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이 AI 반도체 판매금융을 확대했다.
- 보증으로 신용 공백을 메워 수천억달러 조달 길을 열었다.
- 과잉 증설과 부실 위험이 닷컴버블 재연 우려를 키웠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투자자 심사 대상은 임차인에서 보증인으로
임차인 상환 능력 약해져도 자금 관성 위험
엔비디아·브로드컴 각 수천억달러 조달에 보증
"닷컴버블 9개사 판매금융 규모와 비교 불가"
*자금 풍요의 시대가 저물고 자금쟁탈의 시대가 도래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던 주체들의 돈줄기는 저마다의 사정으로 가늘어지고 있다. 그 반대편에선 천문학적 부채를 안고 있는 주요국 정부들의 재정 차입 수요와 인공지능(AI) 기술혁명의 물결에 올라타려는 기업들의 투자 붐으로, 민·관의 자금조달이 봇물을 이룬다. 인플레이션 유령을 떨치지 못한 중앙은행들은 참전을 꺼리고 있다.
다음 ①~⑤편에서는 '과잉저축 시대'의 종언과 '대(大)차입 시대로 전환'을 불러온 동인과 이것이 자산시장에 갖는 함의를 짚어본다. ⑥~⑨편은 미래 매출과 수익을 담보로 자금 각축전을 벌이는 AI업계의 최근 동향과 이들의 자금폭식이 초래할 금융측면의 위험, 그 위험 너머의 기회를 살피기로 한다.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인공지능(AI) 반도체 업체가 구매자 채무를 보증해 매출을 늘리는 판매금융 관행을 둘러싸고 업계 안팎에서는 과잉 설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오고 있다. 반도체 업체들이 보증을 서면서 종전 기준으로는 성사되기 어려웠을 자금 조달까지 가능해진 까닭이다. 자력으로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차주의 위험 부담을 현금이 풍부한 판매사가 일부 덜어주면서 연산 확보 경쟁에 놓인 업체들이 종전보다 빠른 속도로 증설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
◆신용 공백 메운 보증
반도체 업체의 보증은 종전이라면 빌릴 수 없었을 차주에게 대규모 자금이 흘러가는 통로를 열었다. 오픈AI나 앤스로픽 같은 AI 모델사는 공식 신용등급이 없어 은행 대출과 회사채 발행의 기본 조건을 갖추지 못했고 코어위브 같은 신생 클라우드 업체는 차입금리가 9%를 넘는다. 담보로 설정할 반도체에는 몇 년 뒤 처분 가격을 가늠할 중고 시장조차 없다. 임차인의 신용도 담보의 시세도 심사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판매사의 보증이 빈자리를 채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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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이 뒷받침되면 자금을 대는 투자자들의 판단 근거가 달라진다. 임차인이 임대료를 내지 못해 반도체가 처분될 때 매각대금이 원리금에 못 미치는 금액을 판매사가 메워준다면 투자자가 따질 대상은 임차인의 상환 능력보다 보증인의 지급 여력 쪽에 가까워진다. 우량 신용등급을 보유한 엔비디아나 브로드컴이 보증인이라면 반도체 매입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 투자등급을 받을 수 있고 관련 채권의 수요 기반은 보험사와 연기금 등 장기 기관투자자까지 넓어질 수 있다.
◆동원 자금 수천억달러
보증을 근거로 끌어올 수 있는 자금은 이미 수천억달러 단위로 잡혀 있다. 엔비디아는 이달 앞서 6개 금융사와 총 5000억달러 규모의 조달 협력을 체결하고 개별 금융거래 규모의 최대 25%까지 잔존가치를 보증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브로드컴은 6월 아폴로·블랙스톤과 결성한 기구를 통해 첫 350억달러 채권(연산 전력용량 약 1GW분)을 발행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관련 기구가 2029년 중반 20GW로 확대될 경우 브로드컴의 보증으로 뒷받침되는 조달 규모가 370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규모는 주요 빅테크의 연간 설비투자액에 견줄 수준이다. 알파벳·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 5개사가 지난해 집행한 설비투자액은 약 4120억달러였다. 브로드컴의 3700억달러는 수년에 걸친 잠재 규모이나 5개사 연간 합계의 약 90%에 해당하고 엔비디아의 5000억달러 계획은 합계액을 웃돈다. 반도체 업체 한 곳의 보증만으로도 빅테크 5개사의 연간 설비투자에 버금가는 자금이 시장에 풀릴 수 있는 셈이다.

