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여전히 투기가 고유가의 원인이라고 주장했지만, 서방 선진국과 동맹세력들은 공급 부족 우려에 따른 것이란 판단을 공유하려고 했다.
한편 고유가 인플레이션 우려에 직면한 석유소비국들의 증산 요구에 사우디를 비롯한 일부 주요 산유국이 적극 부응하겠다고 나섰지만, 여전히 다른 산유국들 사이에서는 동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지난 22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모인 산유국과 석유소비국들은 원유 가격 상승이나 급격한 가격변동성이 세계 경제에 해롭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거래의 투명성 및 규제 강화와 함께 추가적인 생산설비 투자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 선에 육박한 가운데 열린 이번 서밋에는 영국 고든 브라운 총리와 미국 에너지장관 그리고 사우디 국왕과 일부 산유국 석유장관이 참석, 총 35개국 이상, 7개 국제기구와 25개 업체가 참여했다.
고든 총리는 이 같은 형태의 서밋을 내년에 런던에서 다시 열자며 정례화를 주창했고, 지지를 이끌어 냈다.
특히 사우디는 공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앞으로 자신들의 생산능력을 현재 수준의 1.5배인 일일 1500만 배럴까지 끌어 올릴 것이란 계획을 내놓았고, 또한 7월부터 일일 20만 배럴 추가로 증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알리 알-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은 필요할 경우 증산량을 20만 배럴 이상으로 늘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쿠웨이트의 모하메드 알-올라임 석유장관은 기자들에게 사우디를 지지한다며 "시장이 요구한다면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주저없이 증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차킵 켈릴 OPEC 사무총장은 증산에 반대하면서 9월 정기 총회 이전에 증산을 결의하기 위한 임시회의 같은 것은 소집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과연 OPEC이 새로운 수요에 맞추기 위해 남은 증산 여력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제다 회담에서 미국 등 서구 열강들은 생산이 부족해 유가가 올랐다고 주장한 반면, OPEC은 '투기'가 유가 급등 주범이라고 주장해 서로의 시각차를 재확인했다.
알제리의 석유장관인 켈린 사무총장은 사우디의 증산에 대한 의견을 내놓기를 거부했으며, 다른 석유장관들은 이번 정상회담의 필요성조차 거부하는 입장이었다.
제다에 도착한 리비아의 석유장관은 이번 회동에 결론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고, 사우디의 직접적인 접촉으로 가까스로 베네수엘라가 정상 회담에 참석했다.
켈릴 사무총장은 "우리가 보기에 석유시장은 수급 균형상태다. 유가가 이 같은 펀더멘털에서 크게 벗어나 있는 것이며, 이건 공급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때에 무슨 공급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사우디를 지지한 쿠웨이트 석유장관도 이 같은 시각에는 동조했다. 그는 "펀더멘털한 요인보다는 투기, 정유설비 부족, 달러화 가치 하락 그리고 지정학적 우려 등이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압둘라 알-아티야 카타르의 에너지장관은 "공급이 부족하다고 보지 않으며, 어떤 경우에는 공급이 소비를 넘어서고 있다. 우리가 상당수 고객들한테 확인한 결과 석유를 더 구매해야 하는 처지는 아니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AFP통신은 한 중동 고위 관계자의 언급을 인용, "일일 20만 배럴 증산하기로 한 사우디를 제외하고는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정도가 각각 일일 10만 배럴 및 일일 15만 배럴 정도 추가 증산 여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UAE는 그나마 지속적으로 증산 가능한 수치지만 쿠웨이트의 경우는 지속적인 증산 여력을 가진 것도 아니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더구나 이들 3개국이 증산하는 원유는 현재 서구 시장이 요구하는 경질유가 아닌 유황이 많이 포함된 중질유다.
전세계 산유국의 증산 여력에 대해서 미국 측은 일일 200만 배럴 정도라고 추산한 반면, 사우디는 일일 300만 배럴 정도라고 주장하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