖는다.
이에 필요한 법인을 설립했고, 은행장들이 이사로 참여한다.
따라서 연합회가 금융노조와 합의를 한 사안에 대해, 과거처럼 일부 은행들이 불복하고 자체적으로 재협상하기는 쉽지 않다.
모든 은행들이 연합회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대로 자신들의 이해를 대변하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한 은행권 인사는 “협상결과를 통해 헌법에 보장된 사용자의 권한을 보호받느냐 그렇지 않느냐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 전적인 신뢰보다 경계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는, 연합회가 정부의 방침에 따라왔다는 인상이 커서다.
지난 2년간 정부는 은행권 임금수준을 낮추도록 줄기차게 압박해왔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이 과정에서 은행연합회가 정부의 의도를 관철시키는데 앞장서, 주력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와 은행들의 의중이 과거와 같다고 볼 수 없다는 해석이 많다.
임금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싶은 게 사측의 바람이지만, 직원들의 사기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시중은행은 지난 2년간 임금삭감 대신 복지혜택을 늘려주는 등의 방법으로 손실분을 보전해 주는 방법으로 조직관리에 숨통을 틀 수 있었다.
하지만 국책은행을 비롯한 금융공기업들은 이마저도 불가능했다. 오히려 이중 삼중에 걸친 정부의 압박으로 생산성이나 경영성과와 관계 없이 임금과 복지수준이 대거 후퇴했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
처지가 조금 다를 순 있어도 은행들은 거듭되는 경쟁 틈바구니 속에서 한 발 밀리는 순간 위상 격하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뼈속 깊이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각 금융사 경영진들은 사기진작과 생산성 향상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성과보상 수단을 자율적으로 발휘하기를 원한다.
물론 경영진과 노조는 임금 및 복지 수준의 합리적 책정을 바라보면서도 언제나 동상이몽이었다.
하지만 은행연합회는 이와는 정반대의 주장을 한다.
지난해 10년만에 처음으로 단체합의를 결론내지 못했던 이유가, 정부를 눈치봐서가 아니라 연합회가 은행들이 원하는 방향보다 완화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연합회가 오히려 정부의 의중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곤혹스러워 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합회측은 은행들의 이해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일은 물리적으로 힘들다는 반응이다.
임단협에 나설 연합회 협상기구의 이사회 멤버가 각 은행들의 은행장이고 이들의 추인을 받아야만 협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 노사협력처 관계자는 “연합회가 협상대표로 나서지만 은행장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된 이후에 협상에 나서는 것”이라며 “애초부터 은행들의 의사나 추인없이 협상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와 금융노조가 어떤 지혜를 발휘해 쌍방 모두 윈-윈할 수 있는 합일점을 찾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