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베어스턴스 구제 당시 크리스토퍼 콕스(Christopher Cox) SEC 위원장은 누구에게 전화를 받지도, 걸지도 못했다. 자신이 베어스턴스의 직접 규제당국 수장이면서도 회의에 참석조차 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대형 증권사의 구제와 매각 과정에서 콕스 위원장이 보여준 모습은 앞으로 미국 금융 규제당국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될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가 핵으로 부상하면서 SEC는 설 곳을 잃고 있는 것이다. 재무부와 연준이 베어스턴스 구제와 관련된 협상으로 밤을 세울 때 콕스 위원장은 생일 파티를 열고 있었다. 그리고 연준과 재무부가 계획을 발표한 다음 주 콕스는 가족들과 여행을 떠났다.
이 때문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어야할 증권당국 수장이 해이한 태도를 보였다는 비판이 일어났다. 결국 SEC를 폐지하고 연준에게 월가를 맡기자는 의견마저 제출됐다는 것.
실제로 헨리 폴슨(Henry Paulson) 재무장관은 연준의 금융기관 감독 범위를 투자은행까지 확대하는 새로운 규제 체계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미국 의회는 7월에 청문회를 개시할 방침이다.
콕스 위원장을 방어하는 쪽에서는 그가 SEC 수장의 권한 내에서 행동했으며 월권 행위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일부 지지자들은 베어스턴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콕스 위원장은 연준과 밀착하여 일했고 투자은행들의 재무 여건에 대한 낙관적인 태도로 패닉 사태를 방지했다고 옹호하기도 한다.
데이빗 루더 전 SEC 위원장은 콕스가 극단적으로 긴급한 상황에서 적절하게 대처했다는 평가했다는 의견을 전자우편을 통해 전하고 이 같은 의견을 WSJ에도 전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콕스 위원장의 전임자들은 과거 위기 때 콕스 위원장보다는 좀 더 부각되는 SEC의 입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
1990년 투자은행 드렉셀버냄램버트의 구제 문제가 부상했을 때 당시 SEC 위원장이던 리처드 브리든은 제럴드 코리건 뉴욕 연준 총재 및 니콜라스 브래디 재무장관과 함께 활약했고, 2001년 911사태 때의 하비 피트 SEC 위원장은 증권사 및 주요 거래소 수장들을 만나기 위애 뉴욕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싣기도 했다.
한편 아서 레빗 전 SEC의장은 콕스 위원장에게 좀 더 공격적으로 SEC의 권위를 유지해 나가라는 요구를 전달하기도 했다. 최근 관계자 회의를 열었을 때 콕스 위원장은 전 위원장들의 고견을 청했고, 피트 전 위원장은 "논의에 끌려가지 말고 논의를 주도하라"는 주문을 내놓았다고 WSJ는 소개했다.
브리든 전 의원장에 따르면 과거 드렉셀 구제 때만 해도 SEC는 규제 당국들간의 논의를 주도했다고 한다. 다만 베어스턴스의 사태는 불법적인 행위가 문제가 된 드렉셀과는 달리 금융시장 전반에 파급효과를 불어일으킬 수 있는 더욱 심각한 사태였다는 것은 차별적인 것이라고 브리든은 지적했다.
콕스 위원장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드렉셀과 베어스턴스 사태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이번 베어스턴스 사태 때 자신이 깊이 관여했지만, 재무부와 연준이 베어스턴스 매입 주체를 찾겠다는 입장에 지지를 표명한 뒤에는 한 걸음 물러났다고 밝혔다. SEC는 이 업계를 규제하기는 하지만, 그런 협상까지 조율할 권한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는 "SEC는 규제당국이다. 어떤 기관의 거래를 일일이 규제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콕스는 연준과 재무부의 계획에 자신도 서명했지만, 일단 베어스턴스 문제가 '상업적인 거래' 문제가 되면 SEC의 책임은 오로지 시장에 참여하는 고객들의 계좌를 보호하고 거래의 규제적인 측면에 대한 비공식적인 승인 작업만 남는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SEC가 자금을 대출할 권한이 없는 반면 연준이 그런 권한을 가졌기 때문에 더 큰 역할을 한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SEC 내부 관계자들도 콕스 위원장이 좀 더 강하게 주장을 밀고 나갔어야 했다는 의견을 내놓은 가운데, 콕스는 최근들어 언론에 출연해 "연준과 SEC가 지닌 다양한 규제 기관으로서의 전망을 각각 유지하는 것이 좀 더 유용할 것"이란 견해를 내놓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