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모레노 감독이 14일 A대표팀 30명을 발표했다
- 정승원·김민수·박태준·김건희가 첫 발탁됐다
- 소속팀서 맡은 역할과 전술 적합성을 중시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의 첫 선택에는 공통점이 있다. 단순히 최근 잘하는 선수를 모은 것이 아니라, 소속팀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확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선수들을 골랐다.
모레노 감독은 14일 충남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취임 기자회견과 함께 9·10월 A매치 4연전에 나설 30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손흥민(LAFC)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AT 마드리드), 황인범(FC포르투) 등 기존 주축은 그대로였지만 김민수(레인저스)와 박태준(김천 상무), 김건희(인천 유나이티드)가 생애 처음 A대표팀에 이름을 올렸고 정승원(FC서울)도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모레노 감독은 선발 과정에서 무려 1700명의 한국 선수 데이터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기준도 분명했다. 과거의 이름값보다 현재 경기력, 공격과 수비를 모두 수행할 수 있는 균형, 그리고 자신이 만들 경기 모델에서 요구되는 포지션별 역할이었다.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포지션별 역할'이다. 모레노 감독은 짧은 대표팀 소집 기간에 새로운 축구를 처음부터 가르치는 것은 어렵다고 인정했다. 그래서 먼저 자신의 4-4-2에서 각 포지션이 해야 할 일을 정한 뒤, 이미 소속팀에서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는 선수를 찾았다. K리거들을 많이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소속팀에서 자신의 포지션이 매우 명확한 선수"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깜짝 발탁을 이해하려면 기록보다 이들이 소속팀에서 '어떻게 뛰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가 정승원이다. 정승원은 올 시즌 FC서울에서 29경기 8골 6도움으로 팀 내 최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7월에는 5경기 5골을 몰아치며 이달의 선수까지 차지했다. 지난 12일 전북전에서도 도움을 추가했다. 이제 활동량이 많은 선수라는 설명만으로는 올 시즌 정승원을 설명하기 어렵다.

김기동 감독 아래에서 정승원의 진가는 공이 없는 순간에 더욱 선명하다. 오른쪽에 배치돼도 터치라인을 따라 움직이는 전형적인 윙어가 아니다. 최전방 공격수가 내려오면 그 뒤 공간으로 뛰고, 반대 측면에서 공격이 진행될 때는 박스 안까지 들어가 사실상 추가 공격수처럼 움직인다. 서울이 공을 잃으면 곧바로 방향을 바꿔 상대 풀백이나 미드필더를 쫓는다.
이 움직임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압도적인 활동량이다. 김기동 감독에 따르면 무더위로 다른 선수들의 활동거리가 떨어지는 여름에도 정승원은 경기당 11.6~11.8㎞ 수준을 유지했다. 즉 정승원의 8골 6도움은 단순히 슈팅 감각이 좋아져 만들어진 숫자가 아니라, 90분 동안 공격 지역으로 반복해서 진입할 수 있는 체력과 움직임이 공격포인트로 전환된 결과에 가깝다.
모레노가 4-4-2를 택한 이유도 여기서 연결된다. 4-4-2의 측면 미드필더는 공격할 때는 높이 올라가 윙어가 되지만 공을 잃으면 다시 내려와 두 줄 수비를 만들어야 한다. 모레노가 원하는 즉각적인 압박까지 생각하면 한 선수가 경기 내내 전진과 후퇴를 반복해야 한다.
