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미래 청사진엔 2차 전지가 있었다. 하지만 이는 어찌보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PDP와 CRT는 이미 그 때부터 '계륵'의 신세로 전락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유가, 친환경 시대를 맞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2차전지 사업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은 어찌보면 허울좋은 명분이었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PDP 시장은 적잖이 우울했다. LCD와의 경쟁에서 점점 밀려났다. 삼성전자와의 통합경영으로 활로를 모색하며 어느 정도의 성과는 있었다. 그럼에도 발전하는 시장이 아닌 퇴행하는 시장임은 분명하다. 통합경영 1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삼성전자와의 불필요한 마찰을 없앰으로써 원가 절감을 통한 경쟁력 혁신, 또 이를 통한 손실 규모 축소는 삼성SDI로서는 득이었다. 제조공정상의 효율화를 바탕으로 내부 혁신의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그 보다는 오히려 고민거리였던 걸림돌을 제거함으로써 2차 전지등 신사업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이 SDI 입장에선 큰 수확이었다는 평가다.
결국 MD(모바일디스플레이)를 떼어 낸 것도 이런 차원의 처방전이다. 삼성전자와의 합작을 통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가 올 초 탄생했지만 삼성전자의 중소형디스플레이 사업부는 원래 돈을 잘 벌던 곳이다. 반면 삼성SDI의 신사업 AMOLED(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는 적자가 많이 났다. 대형성장 사업이라 규모의 경제가 필요했고, 결국 삼성전자가 단기적으로 양보를 하고 삼성SDI를 살려 준 꼴이었다. 물론 삼성SDI의 입장에서 보면 성장 가능성이 큰 미래 알짜배기 사업을 삼성전자에 매각했다는 아쉬움도 남을 법하다.
요약하자면 삼성SDI의 에너지 기업 전환을 위해 걸림돌 제거 차원에서 삼성전자가 PDP에 이어 MD사업까지 고민거리를 단번에 해결해 준 셈이었다.
CRT(브라운관)사업은 이미 사양산업이다. 아직까지 이머징마켓이나 저개발 국가의 수요가 있고, 이 사업을 하는 곳이 이제 거의 없기 때문에 2~3년 정도는 현상유지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일반적인 평가다. 삼성SDI도 이미 상당부분 구조조정을 진행한 상태다. 브라운관 제조업체로 출발한 삼성SDI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이 그 옷을 갈아 입어야 할 시점인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유종우 애널리스트는 최근 '2차전지 사업비중 상승으로 PDP모듈 및 CRT사업 부진 상쇄 중'제하의 보고서를 냈다.
유 애널리스트는 "당초 예상보다 2차전지 출하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작년 하반기 수준까지 회복돼 2분기 매출액 1.14조원, 영업익 320억원, 영업이익률 2.8%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PDP모듈 사업의 적자가 지속되고 있고 중국시장에서 LCD TV의 점유율 상승으로 CRT TV 시장 위축이 가속화되면서 CRT사업의 적자도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LCD TV의 강세 이면에 PDP TV와 CRT TV의 위축이 동반되고 있다"며 "PDP모듈부문은 삼성전자와의 통합경영으로 수익성이 개선 추세에 있으나 경쟁사의 가격인하 정책 영향으로 당초 예상보다는 개선속도가 더디고, CRT사업도 중국시장에서 LCD TV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CRT TV 시장의 축소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2분기에도 1분기에 이어 영업적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결국 6월부터 LCD TV업체들의 가격인하가 다시 진행되고 있어 하반기에도 TV시장에서 PDP 및 CRT 시장의 축소는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요컨대 지속되는 PDP 및 CRT 사업부진을 2차전지 사업의 빠른 성장이 메우고 있는 형국이다.
2차전지와 더불어 삼성SDI가 신수종 사업으로 내세운 태양전지, 연료전지등의 분야는 뚜렷하게 보이는 부분이 없는 상황. NH투자증권의 강윤흠 애널리스트는 "이 부분에서 삼성그룹 내부에서도 역할분담이 명확하게 안 된 걸로 알고 있다"며 "연구인력 등 대형 투자가 들어가는 자본력의 사업이라 R&D(연구개발)는 계속 하겠지만 태양전지의 틈새 시장 정도를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태양전지 등은 주력으로 가기에는 어렵고, 2차전지가 향후에도 이 회사 에너지 사업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결국 현재의 삼성SDI로서는 죽으나 사나 리튬이온 2차 전지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