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신속한 대처는 시장으로 하여금 사실상 지금의 유동성 위기는 일시적인 이벤트에 그치는 것이며, 실제로 크게 우려할 일은 없다는 확신을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금융시장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취약해지고 있어 어떤 재료가 악재인지 호재인지 구분을 못하는 혼란 사태가 연출되고 있어 투자심리 안정이 관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 동안 시중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외치던 연준은 전통적으로 시장의 '(기대)심리'에 대해서는 돌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번 경우는 좀 다른 듯 하다.
목요일부터 주말까지 유럽중앙은행(ECB)와 연준(Federal Reserve)의 적극적인 개입과 여타 중앙은행들의 공조를 보자면, 위기 관리 체계는 거의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믿음감을 준다. 주말 미국 금융시장은 다소 안정을 찾은 분위기였다.
사실 앞으로도 더 많은 악재들이 나오겠지만, 글로벌 경기 확장에 따른 펀더멘털이 여전히 좋기 때문에 이런 경기에 큰 타격을 줄 정도의 정책 실기가 아니라면 시장은 점차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 동안 연준은 위기의 사전 억제 내지 지원보다는 사후청소(mop up)를 중시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이번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최근 금융시장 변동서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강경한 긴축성향을 고수했다.
그러나 디플레 압력이 발생하면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면 된다는 '헬리콥터 벤' 버냉키 연준의장은 유동성 위기에 적극 대처함으로써 투자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이 금융시장의 안정성 유지에 관건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듯 하다.
왠만한 문제는 '시장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연준 관계자들은 말해왔다. 그러나 정작 이런 믿었던 시장이 흔들리지 않도록 심리를 안정시키는 일은 중앙은행에게는 또다른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됐다.
(이 기사는 11일 14시 20분 유료기사로 송고되었습니다.)
◆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잠재손실 1000억 달러
무디스 이코노미닷컴(Moody's Economy.com)은 전체 모기지 대출의 1/4 정도를 차지하는 총 2.5조 달러에 달하는 서브프라임, 알트에이(Alt-A) 그리고 점보프라임 IO(Interest Only) 그리고 옵션ARM 중에서 약 1.3조 달러가 디폴트 위험에 처한 것으로 파악했다.(아래 그래프 참조)
이럴 경우 모기지담보 대출을 담보로 한 유가증권에 투자한 사람들이 입을 수 있는 손실은 약 1000억 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는 것이다.
아직 이런 손실 중 많은 부분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았기에 투자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헤지펀드가 무너지고 나면 일부 대형 은행들이 대규모 손실을 보고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은행업계의 미국 모기지시장에의 익스포저는 지난 10년간 급격한 속도로 확대되어 왔다. 그러나 주택경기 조정으로 대출자와 대출기관 금융시장이 상당한 고통을 받고 있는데도 이들 은행들은 멀쩡하게 입다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익스포저가 큰 만큼 은행들이 상당히 큰 스트레스에 직면한 가능성은 농후하다. 당국자들이 말하는 대로 은행들이 워낙 자본이 탄탄하고 다른 실적이 좋아 왠만한 어려움은 극복할 수 있을 것이지만, 만약 손실을 적나라하게 투자자들에게 보고한다면 한번 더 시장이 요동칠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하다.
◆ 주요국 중앙은행, "기다렸다는 듯" 신속 대처
서브프라임 시장의 우려가 글로벌 유동성 위기를 발생시킴에 따라 주말에도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의 신속한 자금시장 개입이 이어졌다.
10일 유럽중앙은행(ECB)은 다시 한번 "유동성 공급 미세조정"을 통해 거의 610억 유로, 약 840억 달러에 가까운 유동성을 다시 시장에 공급했다. 전날 948억 유로, 1309억 달러 유동성 공급에 이은 조치다.
한편 연준은 전날 두 차례에 걸쳐 240억 달러를 투입한 데 이어 이날도 세 차례에 걸쳐 350억 달러의 긴급자금을 투입했다. 하루짜리 RP만기 상환을 제외할 경우 이틀간 470억 달러가 공급된 셈이다.
이날 연준은 성명서를 통해 금융시장의 질서정연한 작동을 위해 유동성을 공급한다며, 5.25% 연방기금금리 운용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만큼의 준비금을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지금은 예탁기관들이 화폐 및 신용시장의 탈구(dislocation)로 인해 이례적인 자금조달 수요을 경험할 수 있다"며, "항상 그렇듯이 재할인 창구가 자금조달을 위해 열려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가운데 주말 오전 2001년 이래 최고치인 6%까지 치솟았던 연방기금금리는 목표금리 수준으로 안정을 찾았다.
이날은 일본은행(BOJ)이 1조 엔, 약 85억 달러를 투입했고, 호주와 싱가포르, 캐나다, 노르웨이 그리고 스위스 역시 시장에 평소보다 많은 자금을 투입했다. 여타 중앙은행들은 일제히 "필요시 충분한 자금을 공급할 것"이라는 성명을 내놓았다.