정승원은 이미 서울에서 그 일을 하고 있다. 오른쪽에 이강인이 배치될 경우 활용법은 더욱 다양하다. 이강인이 볼을 받기 위해 안쪽 하프스페이스로 이동하면 정승원이 바깥으로 돌아 뛰거나 박스로 침투할 수 있다. 반대로 정승원이 오른쪽 미드필더로 선발된다면 강한 압박과 반복적인 침투로 보다 직선적인 공격을 만들 수 있다. 모레노가 정승원을 선택한 이유는 움직임 자체가 자신의 축구에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김민수는 조금 다르다. 대표팀 명단에는 공격 자원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최근 레인저스에서 맡고 있는 역할을 보면 전형적인 측면 공격수와 거리가 있다. 지난달 레인저스로 이적한 뒤 애버딘과의 데뷔전에서 등번호 10번을 달고 4-2-3-1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그 경기에서 김민수는 4개의 슈팅과 3개의 유효슈팅, 두 차례 기회 창출을 기록하면서도 패스 성공률 95.8%를 찍었다. 단순히 마지막 슈팅만 노린 것이 아니라 2선 중앙에서 공을 받아 공격 방향을 바꾸고, 다시 박스 앞으로 이동해 직접 마무리까지 시도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폴커크전에서도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해 슈팅 3개와 기회 창출 1회를 기록했고, 박스 정면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골대를 때렸다. 현지 매체도 공을 잡은 뒤 고개를 들어 동료의 움직임을 찾는 플레이를 높게 평가했다.
이게 모레노에게 상당히 매력적이다. 모레노의 4-4-2는 종이에 그려진 두 줄을 그대로 유지하는 축구가 아니다. 공격 상황에서는 한쪽 측면 미드필더가 안으로 들어오고 풀백이 높이 올라가면서 4-3-3 또는 3-2-5에 가까운 공격 구조로 변할 수 있다. 측면 선수가 중앙에서 공을 받아야 하고, 주변 선수와 위치를 바꾸면서 하프스페이스를 점유할 수 있어야 한다.

김민수는 이미 레인저스에서 측면도 가능한 10번으로 뛰고 있다. 대표팀에서 왼쪽 미드필더로 출발한 뒤 안쪽으로 들어오면 손흥민이 최전방에서 왼쪽으로 빠지는 공간과 연결할 수 있고, 반대쪽 이강인과 함께 좌우 하프스페이스에 창조적인 선수를 한 명씩 두는 그림도 가능하다.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돌파뿐 아니라 공이 없을 때 공간을 찾아 움직이는 능력도 강점으로 평가받는다. 윙어와 스트라이커까지 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위치 교환을 선호하는 모레노에게 유리하다.
그래서 김민수의 발탁은 단순한 유망주 테스트와는 조금 다르다. 모레노가 측면에서 시작해 중앙으로 들어올 수 있는 선수를 찾았고, 마침 레인저스에서 그 역할을 실제로 수행하고 있는 김민수가 눈에 들어온 것에 가깝다.

박태준의 발탁은 더 전술적이다. 김천은 4-4-2를 가동하면서 박태준과 이강현을 중앙 미드필더 두 명으로 세웠다. 지난달 29일에 펼쳐졌던 울산전에서도 두 선수가 중앙을 책임졌다. 모레노가 대표팀의 기본 시스템으로 선택한 것과 같은 구조다.
4-4-2 중앙 미드필더는 생각보다 까다롭다. 4-3-3처럼 뒤에 홀딩 미드필더 한 명을 남겨놓고 전진할 수 없다. 두 명이 볼 전개와 전진, 압박, 수비 커버를 나눠 가져야 한다. 한 명이 앞으로 나가면 다른 한 명은 뒤를 지켜야 하고, 상대가 중앙에 세 명을 배치하면 둘이 더 넓은 범위를 움직여야 한다.
박태준이 김천에서 맡고 있는 일이 바로 이것이다. 후방에서 센터백의 패스를 받아 전방으로 연결하고, 공이 측면으로 이동하면 지원 위치를 잡는다. 공격이 끝난 뒤에는 다시 중앙으로 복귀해 상대의 전진 경로를 차단한다. 공격포인트가 화려한 유형은 아니지만 볼 배급과 수비 커버를 동시에 수행하는 중앙 미드필더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실제 김천의 4-4-2에서는 박태준과 이강현 또는 이강현과 김이석 두 명이 넓은 중원 지역을 책임지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이 때문에 박태준은 황인범의 단순한 백업이라기보다 모레노가 원하는 '2미들'을 구현하기 위한 실험 카드로 보는 편이 맞다.
