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16일 베이징을 방문해 왕이와 회동했다.
- 중·미 정상회담 앞두고 5월과 닮은 미·이란 중재 패턴이 재현됐다.
- 트럼프는 선거 앞 10월 중동 빅딜로 정권심판론 돌파를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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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미·중 정상회담을 약 일주일 앞둔 지난 16일(현지시간)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베이징을 전격 방문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동하면서 외교가에 묘한 기시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 5월 미·중 베이징 정상회담 직전 이란 외교수장이 방중한 뒤 6월 '미-이란 종전 양해각서(MOU)' 타결로 이어졌던 정세 패턴과 판박이 구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거센 '정권심판론'에 직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중재를 지렛대 삼아 10월 '중동 빅딜'을 재현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 5월 베이징 회동 후 6월 MOU…9월 '데칼코마니' 움직임
아라그치 장관의 이번 방중은 지난 5월의 외교적 수순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미·중 베이징 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두고 베이징을 찾은 아라그치 장관은 미국과의 협상 상황을 공유하고 결속을 다졌고, 이는 한 달 뒤인 6월 미·이란 간 MOU 서명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어 7월 키르기스스탄 상하이협력기구(SCO) 외교장관회의에서도 만나 협상 이행을 조율한 바 있다.
이번에도 패턴은 흡사하다. 중국 외교부가 지난 15일 그의 방중 계획을 발표한 뒤 16일 베이징에서 양국 외교수장이 회동하자, 왕이 부장은 "6월 MOU에 기반한 외교적 해법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판을 깔았다.
동시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20일 폭스뉴스 인터뷰를 통해 "이란과 완전한 파괴냐, 합의냐의 갈림길에 있다"면서도 "머지않은 미래에 큰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시사했다. 특히 오는 23일 유엔총회 연설이 예정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의 회담 가능성에 대해 "열려 있다"고 밝히면서, 아라그치 장관 및 이란 대표단과의 전격적인 막후 접촉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 사우디의 요청과 중국의 '원유 수송로 안보' 셈법
중국이 중재자로 적극 나선 데에는 막후의 사우디아라비아 요청과 자국의 에너지 안보라는 실리가 작동하고 있다. 최근 후티 반군이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으로 세력을 확장하자 사우디가 중국에 도움을 요청했고, 중국은 분쟁이 확산하지 않도록 이란이 후티 반군에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지난 17일 보도했다.

중국이 이란에 후티 억제를 비공식 압박한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중국은 이란에 실질적 압박을 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다. 서방의 경제 제재 속에서 이란 해상 원유 수출량의 80% 이상을 구입해 주는 '은인'이자, 유엔 안전보장회의(안보리) 거부권을 지닌 외교적 방패막이기 때문이다. 이란 입장에서는 자국 경제의 생존과 고립 탈출을 위해 중국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렵다.
중국 입장에서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더해 홍해 수송로까지 막힐 경우, 중동 의존도가 높은 자국의 핵심 해상 원유 수송망이 완전히 마비될 위험에 처한다. 원유 수입의 절반 이상을 중동에 의지하는 중국으로서는 핵심 원유 공급원인 이란과의 전략적 협력도 중요하지만, 경제·투자 협력 비중이 훨씬 큰 사우디·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친미 왕정국가들과의 관계 역시 포기할 수 없다.
이에 중국은 지난 17일 유엔 안보리에서 러시아와 함께 이란 제재 감시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이란의 방패막이가 되어주는 동시에, 같은 날 왕이 부장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통화하는 등 다각도 외교전을 펼쳤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4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 관세 등 양자 현안에서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중동 정세 안정 및 이란·후티 제어력'을 막강한 협상 지렛대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 '정권심판론 43%' 역대 최고…벼랑 끝 트럼프의 '10월 서프라이즈'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중재를 매개로 이란과의 긴장을 극적으로 봉합해야 할 정치적 이유는 명확하다. 최근 NBC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43%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트럼프에 반대하기 위한 선거"로 여기겠다고 답해 역대 최고 수치의 '정권심판론'이 집계됐다.
중동 분쟁 장기화에 따른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이 집권 여당 공화당의 최대 악재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이란과의 전면전은 11월 중간선거 패배를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22일 유엔총회 연설 및 24일 미·중 정상회담을 발판 삼아, 선거 직전인 10월에 이란과의 극적인 평화 합의나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10월의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유조선 타격 등 이란의 '몸값 올리기'용 무력 시위와 자신들의 요구가 먼저라는 강경 태도 속에서도, 수세에 몰린 트럼프와 수송로 확보 및 지렛대를 쥔 시진핑, 그리고 경제 제재 해제가 시급한 이란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10월 중동 정세가 거대한 분수령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wonjc6@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