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배우 최불암이 29일 밤 입원 치료 중 87세로 별세했다.
- 최불암은 수사반장과 전원일기에서 대표 캐릭터를 연기했다.
- 60여 년간 방송과 영화, 연극을 넘나들며 대중문화에 족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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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연극 넘나들며 60여 년 활약…마지막 연기는 '수사반장 1958'
[서울=뉴스핌] 정태이 기자 = '영원한 수사반장'이자 '국민 아버지'로 불린 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이 87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60여 년간 연극과 영화, 드라마를 넘나든 그는 '수사반장'의 박영한 반장부터 '전원일기'의 김 회장까지 한국 대중문화사에 깊이 남은 인물들을 연기했다.

최불암은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29일 밤 세상을 떠났다.
1939년 인천 동구(현 제물포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연출가를 꿈꾸다 1959년 극단 '실험극회'에서 연극 '햄릿'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1965년 국립극단 단원이 됐고, 1967년 서울중앙방송(현 KBS) 특채 6기 탤런트로 선발되면서 본격적으로 안방극장에 발을 들였다.
TV에서 처음 이름을 알린 작품은 '수양대군'이었다. 20대였던 최불암은 노년의 김종서 역을 맡으며 일찍부터 나이를 뛰어넘는 노역 연기로 주목받았다.
최불암의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대표작은 단연 MBC '수사반장'이다. 1971년부터 1989년까지 18년간 박영한 반장을 연기하며 한국 수사극을 대표하는 얼굴이 됐다. 강직한 수사관의 모습뿐 아니라 범죄 뒤에 놓인 서민들의 사정을 들여다보는 인간적인 반장을 그려내며 '영원한 수사반장'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수사반장'과 함께 최불암의 연기 인생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작품은 MBC '전원일기'다. 1980년부터 2002년까지 22년간 방송된 작품에서 그는 양촌리 대가족의 가장 김민재, 이른바 '김 회장'을 맡았다.
근엄하면서도 가족을 품는 아버지의 모습은 최불암에게 '국민 아버지'라는 이미지를 안겼다. 김혜자와는 부부로 호흡을 맞추며 오랜 기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두 사람이 실제 부부로 오해받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였다.
'수사반장'과 '전원일기' 외에도 최불암의 드라마 필모그래피는 한국 방송사의 주요 작품들과 맞닿아 있다.
배우 활동 초반인 1969년에는 MBC 개국 드라마 '역풍'에서 30대의 나이에 노인 역을 맡았다. 이후 '개구리 남편'(1969~1970), '한백년'(1973~1974), '신부일기'(1975~1976) 등에서 다양한 인물을 연기하며 활동 폭을 넓혔다.
1980년대에는 현대사의 격동기를 다룬 작품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MBC '제1공화국'(1981~1982)과 '제2공화국'(1989~1990)에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연기했다. 실제 나이보다 수십 년 많은 인물을 소화하며 특유의 묵직한 연기력을 보여줬다.
1990년대 이후에도 활동은 이어졌다. '여명의 눈동자'(1991~1992), '미망'(1996~1997) 등에 출연했고, 1997년 MBC '그대 그리고 나'에서는 '캡틴 박'으로 불리는 박재천 역을 맡아 다시 한번 큰 사랑을 받았다. 기존의 근엄한 아버지상과는 다른 자유롭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또 하나의 대표 캐릭터를 남겼다.
2000년대 들어서도 '영웅시대'(2004~2005), '궁'(2006), '식객'(2008), '그대 웃어요'(2009), '기분 좋은 날'(2014) 등 여러 작품에서 후배 배우들과 호흡했다. '식객'에서는 궁중요리의 대가 오숙수 역을 맡아 오랜 연기 경력에도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스크린에서도 꾸준히 활약했다. 1967년 영화 '빛과 그림자'로 스크린에 진출한 뒤 '여마적'(1968), '만종'(1970), '파계'(1974), '영자의 전성시대'(1975), '왕십리'(1976) 등에 잇달아 출연했다.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에는 '진짜 진짜 좋아해'(1978), '세종대왕'(1978), '달려라 만석아'(1979), '최후의 증인'(1980), '사람의 아들'(1980), '바람불어 좋은 날'(1980) 등으로 스크린에서도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이후에도 임권택 감독의 '길소뜸'(1985), 배창호 감독의 '기쁜 우리 젊은 날'(1987)을 비롯해 '까불지마'(2004), '잠복근무'(2005) 등에 출연하며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한국 영화 속 다양한 인물을 연기했다.
영화에서의 연기력도 여러 차례 인정받았다. '세종대왕'으로 1978년 대종상 남우조연상을 받았고, 이듬해 '달려라 만석아'로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최후의 증인'으로는 1981년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남우연기상을 받았다.
연기의 출발점이었던 무대와의 인연도 이어갔다. 2018년에는 연극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에 출연하며 25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같은 해 OCN '라이프 온 마스'에 특별출연했고, 2024년에는 자신의 대표작 '수사반장'의 프리퀄인 MBC '수사반장 1958'에 노년의 박영한으로 등장했다. 1971년부터 박영한을 연기했던 최불암이 50여 년의 시간을 넘어 다시 같은 인물로 시청자와 만난 장면이었다.
배우로서뿐 아니라 방송 진행자로도 오랜 시간 대중과 함께했다. 1999년부터 2008년까지 KBS '좋은나라 운동본부'를 이끌었으며,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14년간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을 진행했다. 전국 각지의 음식과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의 삶을 전하며 배우와는 또 다른 친근한 모습으로 시청자를 만났다.
올해 5월에는 60여 년에 걸친 그의 연기 인생을 돌아본 MBC 다큐멘터리 '파하, 최불암입니다'가 공개되기도 했다.
'수사반장'의 강직한 박영한 반장, '전원일기'의 따뜻한 김 회장, '그대 그리고 나'의 자유로운 캡틴 박까지 최불암이 연기한 캐릭터의 모습은 각기 달랐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언제나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가족,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자리했다.
20대부터 노역을 마다하지 않았고 주연과 조연, 장르를 가리지 않았던 최불암. 67년에 걸쳐 쌓아온 그의 수많은 얼굴은 한국 드라마와 영화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됐다.
taeyi42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