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정부가 24일 우리술 영문표기 K-SOOL과 K-SUUL 혼선을 인정하고 통합 검토에 착수했다
- 부처마다 다른 표기로 국가대표 술 브랜드 정체성이 흔들리며 수출 경쟁력에도 한계가 드러났다
- 국세청은 공모·상표등록 등 절차를 이유로 K-SUUL 변경에 난색을 보이며 관계기관 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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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는 'K-SOOL', 국세청은 'K-SUUL'
사케·위스키처럼 대표 브랜드 전략 구축해야
K-푸드와 K-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는 동안 한국의 주류 산업은 제도적 한계 속에 머물러 있다. 막걸리는 국가무형문화재지만 법적 전통주가 아니고, 한국 전통주를 나타내는 표기 조차 부처마다 다르다. 성장하는 위스키 산업은 규제와 세금의 벽에 막혀 있고,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도 미미한 수준이다. <뉴스핌>은 'K-술 리포트'를 통해 한국 전통주의 현주소와 과제를 짚어본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K-푸드 수출은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지만 한국 술 산업의 브랜드 전략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일본의 사케, 멕시코의 테킬라처럼 국가를 대표하는 술 브랜드가 자리 잡은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부처마다 다른 영문 표기를 사용하며 정체성 논란을 이어가고 있다.
24일 정부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우리 술의 영문 표기로 'K-Sool'을 사용하고 있다. 반면 국세청은 'K-SUUL'이라는 명칭을 내세웠다. 이후에도 'K-SUUL 정책세미나' 등을 개최하며 해당 표기를 사용하고 있다.
농식품부가 K-Sool이라는 표기를 사용한 이유는, 한국어 발음이 가장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반면 국세청은 우리술의 해외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수출 전략의 일환으로 K-SUUL 브랜드를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영문 표기는 한국 술에 대한 혼란만 부추긴다. 국내 한 전통주 업체는 "aT와 국세청에서 개최하는 전통주 수출 행사에 참여할 때마다 K-Sool과 K-SUUL로 표기된 포스터를 번갈아 사용한다"며 "해외 바이어들이 차이를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처럼 우리 술을 두고 부처 간 영문 표기가 다른 것은, 국가를 대표하는 술 브랜드의 정체성이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실제로 주요 주류 수출국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국가 브랜드를 구축해왔다.
일본은 사케를 국가 브랜드로 육성하며 해외 시장에서 일본 술을 대표하는 이름으로 자리 잡게 했다. 스코틀랜드 위스키 역시 영문 표기만으로 원산지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정체성이 확립돼 있다. 미국 위스키는 ''Whisky'에 e를 추가해 'Whiskey'로 표기한다.
반면 한국은 아직 어떤 술을 대표 브랜드로 내세울 것인지에 대한 합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미 세계적 인지도를 확보한 소주(Soju)를 대표 브랜드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소주가 한국 술 전체를 포괄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한국 술을 해외로 유통·공급하는 더술컴퍼티 관계자는 "해외에서 한국 술을 떠올릴 때 '소주'를 먼저 떠올리지만 막걸리와 약주, 증류식 소주, 과실주 등 다양한 술이 공존하고 있다"며 "어떤 이름으로 세계 시장에 나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브랜드 전략 부재는 수출 경쟁력과도 연결된다. 최근 한류와 K-푸드 인기에 힘입어 막걸리와 증류식 소주 수출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개별 제품 중심의 성장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가 차원의 통합 브랜드가 부재한 상황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정부도 한국 술 브랜드 통합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세청과 관련 협의를 추진하기 위해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부처마다 다른 영문 표기가 사용되면서 해외 시장에서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K-Sool이든 K-SUUL이든 우선 영문 표기가 하나로 통합이 되는 것이 중요하고, 하나로 통일될 수 있다면 다양한 합의 방식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 검토를 거쳐 안을 만들어 국세청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세청은 K-SUUL 브랜드를 쉽게 변경하기 어려운 이유로 그동안 진행된 절차와 사업 연속성을 꼽는다. K-SUUL은 지난 2023년 수출지원협의회 논의를 거쳐 도입된 브랜드로, 이후 대국민 공모와 설문조사를 통해 최종 선정됐다. 현재는 해외 수출 과정에서 활용하기 위해 상표권 등록도 마친 상태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 한국 소주를 모방한 이른바 '짝퉁 소주'가 유통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한국 술 브랜드를 보호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게 국세청 설명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K-SUUL은 국세청이 임의로 만든 명칭이 아니라 협의체 논의와 국민 공모를 거쳐 선정된 브랜드"라며 "당시 농식품부도 협의체에 참여해 함께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 수출용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 상표권까지 등록한 상황"이라며 "지금 와서 일방적으로 변경하기는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브랜드를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해서는 결국 관계기관 간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plu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