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그의 발언에 외환시장이 너무 과응반응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시장이 그의 의중을 제대로 읽기는 했지만 그 같은 행보에는 분명히 위험이 존재한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국제화폐 컨퍼런스에 화상연설로 발언한 버냉키 의장은 "달러화 가치 변화가 인플레이션 및 기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함의에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재무부와 함께 연준 역시 "외환시장의 변화를 계속 예의 주시할 것"이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이 발언이 전해지자 달러/유로는 1.56달러 선에서 1.54달러 대로 2센트 가량 급전직하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버냉키의 발언은 미국 정책 당국이 달러 약세에 대해 온건한 방관(benign neglect)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믿던 외환시장 참가자들에게 틀림없이 충격이 되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신문은 달러화를 부양하겠다는 버냉키 의장의 발언은 아마도 달러 강세를 통한 수입물가 하락으로 인플레이션과 고유가라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잡겠다는 의지의 소산이었겠지만, 이 같은 전술은 또한 상당한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먼저 달러화가 버냉키 의장의 구두개입에도 불구하고 약세를 재개할 경우, 연준이 재무부와 함께 직접 시장에 개입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럴 가능성이 있는냐에 대해서 시장 전문가들은 고개를 흔든다.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을 담보로 발언하는 것은 신뢰를 실추시킬 위험을 동반하는 거이다.
한편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달러 매수를 촉발할 수 있겠지만, 이는 그동안 자유방임주의적 정책관을 위배하는 것이라 정책 비일관성 및 불확실성으로 인해 새로운 달러 매도 압력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빗 길모어(David Gilmore) 포린익스체인지애널리틱스의 외환분석가는 "버냉키의 발언은 지난 20년 동안 연준 의장에게서는 들을 수 없었던 말"이라며, "이제 달러 환율 정책이라는 심연에 뛰어든 셈"이라며 쉽지 않은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실제로 이번 발언은 연준이 앞으로 정책 전망을 고려할 때 환율 변화를 고려에 넣겠다는 말로도 보인다.
하지만 그는 달러가치 부양을 위해 금리를 올리자고 제안하지는 않았다. 외환분석가들은 달러 매수 개입이 단행될 것이라고 보지도 않고 있다. 2001년 이후 미국 당국은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마이클 페롤리(Michael Feroli) JP모간체이스의 이코노미스트는 "버냉키의 발언은 달러화에 대해 어떤 액션을 취할 수도 있다고 위협함으로써 시장에 대해 압박을 가하기 위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외환시장이 달러화 약세가 거의 종료지점에 도달했다는 판단을 수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어떤 면에서 보더라도 유로화 대비 달러화 약세는 과도한 상태라는 평가도 함께 나온다.
짐 오닐(Jim O'Neil) 골드만삭스 글로벌 수석이코노미스튼는 "달러화 약세를 반전시킬 매우 많은 요인들이 작동하고 있다"며, 미국 무역적자 개선 추세가 그 대표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유로화가 경제적 펀더멘털에 비추어 약 20% 정도 고평가된 상태"라고 봤다.
하지만 다른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확실히 회복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 없이는 달러화 약세가 쉽게 반전되기 힘들 것이라고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는 금리 전망 요인이 달러화 향배에 중요한 변수로 판단된다. 달러화는 지난달 연준이 금리인하를 중단할 것임을 시사한 뒤에 안정되는 모습이었다. 이제는 외환시장에 연말까지 금리인상 기조로 전환할 가능성이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WSJ는 여기서 버냉키 의장의 최근 발언을 보자면 금융시장이 안정되려면 아직 멀었으며 경기 하방위험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등 현행 통화정책 기조에 대해 "적정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기대를 뒷받침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화요일 화상 연설에서도 버냉키는 경기 약세를 지적하면서 "주택시장, 특히 주택가격이 분명한 안정세를 보이기 전에는 경제성장 하방위험이 지속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