◆자금 공급 관성 위험
판매금융을 둘러싼 경계론의 핵심은 자금 공급이 과잉 신호를 가릴 수 있다는 데 있다. 통상 공급이 수요를 넘기 시작하면 임대료가 먼저 하락하고 투자수익률(ROI)은 떨어지면서 신규 증설이 늦어진다. 우량 신용 보증이 뒷받침되는 채권은 임대료가 내려 임차인의 상환 능력이 약해지더라도 소화될 수 있고 채권이 팔리는 한 증설 자금은 끊기지 않을 수 있다. 판매사 보증을 매개로 한 이른바 연산자원의 금융화가 증설의 속도 조절 장치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판매금융으로 증설이 빨라지면 과잉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수요와 공급 양쪽에서 커진다. AI 모델의 효율이 높아지면 같은 작업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연산량이 줄어들고 GPU(화상처리장치) 임대 수요도 그만큼 감소할 수 있다. 자체 자금으로만 증설하는 환경이었다면 조달 능력의 한계가 증설 규모를 자연스럽게 제한했겠지만 판매금융으로 조달 규모가 불어난 뒤라면 수요가 둔화했을 때 유휴 설비의 폭도 그에 비례해 커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의 빠른 세대 교체는 공급 측에서 유휴 물량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 엔비디아는 연간 세대 교체를 공식 방침으로 내걸고 있고 구글 TPU(텐서처리장치)는 1~2년 주기로 성능이 수 배씩 높아진 신형이 나온다. 구형 칩이 추론 등으로 재배치돼 수명이 늘어날 여지는 있으나 구형의 경쟁력은 효율이 개선된 신형 앞에서 낮아질 수밖에 없다. 판매금융이 매입 물량을 키운 만큼 세대 교체 때마다 유휴 설비가 쌓일 위험이 함께 커진다.
◆닷컴버블의 판매금융
판매금융이 과잉 공식처럼 기능한다는 지적은 1990년대 말 통신장비 시장의 전례에서 나온다. 당시 미국 통신장비 업체 루슨트와 캐나다 통신장비 업체 노텔은 자체 신용으로 자금을 구하기 어려운 신생 업체에 장비 구매자금을 직접 대출하거나 보증을 섰다. 풀린 자금은 곧바로 통신망 증설로 이어졌다. 하지만 판매금융을 제공한 루슨트와 노텔의 매출액 증가율 속도는 설비투자 증가폭에 크게 못 미쳤고 격차가 벌어지는 동안에도 판매금융이 자금을 공급하면서 증설은 계속됐다.

수요가 둔화하면서 부실은 판매사에 되돌아왔다. 대표 사례가 루슨트다. 루슨트는 신생 통신사업자 윈스타에 자사 장비 구매용으로 최대 20억달러를 약정했다가 2001년 윈스타가 파산하면서 먼저 빌려준 약 7억달러를 부실채권으로 상각해 손실을 떠안았다. 통신장비 시장 침체가 겹치면서 루슨트의 2021회계연도(2000년 10월~2001년 9월) 매출은 26% 급감했고 구조조정을 거친 뒤에도 독자 생존이 어려워져 2006년 프랑스 알카텔에 인수됐다.
현재 반도체 판매금융 규모는 당시와 비교가 힘들 정도로 크다는 점에서 과잉이 현실화할 경우 판매사가 떠안을 부담은 상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0년 연말 당시 9개 통신장비 업체의 판매금융 규모는 약 256억달러(맥킨지 추산)였던 반면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이 각각 보증을 걸 규모는 수천억달러다. 시포트리서치의 제이 골드버그 애널리스트는 "과거에도 구매 자금을 대주다 스스로 발목을 잡힌 기업이 과거에도 있었다"며 "판매금융은 통상 좋게 끝나지 않는다"고 했다.
bernard02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