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자 기사에서 몇몇 주요 당국자들의 발언을 인용,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 그리고 연방예금보험공사 등의 간부들은 오바마 신행정부가 금융권의 대규모 부실을 유발하고 있는 부실 투자 및 대출 자산을 매수하는 정부 소유 은행을 창설하자는 안을 논의해왔다"고 전했다.
이 방안에는 또 정부가 추가적으로 은행권의 추가 손실을 대규모로 보증하는 것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 예상보다 빠르고 크게 확산되는 금융권 부실
이 같은 연방 당국 내부의 논의는 정부의 구제 노력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금융권의 부실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요 은행들은 단지 위기를 촉발한 모기지 대출 자산 뿐 아니라 자동차대출이나 신용카드 대출 및 여타 소비자금융에서도 경기 악화에 따른 손실 위험에 직면했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금융기관 및 전세계 투자자들이 감당해야 할 미국 대출 손실이 약 2조 달러에 달할 것이지만, 이제까지 파악된 것은 1조 달러 정도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잠재되거나 드러나지 않은 부실 위험은 은행들이 추가 대출을 망설이면서 자금을 쌓아두게 하는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다.
당국자들은 부실자산의 손실 위험을 공적으로 보증함으로써 민간자본이 금융시스템으로 유인될 것으로 기대했지지만, 이제까지 대부분 실패한 것으로 판단된다.
쉴라 베어(Sheila Bair) FDIC 회장은 "당국의 구제 논의는 궁극적으로 경제에 다시 돈이 돌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민간자본이 다시 은행들로 돌아와야 한다"고 언급했다.
영국도 이른바 '배드뱅크(Bad Bank)" 설립을 포함한 새로운 구제금융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글로벌 금융시스템이 더 악화되고 있다는 불안감을 촉발하면서 영국 금융기관들의 주가가 급락하는 요인이 됐다. 특히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 억제가 풀리면서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주가는 주말 25%나 폭락하기도 했다.
◆ 민간자본 유인책, 대부분 실패.. 부실 제거 필요
마틴 펠드스틴(Martin Feldstein) 하버드대학 교수는 "금융기관이 다시 대출에 나서지 않는 한 경제 문제를 풀어낼 수 없다"면서, "또 은행의 대출이 다시 살아나려면 반드시 주택모기지담보증권과 관련 파생상품을 포함해 부실자산의 가치 판단 기준이 분명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차기 행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책 외에도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별도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는데, 이는 금융기관에서 부실자산을 제거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이런 의견은 당초 부실자산구제기금을 만들 때 헨리 폴슨 장관이 의도했던 것인데, 그는 실제로는 은행권에 직접 자본을 투입하는 식으로 방향을 선회한 바 있다. 대형은행의 파산을 막기 위한 임시 변통이었는데, 이는 금융시스템의 안정화 내지 대출시장 정상화에는 실패했다.
폴슨 재무장관은 이날 당국이 여전히 금융기관에서 부실자산을 제거하는데 관심이 있다면서, 이들 부실자산을 매입해 이 자산이 보유하는 위험을 정부에게 이전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부실자산통합은행(aggregator bank)'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구제기금으로 '배드뱅크'를 설립하자는 것도 한가지 의견이다. 이 은행이 정부가 보증하는 채권을 발행하여 큰 자금을 마련할 수 있고, 또 부실자산을 매각하는 은행도 일부 지분에 출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FDIC의 베어 회장은 주장했다.
그녀는 '배드뱅크'가 부실자산을 '공정한 가격(Fair Value)'에 인수해야 한다면서, 이는 은행들이 자신들의 자산을 평가하는 가치 평가 방식을 적용하면 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문제는 이 경우 혹시나 필요 이상의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데 있다.
씨티은행이나 뱅크오브아메리카 추가 구제에서 사용된 정부의 테크닉을 좀 더 확대하는 것도 한 가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손실 위험 중 초기 일부를 은행이 부담하면 나머지는 당국이 보증하는 형태로, 씨티는 이런 방식으로 3000억 달러 이상의 손실 보증을 받을 수 있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1180억 달러의 보증을 받았다.
그러나 이런 보증 방식을 전체적으로 확대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수 기관들이 보유한 투자상품의 복잡성이나 다양함을 감안할 때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견이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배드뱅크'의 경우 금융권의 부실이 장부에서 완전히 제거되지만, '보증' 방식에서는 장부에 부실자산이 그대로 남는다는 차이점이 있어 후자의 경우는 투자자들이 선호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정책당국자들은 소비자대출 자산을 담보로 새로 발행되는 안전한 등급의 증권 자산을 매수하는 등 기존 연준의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것도 고려했다. 이를 소비자대출 뿐 아니라 상업용모기지대출 담보로 확대하거나 등급이 좀 더 낮은 증권이나 이전에 발생된 증권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 납세자의 돈에서 손실 발생, 고민
당국의 추가 금융 구제 방안은 의회에서 쉽게 승인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7000억 달러의 부실자산구제기금 중 실행된 1/3 정도의 공적 기금에서는 64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란 의회예산국의 평가가 제출됐다. 이는 오히려 돈벌이가 될 것이라고 한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과는 배치되는 결과다.
더구나 추가 금융 구제를 위해 기금이 7000억 달러 외에 더 필요한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상원은 지난 목요일 구제기금 중 남은 3500억 달러 사용을 승인했지만, 이미 주택소유자와 자동차업체 그리고 뱅크오브아메리카 지원 등으로 많은 부분으로 이 기금 중에서 빠져나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