◆ 미국 연준(Fed)
목요일 240억 달러(120억/120억 두 차례)
금요일 380억달러(190억/160억/30억 세 차례)
◆ 유럽중앙은행(ECB)
목요일 948억 4000만 유로 (1300억 美달러 상당)
금요일 610억 5000만 유로 (836억 美달러 상당)
◆ 캐나다중앙은행(BOC)
금요일 16억 4000만 캐나다달러 (15억 5000만 美달러 상당)
◆ 일본은행(BOJ)
금요일 1조 엔 (84억 美달러 상당)
◆ 스위스국립은행(SNB)
금요일 약 20억~30억 스위스프랑 (17억~25억 美달러 상당)
◆ 호주준비은행(RBA)
금요일 49억 5000만 호주달러 (42억 美달러 상당)
◆ 싱가포르 금융감독청(MAS)
금요일 15억 싱가포르달러 (10억 美달러 상당)
※자료: Wall Street Journal
주요국들이 비공식적 공식적 공조에 나섬에 따라 이번 중앙은행의 유동성 개입은 글로벌한 차원의 의미를 부여받게 됐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글로벌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도록 금융과 투자의 세계화 그리고 자본 이동의의 자유화가 진행되었다는 사실이 새삼 확인됐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중앙은행의 전체적인 기조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처하는 긴축 기조였지만, 이번 유동성 위기는 급격한 '디스인플레이션 이벤트'로 전개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 연준 정책기조 변화 가능성 열려
리처드 버너(Richard Berner) 모건스탠리 수석 美이코노미스트는 "이 사태를 통해 인플레 압력이 후퇴한다면 연준과 여타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기존 일정 혹은 노선을 거두어들이고 새롭게 중립 혹은 중립 이하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9월 금리인하와 12월 금리인하 가능성 뿐 아니라, 9월 18일까지 건전한 금융기관이 자금 조달에 실패할 가능성까지 발생한다면 연준이 임시 소집을 통한 금리인하 가능성까지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시장 참가자들은 전했다.
연준이 임시회의를 소집해 금리를 내린 것은 지난 2001년 911 테러사태에 대한 대응 사례가 존재한다.
ECB의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거의 100% 반영하던 금리선물 시장은 이날까지 그 가능성을 50%로 낮춰잡았다. 또 일본은행(BOJ)의 이번 달 금리인상 기대가 70% 부근에서 30%~40%선으로 후퇴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중앙은행들은 이번 자금공급이 은행대출과는 달리 단기 자금시장의 일시적인 불균형을 억제하기 위한 공개시장조작의 일환이하고 언급하고 있지만, 이례적인 대규모 자금 공급 개입은 당연히 그 동안 긴축 노선을 고집하던 통화정책위원회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좋지 않을 때 강경한 노선을 계속 고집하게 된다면 시장으로부터의 신뢰가 실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자금 공급 개입이 빠른 시간 안에 성과를 보게 된다면, 중앙은행들은 9월 이후에 다시 기존 정책 경로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중이다.
BOJ의 경우 다음 주까지 시장이 완전히 안정된다면 다다음주 회의에서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좀 더 인내심을 발휘할 것이란 관측이 가능하다. ECB는 9월은 포기하고 10월이나 11월에 금리인상을 노려볼 수 있다.
그 동안 9월 13일 스위스국립은행(SNB)의 9월 13일 금리인상을 100%에 가까운 가능성으로 점쳐왔던 금융시장은 이번 주 50%로 가능성을 낮춰잡았다.
◆ 빛나는 위기 대처, 금융시장 안전판 역할할 듯
사실 금융시장의 동요에 따라 일시 신용경색 이벤트가 발생하는 정도라면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질질 끌리면서 오만가지 악재가 버무려져 난장판이 된다면, 글로벌 경제 전체가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화된 금융시장은 이미 실물경제를 떠난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다. 하지만 시장이 들끓어 실물과의 고리가 차단되면 급격하게 위축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금융시장을 책임지는 각국 금융당국 그리고 연준을 필두로 한 글로벌 주요 중앙은행들은 위험이 확산될 경우 신속하게 공조에 나설 것이란 확신을 줄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ECB와 연준의 유동성 공급 공조가 더욱 빛난다. 아마도 미국 금융당국이 패니매(Fannie Mae)와 프레디맥(Freddie Mac)의 모기지 인수 한도를 늘려준다면 시장의 분위기는 더욱 빠르게 진정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8월 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성명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안정판 작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성명서는 비록 경기 낙관과 인플레 리스크 우려를 유지했다고 하지만,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일부 신용주체들의 고통을 인정하고 나아가 경기둔화 리스크가 커졌다는 점을 분명히 언급했다.
이는 연준이 전략적으로 비공식적 긴축모드에서 중립으로 전환할 여지를, 나아가 필요시 금리인하를 단행하는 쪽으로 나아갈 길을 희미하게나마 열어준 것으로 판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