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의 급등에 대한 반발매수가 나올 법도 한데 이미 상처받은 투자심리는 매수를 머뭇거리게 하고 있다.
결국 중장기물의 매물이 쏟아지면서 차익실현 욕구를 자극했고, 채권금리는 사흘째 상승하고 있다. 국채선물은 급락 이후 단기 5일, 20일 이동평균선을 하향 이탈하기도 했다.
밤사이 미국 국채시장에서도 조정심리가 확산되는 듯 2년과 10년 수익률이 각각 11bp와 16bp나 급등했다.
국채 물량 확대에 따른 부담으로 5년물 입찰이 부진한 데다 미국의 내구재주문이 3개월 연속 증가, 경기회복 기대감이 강화되는 등 금리급등의 원인이 됐다.
전세계적으로 채권공급량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국채가격의 급락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런 미국채 금리의 상승은 신용평가기관인 피치가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단계 하향 조정했음에도 벌어진 일이라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 졌다.
그리스 재정적자 문제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심리보다 전세계적인 공급확대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내 채권시장 역시 당분간 조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보인다.
특히 오늘은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가 예정돼 있어서 이에 대한 경계심도 작용하고 있다. 긴급비상조치 중의 하나였던 총액한도대출 규모를 정상화 과정에서 이제는 축소할 가능성이 있지 않나 하는 관측을 내놓으며 시장은 이를 주시하고 있다.
총액한도대출규모 축소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이성태 총재의 마지막 금통위기 때문에 특별한 이벤트가 없을 것이다', '중소기업의 여전히 어려워 축소가 어려울 것이다'라는 의견이 나오는 반면 '과도한 유동성을 줄인다는 액션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질적으로 금리에 영향을 줄 재료는 아니지만, 최근 급조정 속에서 투자심리가 크게 훼손된 탓에 아물지 않은 상처를 건드린다는 측면에서 시장에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금리급등이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라기보다 과도했던 '매수쏠림' 현상이 해소되는 과정으로 풀이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면 단기물의 상승이 컸어야 하지만 최근시장은 장기물이 더 빠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해서 거의 되돌림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진단도 나온다. 추가적으로 여진이 있겠지만 제한적인 조정으로 국고 3년기준 3.80~4.00% 사이의 박스권의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다른 일각에서는 증권의 매도가 강하다는 데 우려를 표하는 모습이다.
연초 금리 하락으로 이미 상당한 평가이익을 올린 증권이 평가이익 관리와 단기 트레이딩 물량의 손절에 나설 가능성이 아직 열려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정의 폭이 깊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미국의 국채금리가 급등함에 따라 얼어버린 투자심리가 다시 녹을 기회마저 빼앗아 갔을 가능성도 있다.
채권시장이 '춘삼월 호시절'을 논하려던 차에 다시 '춘래불사춘'의 차가운 기간을 맞고 있는 현 시점에서 대내외 변수들이 등장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회복 기대가 커지는 상황이고, 국내 투자심리도 다시 다지는 시간을 맞고 있다는 점에서 변동성 리스크에 주의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미국채 수익률이 예상치 못한 급등을 보인 것이 최근 불안한 심리와 어우러져 시장을 약세로 이끌었다"며 "오늘 금통위에서 총액한도대출 규모 축소 등의 이슈가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시장심리가 변할 가능성도 충분하지만 일단 조정심리가 쉽게 꺾이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조정 국면에 처한 마당이기 때문에 국고 3년물 4%의 상향 돌파 가능성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국채선물의 경우 110.29선 안팎에서 20일 이동평균선의 지지력을 일단 확인할 필요가 있다. '떨어지는 칼'을 굳이 잡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선물의 정성민 애널리스트는 "약세심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채 금리까지 급등하다보다 매도물량이 나온 듯하다"며 "외국인이 20일 이평 테스트 국면에서 매수를 유지하고 잇는 점은 일단 시세 하단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