황인범이 전진해 공격을 조립할 때 뒤를 메울 수도 있고, 반대로 박태준이 압박을 위해 튀어나가면 황인범이 후방에 남을 수도 있다. 특히 공을 잃은 직후 전방부터 압박하겠다는 모레노의 구상에서는 두 중앙 미드필더가 넓은 공간을 커버하며 1차 압박 뒤를 받쳐주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대표팀 감독이 4-4-2를 선언했는데, 소속팀에서 이미 4-4-2의 중앙 미드필더로 뛰고 있는 선수가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박태준 발탁을 우연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김건희 역시 단순히 새로운 장신 센터백 한 명을 추가한 것으로 보면 핵심을 놓친다.
인천에서 김건희는 중앙 수비수로 뛰면서 수비라인을 지키고 제공권 싸움에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지난달 2일 제주전에서는 코너킥에서 두 차례 헤더로 골을 터뜨려 센터백임에도 한 경기 멀티골을 기록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높이와 타점은 대표팀에서도 즉시 활용할 수 있는 무기다.
하지만 모레노의 축구에서 더 중요한 시험은 공을 가지고 있을 때다. 모레노는 한국 선수들을 분석한 뒤 공을 소유하고 점유율을 유지하는 능력을 장점으로 꼽았다. 대표팀에서도 후방에서부터 공을 연결하면서 상대의 압박을 끌어내고 전진하는 축구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센터백은 단순히 걷어내는 것이 아니라 압박을 받으면서도 다음 패스 길을 찾아야 한다.
특히 포백에서는 풀백이 공격에 가담한 뒤 센터백 두 명이 넓은 공간을 책임져야 한다. 공을 잃으면 뒤로 물러서기 전에 전진한 미드필더와 풀백 뒤 공간을 관리해야 한다. 김건희에게 이번 소집은 제공권뿐 아니라 높은 라인에서의 대인 방어, 넓은 뒷공간 관리, 후방 빌드업을 대표팀 수준에서도 수행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시험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민재의 파트너를 찾는 경쟁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김민재가 전진 패스와 과감한 수비로 한쪽을 책임진다면 반대편 센터백은 위치를 잡아주면서 후방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모레노가 김건희를 조위제(전북)·이한범(브루게) 등 기존 후보들과 함께 불러들인 이유도 결국 자신의 포백에 가장 적합한 조합을 직접 확인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름이 아니라 '역할'을 뽑았다 그래서 모레노의 첫 명단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세 명의 최초 발탁자가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서울에서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90분 내내 압박과 박스 침투를 반복하는 정승원, 레인저스에서 윙어가 아닌 10번으로 뛰며 중앙과 측면을 넘나드는 김민수, 김천의 4-4-2에서 이미 중앙 두 자리를 책임지고 있는 박태준, 인천의 수비라인에서 제공권과 수비를 책임지는 김건희.
네 선수는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레노가 대표팀에서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역할을 이미 소속팀에서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레노 감독은 한국 선수들의 장점으로 볼 소유 능력과 공격 자원의 재능을 꼽은 반면, 수비에서는 전방 압박보다 뒤로 물러난 뒤 역습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그는 공격과 수비를 모두 수행하는 균형 잡힌 선수를 첫 번째 조건으로 내세웠다.

정승원의 활동량, 김민수의 위치 변화, 박태준의 왕복 능력, 김건희의 후방 역할은 그 퍼즐을 채우기 위한 서로 다른 조각이다. 1700명을 분석해 30명을 골랐다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그 30명을 어떤 기준으로 걸러냈느냐다. 첫 명단만 놓고 보면 모레노의 답은 꽤 명확하다. 과거 대표팀에서 무엇을 했는지가 아니라, 지금 소속팀에서 자신이 원하는 축구와 얼마나 가까운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가다.
첫 훈련이 시작되면 이제 그 가설을 확인할 차례다. 정승원이 측면에서 얼마나 안쪽으로 움직이는지, 김민수가 터치라인보다 하프스페이스에 얼마나 자주 위치하는지, 박태준이 황인범과 어떤 높이 차를 만드는지, 김건희가 후방 빌드업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부여받는지. 이 네 가지를 보면 모레노가 1700명의 데이터에서 무엇을 찾았는지도 자연스럽게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