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선진국 G-7 대표들은 회담을 마친 후 발표한 공동성명서에서 "지난 회담 이후 몇 차례 주요 통화들 사이에서 급격한 변동이 발생했으며, 우리는 이것이 경제 및 금융시장 안정성에 대해 지니는 함의를 우려하고 있다(at times sharp fluctuations in major currencies, and we are concerned about their possible implications for economic and financial stability)"고 밝혔다.
일견 보기에 온건해 보이는 이 문구는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당국자들이 이제는 달러화 약세가 더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변화다.
외환시장에서는 G-7 성명서 문구가 조금만 변해도 민감하게 생각하는 만큼 이번 성명서는 사실상 '엄청난 변화'라고도 할 수 있지만, 사실상 세부적이지 않고 두리뭉실할 표현을 앞으로 시장에서 어떤 식의 변화를 담보할 수 있느냐에 따라 약이 될수도 있고 독이 될수도 있다.
이번 성명서에서 달러화 약세를 막기 위해 공적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식의 표현은 나오지 않았지만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이를 정책 변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보고 대응할 것이다.
하지만 선진국들이 달러화를 적절히 부양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투기세력이나 시장 참가자들은 이를 좌시하지 않고 역으로 대응할 위험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미국이 금리인하를 중단하거나 유로존이 금리인하에 돌입하는 것, 혹은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등 단호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유럽 당국은 달러화 약세에 대해 계속 우려와 불만을 제기해왔다. 이번 회담 직전에도 유럽위원회(EC)의 요아킨 알무니아(Joaquin Almunia) 의장은 대규모 미국 무역적자와 아시아의 방대한 무역흑자는 앞으로 더욱 급격한 달러화 약세와 유로화 강세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우리 경제에 너무 과도하게 불리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주 장-클로드 융커(Jean-Claude Juncker) 유로그룹 의장은 이 같은 유로존의 우려를 조지 부시(George Bush)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한 바 있다고 자체적으로 발히기도 했다.
백악관은 이에 대해 밝히기를 거부했지만, 부시 대통령은 지난 달 "전적으로 강한 달러화를 원한다"고 말하는 등 이미 시장이 달러화 가치를 저평가하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그 동안 환율 문제에 대해서는 발언을 극구 삼가던 태도가 변했다는 평가다.
달러화 약세는 미국 외환당국이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게끔 했다.
이미 경기 침체에 빠져든 것으로 평가되는 미국 경제에서 달러 약세 덕분에 살아나고 있는 수출 산업은 효자소리를 듣고 있는 중이지만, 달러 약세가 유발한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앙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게 높아지면서 금리인상과 경기 약화 그리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달러자산 매도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유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강하다.
이번 G-7 성명서의 환율 관련 문구가 날카롭지 못한 것은 또한 선진국 외환당국의 전략이 통째로 수정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주지 않기 위한 의도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전 부시 대통령의 자문역을 담당했던 크리스틴 포브스(Kristin Forbes) MIT 경제학 교수는 "그 동안 전략이 핵심 교의는 시장이 환율을 결정한다는 것이었다"며, "지금와서 시장을 불신하며 당국이 환율을 결정하길 바란다고 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줄타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미국 달러화의 약세는 매우 질서정연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왔다. 주말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유로는 1.58달러 초반에서 마감했다. 참고로 2000년 10월 25일 기록한 82.7센트가 유로화 도입 이래 최저점이다.
지난 2007년 한해 동안 달러화는 유로화 대비로 15% 평가절하되었으며, 올해 들어서 다시 7.8% 절하가 진행 중이다. 일본 엔화 대비로는 지난 해 15%에 이어 올해 9.5%나 각각 평가절하됐다. 17개 주요 교역상대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지수는 전년대비로 9.8%나 하락한 상태.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이래 달러화 가치의 실질 약세 폭 25%는 브레튼우즈 체제의 붕괴 이후 가장 급격한 평가절하 사례들 중 하나에 해당한다.
이번 G-7 성명서는 중국 위앤화의 추가 절상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잊지 않았으나, "중국이 자국 통화의 유연성을 확대하기로 한 결정을 환영한다"는 문구를 삽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