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이 940원대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월말을 맞아 수출업체 네고가 출회되면서 물량 부담으로 다소 주춤거리고 있으나 940원대 안착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형성된 것처럼 보인다.
달러/원 환율은 전날(30일) 942.50원으로 마감하며 종가기준으로 지난 10월 30일 944.60원 이래 3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물론 새해들어 1월중 최고치인 943.00원을 넘어서지는 못했으나 연속된 상승 시도를 보이면서 박스권 상단 영역을 확보해가는 것이 자못 새삼스러운 풍경이다.
지난해말 이후 최근 2~3년간 진행됐던 연말연초 급락 상황이 급반전되며 920원대 바닥을 확인한 가운데 연초 이후 20원 가량의 반등 영역을 확실히 쌓아가는 모습이다.
환율 흐름이 920원대의 저점 영역이 930원대로 올라오면서 단기 영역 내 기술적 흐름도 이미 단단해지고 있다.
과거 환율을 평균한 이동평균선을 따져보면 이미 60일선 이하의 영역에서는 930원대가 굳어지면서 상승을 나타내는 골든크로스 발생 이후 5일선 > 20일선 > 60일선의 ‘정배열’이 구축됐다.
환율 챠트(chart)를 보면 60일선 돌파나 골든크로스 등은 지난해 10월 960원 시절 이래 처음이어서 추세를 형성하는 모습이고, 패턴(pattern)을 살피면 '역 헤드앤쇼율더'(Reverse Head & Shoulder) 모습이 완성되어가는 듯도 하다.
이런 가운데 환율은 940원대로 올라오면서 중장기 흐름을 태핑(tapping)하는 가운데 수년간 멀어지기만 했거나 돌파하지 못했던 200일선에 바짝 다가와 있다. 현재 200일선은 꾸준히 내려와 946원선에 놓여 있다.
◆ 1월 효과의 실종, 그리고 환율 상승세 이유 있다
올들어 환율이 이렇게 올라온 데는 글로벌 달러의 강세, 특히 엔화의 약세가 중요한 역할을 한 가운데 작년 이래 외국인 주식 매도가 지속됐고 연초 이래 주가의 조정이 영향을 크게 미치고 있다.
내부적인 요인을 찾아보자면 정책당국의 강력한 환율 방어의지가 대통령의 ‘특단의 환율대책’이라는 발언으로 상징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북핵 리스크나 정권 말기의 이른바 ‘레임덕’을 포함한 한반도의 정치경제적 불안정성을 포함했다고 할 수 있다.
좀더 직접적인 경제 및 시장 요인을 찾아보자면 경기 악화로 대변되는 경제 펀더멘탈 요인과 더불어 수급차원에서 보면 공급우위 불균형의 완화라는 수급 요인으로 집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연초부터 주가는 예상과 달리 급락 조정됐고 금리는 유동성 긴축 속에서 단장기가 붙어 거기서 거기고, 환율은 몇 년간 흐름과 달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금융 및 자본시장에서 얘기되듯이, 이례적인 현상의 하나지만 경험칙인 ‘1월 효과’(January effect)의 실종을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월말 들어 발표되는 국내 경제지표는 ‘네거티브 서프라이즈’(negative surprise), 즉 충격(shock)를 주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그리고 유로의 경제지표가 대체로 긍정적인 부분이 많은 반면 국내 지표는 ‘영 아니올시다’다.
이는 통화정책상 미국은 금리인하 가능성의 후퇴로, 일본이나 유로존은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는 쪽으로 기능하고, 이런 배경 하에 신흥시장과 더불어 선진 주식시장도 괜찮고 통화 역시 강세를 경합하고 있다.
그렇지만 국내의 경우는 금리인상 가능성이 닫혀 있으며, 경기 상승세도 꺾인 상황에서 작년 이래 새해들어서도 주식시장이 ‘꼴찌’라는 수모를 당하고 있는 상태이다.
더욱이 부동산 등 자산시장 버블에 대한 사전적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에서 막상 버블 후유증을 치유하느라 뒤늦게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을 치고는 있으나 ‘유동성의 족쇄’를 쉽게 벗어나지 못할 듯해 보인다.
(이 기사는 31일 오전 11시 41분 유료기사로 송고된 바 있습니다.)
◆ 펀더멘탈 리스크1: 산업생산 급감, 경기 ‘상저하고’ 현실화
비록 작년 12월 경제지표이기는 하지만 대내 경기와 대외 여건을 대변하는 산업생산과 경상수지가 예상보다 크게 악화됐다.
통계청이 전날 발표한 12월 산업생산은 전년동월비로 고작 2.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조업일수가 적었던 탓을 하고는 있으나 생산뿐만 아니라 출하나 재고도 나빴고 소비나 투자 등도 기대치에 훨씬 못미쳤다.
