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플레이션 위기가 도래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맞서기 위한 긴축정책 및 통화가치 절상 정책이 과도할 경우 경제 성장세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지는 지난 15일자 기사를 통해 환율을 통제하면서 빠른 경제성장을 도모할 것이라던 중국 정부의 확고한 '약속'이 올들어서 인플레 파이팅 노력 때문에 그 힘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중국 정부가 올바른 정책 조합을 찾기 위해 부심해왔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며, 과거 미국식으로 강력한 금리인상을 통한 물가잡기는 성장과 컨센서스 구축에 기초한 중국의 정치 문화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중국의 어두운 과거
지금 중국 정부가 당혹해 하는 것은 과거에도 인플레이션 위험에 제대로 대처하기 않다가 급격한 인플레이션 양상과 함께 정치적 혼란이 발생한 경험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중국 경기가 둔화되지 않으면 그 막대한 원자재 수요로 인해 강화된 글로벌 원자재 인플레이션은 또 어쩔 거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특히 중국의 정책 딜레마는 최근 다수 신흥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곤경을 가장 잘 그리고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들 국가는 공통적으로 오랫동안 미국 달러화 페그제를 유지하면서 금융시장 안정과 투자자 신뢰를 유지했지만, 지금와서 이 때문에 정책 능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중국의 '비통상적인' 정책조합은 점차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금리인상이 외국인 자본을 자꾸 끌어들이는 바람에 역작용이 날 것 같자, 중국은 은행 대출을 억제하고 일부 제품 가격 통제에 나섰다. 환율 절상은 연초에는 빠르게 이루어졌지만, 최근에는 그 속도가 줄고 있다.
성과는 제한적이다. 물가 압력이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당초 목표해던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며, 전문가들은 올해 물가 상승률이 7%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996년 이래 가장 빠른 속도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관련, 쉬 샤오녠 CEIBS(China Europe International Business School)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 당국이 인플레 파이팅 면에서 신뢰를 잃고 있으며, 지금은 단지 유가가 내려가기를 넋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된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너무 급격하게 제동을 걸 경우 실업률이 상승하고 또 통치의 바탕이 되는 물질적인 여건 개선 약속이 흔들릴까봐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신용 위기와 중국에서 발생한 자연 재해 또한 당국이 경기를 억제하기 보다는 오히려 부양하는 자세를 보이도록 강제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1980년데 인플레 사태가 사회적 불안을 야기하고, 급기야 1989년 톈만먼 사태로 이어진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문제는 중국 수출이 올들어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부담으로 인해 약화되고 있고, 대출 억제로 인해 부동산개발업체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 정책적 선택이 쉽지가 않다는 데 있다.
다만 10%가 넘는 성장률이 역사적 기준으로 볼 때는 양호한 편이고 물가 상승률이 1년 대출 금리나 예금 금리보다 높는 상황이며, 물가 압력이 돼기고기와 같은 식품에서 벗어나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다수 경제전문가들의 처방은 동일한 방향으로 나오고 있다.
스티븐 로치(Stephen Roach) 모간스탠리 아시아지역 회장은 최근 베이징을 방문한 자리에서 "억제적인 통화정책이 먹히지 않고 있고 물가가 너무 높다.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의 형태로 좀 더 심각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IBRD) 등도 동일하게 긴축 통화정책을 권고하는 중이다.
WSJ는 여기서 금리를 올리지 않고 있는 아시아 다른 국가들도 사태가 악화되면 어쩔수 없이 금리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인도와 인도네시아에 이어 대만과 필리핀도 금리를 인상했고 한국과 태국 역시 이 대열에 동참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태국은 이번주 16일 2년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3.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 올바른 정책 노선은: 중국판 폴 볼커는 '기대난'
그 동안 중국은 올바른 정책 노선을 찾기 위해 부심해왔다.
지난해 중앙은행은 일련의 금리인상을 단행했으나 환율 절상속도는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유지했다. 그러나 외국계 자본들이 금리 차이를 먹기 위해 몰려들었다.
그러나 올해 중국은 금리인상을 중단하고 위앤화 절상 속도를 가속화했다. 그러자 다시 환차익을 먹기 위한 외국 자본이 밀려들었다.
이 유입된 외국 자본이 중국 금융시스템 내의 유동성이 되면서 금리인상이나 통화가치 절상을 통한 긴축 노력을 무화했다. 이 가운데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6월말 현재 1.81조 달러에 이르렀다. 월 평균 400억 달러씩 증가한 것이다.
이 가운데 중국 당국 내에서는 급격한 핫머니 유입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가 비상한 관심사로 부상했고, 결국 자본통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통화정책 전환은 미국에 달려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정부 싱크탱크인 국가정보센터(SIC)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올해 금리인상에 나선다면 중국으로서도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중국 당국은 상업은행의 신규대출 한도 설정과 같이 과거 중앙계획경제 시절의 조치들을 되살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급준비율을 꾸준히 인상하고 있는 것도 금리정책이 막히자 선택한 임기응변책이다.
이런 정책도 어느 정도 효과는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18%에 달하던 대출 증가율이 올 6월에는 15% 수준으로 완만해졌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끊임없이 규제당국의 강제가 필요하기 때문에 민간의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는 "대출 할당 같은 것은 그 인플레 억제 효과가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 신뢰하기 힘들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중국이 어떤 정책 혹은 조치를 취하든지 간에 물가가 낮게 유지되던 시절은 끝난 것으로 보인다.
ING싱가포르의 한 경제 전문가는 "중국은 구조적으로 높은 인플레율을 견디며 살게 될 것으로 본다"며, "3% 미만의 물가 상승률 시대는 지났고, 앞으로는 5% 이상의 물가 상승률 시대가 올 것 같다"고 예상했다.
WSJ는 중국이 과거 폴 볼커 연준 의장처럼 경기 침체를 무릅쓰고서 물가를 잡을 수 있어야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겠지만, 중국의 정치적 문화로 볼 때 이런 모양새가 될 것이란 조짐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