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시기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차단하기 위해서 지금이라도 빨리 기준금리 인상을 해야 한다는 의견과 때늦은 금리 인상은 경기침체만 오히려 가속화할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이 기사는 7월 31일 오후 4시 2분에 유료기사로 송고되었습니다.)
먼저 기준금리 인상을 하루라도 서둘러 해야 한다는 입장은 현재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하나를 희생해야 한다면 그 대상은 경기침체일 수 밖에 없다는 이유로 기준금리 인상에 표를 던졌다.
최근의 경기침체의 경우 고유가 등에 따른 고물가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물가를 잡아야 경기도 침체 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지금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만 높아져 임금인상을 요구하게 되고 이로 인해 물가는 다시 오르는 등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더욱이 이런 물가상승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닫게 해 민간소비를 꽁꽁 얼리고 이에 따라 경기가 더욱 위축되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해서도 물가안정이 먼저 선행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와 경기 모두를 챙겨야 하는 상황에서 만병통치약은 없다"면서 "금리 인상으로 경기가 위축되는 등 부정적인 효과도 있겠지만 그 보다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차단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욱 크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더욱이 경기침체가 물가상승에서 기인한 만큼 물가를 잡는 일이 시급하다"면서 "물가는 심리적인 부분이 아주 크기 때문에 물가상승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통화당국의 물가안정 의지를 피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상, 물가잡기보다는 경기위축만 초래
그러나 반대 의견 역시 있다. 한국이 물가안정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고 있긴 하지만 물가와 경기가 모두 망가져 있는 상황에서 물가만 잡겠다고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경기위축은 불 보듯 뻔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에 따르면 올 2/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로 4.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이달 한국은행이 예상한 5.0% 성장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고 전기대비로는 0.8% 성장해 당초 예상치인 1.0%보다 낮았다.
이 중 민간소비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민간소비는 전기대비로 마이너스 0.1% 성장, 2004년 2/4분기(-0.1%)이후 4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민간소비는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8%에 달하는 만큼 민간소비 둔화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속속 나오고 있다.
외국계은행의 한 관계자는 "물가를 예측하고 그에 알맞는 정책을 세우는 게 한국은행의 본연의 임무 아니겠냐"면서 "이제와서 금리를 올려버리면 대출금리가 올라가고 이에 따라 민간소비 위축 등이 내수부진으로 이어져 경기만 더욱 곤두박질 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민간소비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이는 징후는 대출금리 상승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중 대출평균금리는 연 7.02%로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특히 기업대출은 7.04%로 한 달 전에 비해 0.08%포인트 상승했다.
CD금리에 연동되는 가계대출금리의 경우 6월 중 CD금리 보합으로 6.93%를 기록, 한 달 전에 비해 0.02%포인트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91일물 CD금리가 7월 한달새 0.31%포인트(31일 기준: 5.68%)상승한 것을 감안할 때 큰 폭으로 오를 수 밖에 없다.
◇ 금리 인상 시기 적절한가 논란‥"어쩔 수 없다 VS 너무 늦었다"
그러나 지금이 과연 금리 인상 시기로 적기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한국은행이 물가가 이처럼 오르기 전에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렸어야 한다는 비난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지금이라도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입장에서도 한국은행이 물가상승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통화당국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은의 의지라기 보다는 정부와의 정책 혼선에서 빚어진 결과라는 의견이다.
김종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상승에 선제적인 대응이 늦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한은이 선제적인 대응을 하려고 했지만 새정부 들어와서 시기를 놓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늦은 감은 있지만 하반기에 공공요금이 인상으로 기대인플래이션이 확산되는 것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금리 인상 여지는 남아있다"이라는 의견을 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시기가 이상적이면 좋겠지만 6개월 전만 보더라도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곳은 많지 않았다"면서 "더욱이 새정부 들어와서 고환율 정책을 쓰면서 물가는 더욱 뛰어 오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선제적이면 좋겠지만 지금이라도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면서 "이미 시장에는 금리 인상을 반영하고 시중금리가 많이 오른 만큼 금리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지금 금리인상을 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 인상을 하게되면 결국 자산가격 붕괴, 서민경제에 어려움만 더해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항상 선제적으로 외치던 한국은행이 경기와 물가 모두가 나빠지기까지 무엇을 했냐"면서 "대내 요인이라기 보다는 대외적 변수에 의해 물가와 경기의 이중고를 겪고 있기는 하지만 이를 예측하고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게 한국은행의 임무가 아니겠냐"고 질타했다.
외국계은행의 한 관계자 역시 "한은이 선제적 대응을 전혀 못했다"면서 "한은이 이제와서 금리를 올리면 자산가격, 금융시장, 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그 만큼 더욱 커지고 빠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