더욱이 향후 경기를 나타내주는 종합지표인 선행지수 상승세도 꺾었고 현재 경기를 표현하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5개월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통계청은 조사 분석이 주업무이지 예상을 하는 곳이 아니라며 에둘러 “경제지표의 혼돈”을 말했다.
재경부는 정책상 필요로 예상과 기대 모두 중요하다는 인식을 반영해 “12월 산업생산은 추세적인 증가세를 하회하는 모습이지만 1월은 설날 명절이 없고 조업일수가 늘어나 지표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며 1월중 증가를 기대했다.
한국은행은 공식적인 견해는 아니지만 “당초 예상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일시적인지 추세적인지 아닌지는 좀더 지켜보자”는 통화당국의 일반론을 재확인했다.
그렇지만 경제분석가들은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SC제일은행의 전종우 이코노미스트는 “12월 산업생산 둔화는 지준율 인상에 따른 시중금리 상승 등 긴축정책 탓”이라며 “추가 긴축은 내수침체를 불러오는 ‘monetary overkill’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한국씨티은행의 오석태 경제분석팀장은 “한미디로 나쁘다, 조업일수를 감안해도 그렇다”며 “수출경기가 좋지 않은데 과연 성장을 포기하더라도 부동산을 잡을지 고민할 시점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작년말 이래 당국이든 연구 집단에서 전망했듯이 이미 올해 경기는 ‘상저하고’(上低下高)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든 누그든 늘상 하는 말이지만, ‘예상이 맞으면 좋기는 하지만 나쁜 예상이 들어맞았을 때의 씁쓸함’과 더불어 ‘상저’의 폭에 대한 걱정이 따를 뿐이다.
◆ 펀더멘탈 리스크2: 경상수지 흑자 급감, 올해 본격화?
국내 경기가 ‘죽을 쑤면서’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대외경제 활동을 종합하는 경상수지 역시 크게 나빠졌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12월 경상수지 흑자는 1억5,000만달러에 못미치고 전년동월비 47% 이상이나 크게 줄었다.
더욱이 지난해 9월과 10월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10억달러대의 흑자로 돌아선 뒤 11월에는 무려 42억달러의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12월의 기록은 가히 ‘충격적’(shocking)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루스(Icarus)처럼 밀랍 날개를 달고 비상했다가 곤두박질쳐 죽음으로 내몰리는 것까지는 과장되겠지만, 이문열의 소설처럼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든가 최소한 얼음판을 걷다가 푹 빠져 이른바 ‘메기를 잡는’ 허망스러운 변동성이라고 할 수 있다.
연간으로는 미국이나 중국 등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여 상품수지가 290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보였으나 경상수지는 60억달러 수준의 흑자에 그쳤다.
작년에 빚어졌던 ‘경상수지 적자 전환’ 논란과 걱정을 감안하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그렇지만 경상수지 급감 이유가 서비스수지가 180억달러 이상 적자를 보였고, 이것이 해외여행 급증으로 여행수지가 130억달러에 달하는 적자를 보이는 등 소비성 지출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나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구조적인 서비스수지 적자’를 타개하겠다며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종합대책을 내놓았고, ‘경상수지 흑자, 자본수지 적자’ 구조로 전환하겠다며 해외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지만 중장기 차원이라서 올해에 당장 구조가 변할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경상수지 전망에 대해 민간 연구소에서는 적자를 전망하는 곳도 있지만, 한국은행은 규모는 20억달러 수준으로 좀더 줄어들겠지만 흑자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도 흑자를 보는 균형 수준을 제시하고 있다.
작년 12개월 중 2,3,4월과 7,8월 등 모두 5개월간 적자를 봤고 흑자 규모가 대폭 줄어든 마당에 올해는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는 달이 좀더 늘어나고 월간 적자 규모도 커질 공산이 크다.
이처럼 산업생산과 경상수지 등 대내외 경제의 기초여건(fundamental)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환율은 수급 균형이 현실화되면서 일방적 하락 흐름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고 수출의 가격경쟁력에 다소 도움은 되겠지만, 주식시장 등 금융시장 여건이나 경제주체들의 삶도 크게 좋아질 만한 환경은 아닐 듯하다.
새해를 맞이한 지 얼마되지 않은 듯한데 벌써 1월 마지막날을 맞았다. 올해 12개월 중 한달이 지난 것이다. 연초 기대감으로 시작하고 으레 경험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막상 올해는 ‘1월 효과’를 보지 못했다.
12월 산업생산이나 경상수지 급락의 충격, 그리고 그런 가운데 빚어졌던 ‘1월 효과의 실종 현상’이 ‘황금돼지해’라는 올해 2007년을 지배하지 않도록 개별 경제주체들과 더불어 시장과 당국 모두 분발하자는 목소리들을 좀더 내야할 시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