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위기 상황이다. 현재 생존해 있는 사람 중에는 아무도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당연히, 미래는 극도로 불확실하고 불투명하며, 불안감과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비적 목적의 화폐수요는 급증하기 마련이다. 극단적인 유동성 선호인 셈인데, 이는 곧 신용경색으로 연결된다.
미국과 같은 시스템 붕괴 차원은 아니지만, 한국도 일면 유사한 상황이 전개 중이다. 대외 충격으로 외화 유동성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태이며, 금융 변수들의 변동성은 사상 최고에 달하고 있다. 실물경기는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데, 특히 건설/중소/SOHO등의 신용 리스크가 급등하면서, 실물-금융간 신용경색이 심화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금융시장 내부에서도 유동성/신용 경색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은 시장으로부터 자산 건전성을 인증 받고, 한편으로는 향후 발생 가능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유동성 선호가 심화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수신 기능도 마땅치 않고 중앙은행의 지원도 받을 수 없는 증권사들이 일부 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보강하기도 하였다.
사실, 증권사 신용 리스크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 미국식 IB 모델도 아닐 뿐더러, 건설업 등에 대한 신용 익스포져도 위험스러운 수준은 아니다(오히려 노출의 크기 자체는 은행이 더 클 것이다). 생각컨대 최근 일부 2금융권의 자금난은, 그것이 반드시 신용 리스크의 반영이라기 보다는, 극단적인 유동성 선호 국면에서의 반사적 피해 측면이 우세하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그 피해는 일정부분 은행권으로 불똥이 튀었는데, 그것의 단적인 양상이 은행채 스프레드의 급반등일 것이다.
금융권내 지배적인 리스크가 신용이냐 유동성이냐의 문제는 작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만일 일부 금융회사가 건설 익스포져 등으로 인해 정말로 신용 리스크가 크게 확대되는 상황이라면, 금융시장은 매우 혼란한 시간을 상당기간 겪어야 할 것이다. 금리도 급등할 수 있는데,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들의 매각이 급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유동성 리스크의 성격이 크다면, 그리고 지금처럼 근근히 대응해 나갈 수 있다면 (그 과정에서 금리가 오르긴 했지만), 금리는 결국에는 다시 빠지게 될 것이다.
단기간 유동성이 급격히 선호되는 과정에서 신용경색이 수반되고, 그 충격은 실물경제로 증폭되어 간다. 시간이 지나면서 금융권의 유동성 선호는 점차 충족되어 가겠지만, 그것이 곧 실물경제에 대한 신용재개를 뜻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금융-실물간 신용위축은 내수위축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고, 정책은 그에 대한 대응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 미국식의 공적 구조조정이 아닌 한, 금융경색 해결은 주로 통화정책의 몫일 게다.
극단적인 유동성 선호는 마무리되어 가는데 그간 쌓아 놓은 유동성은 풍부해진다면, 다음 수순은 유동성의 영역 넓히기 과정일 것이다. 즉, 현금에 가까운 채권부터 사들여갈 것이라는 얘기다.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이 확산될 때에는 국고채 3~5년 지표물 중심으로, 반면 조금 더 기다려야 될 것 같은 상황에서는 안전하면서도 레벨이 높은 통안채 영역을 추천한다. 은행채는, 절대 레벨을 추구하는 매수세에게는 나쁘지 않지만, 그러한 입장이 아니라면 국공채 중심의 랠리가 끝나갈 무렵 고민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