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이란전쟁 종식 뒤 중동 평화를 위한 '확장판 아브라함 협정'을 제안했다.
- 전문가들은 이란과의 불리한 협상을 '위대한 성과'로 포장하려는 시도이자, 현실성은 낮은 구상이라고 지적했다.
- 미국과 이란은 각자 체면을 세울 서사를 찾으며 막판 협상을 이어가고 있어 긴장 고조와 함께 합의 도출 가능성이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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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간 25일 제시한 '아브라함 협정' 확장판은 이란 전쟁 종식 이후 중동 지역의 영구적 평화 안착에 필요한 큰 그림일 수 있다. 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는 물론이고, 이란까지 아우르는 트럼프의 구상은 일견 위대하고 원대해 보일 수 있다.
다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란과 대화에서 몇 가지 양보가 불가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불완전한 성과를 위대한 성공 사례로 포장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 외신들에선 현실성 떨어지는 구상이라는 지적과 함께 위대한 승리에 걸맞은 서사가 필요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 이란측 '협상의 기술'이 트럼프에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 기드온 라흐만은 이란전쟁 발발 이후 트럼프의 충동적 의사결정과 좌충우돌식 일처리, 그로 인해 전 세계가 떠안게 된 비용을 반복해서 비판해왔다. 현지시간 25일의 칼럼도 그 연장선이다.
그는 '협상의 기술( The Art of the Deal)'의 저자이자, 자칭 협상의 달인이라는 트럼프가 '협상의 기술'에서 이란에 밀리고 있다고 했다.
1987년 발간된 트럼프의 '협상의 기술'은 "거래에서 최악은 필사적으로 거래를 성사시키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면 상대방은 기회를 엿볼 테고 결국 당신은 끝장나게 된다. 최선책은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협상하는 것이다"라고 기술했다.
라흐만에 따르면 트럼프는 그 원칙에 반하는 조바심을 (이번 전쟁에서) 반복적으로 보였다. 지난달 5일 "빌어먹을 (호르무즈) 해협을 열어라! 미치광이들아. 그렇지 않으면 지옥행이 될 것이다"는 글을 올리기 전, 트럼프는 자신의 책을 다시 숙독했어야 했다고 라흐만은 꼬집었다.
한 문명을 지워버릴 정도의 대규모 공격을 감행하겠다는 위협을 "트럼프 대통령이 실행에 옮기지도 못한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고 라흐만은 덧붙였다.
이어 "이 칼럼을 쓰는 현 시점에서 미국은 이란을 전쟁 이전보다 더 높은 위치에 올려놓는 합의에 응할 참"이라며 이란이 언제든 봉쇄할 수 있는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는 조건으로 미국은 단계적 제재 완화와 자산동결 해제 등에 응하려 한다고 짚었다.
라흐만은 "트럼프가 쉼 없이 비난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난 2015년 이란 핵협정보다 현재 그는 여러 면에서 더 불리해 보이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 말았어야 할 전쟁을 별 생각없이 감행한 대가를 치르는 중이라는 이야기다.

◆ '확장판' 아브라함 협정 의 용도
공화당내 강경파의 심기도 불편하다. 더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고, 협상을 서두르다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테드 크루즈 상원 의원은 자칫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라늄 농축도 지속할 수 있는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내 우려와 반발을 의식해서인지, 트럼프도 현지시간 25일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위대한 합의가 아니면 합의는 아예 없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나아가 중동 주요국이 모두 참여하는 '확장판' *아브라함 협정을 제안했다.
*아브라함 협정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미국의 적극적 중재로 2020년부터 시작된 이스라엘과 일부 아랍 국가(UAE, 바레인 모르코 등)들의 관계 정상화·평화 협정이다. 아브라함'은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이 공통 조상으로 인정하는 예언자로, 유대인과 아랍인 모두의 뿌리를 상징한다.
우선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가 아브라함 협정에 서명해야 한다" 했다. 파키스탄과 튀르키예, 이집트, 요르단의 협정 참여도 요구했다. 장기적으로는 "이란 역시 이 협정에 참여하는" 구상을 내비쳤다.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인 나와 이란이 합의를 맺는다면, 이란 역시 이 비할 데 없는 세계적 연합의 일원이 되는 것은 큰 영광이 될 것"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25일자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는 '몇가지 사안(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및 휴전 연장 등)에서 양보로 비칠 수 있는 이란과의 합의를, '확장판 아브라함 협정'이라는 서사를 띄워 '중동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위대한 성과물'로 포장하려는 것 같다.
트럼프가 반복적으로 강조했듯 이란과 전쟁 종식을 위한 합의는 '위대한 것'이어야 한다. 엄밀하게는 어떤 종류의 합의가 도출되든 그것은 위대한 것으로 포장돼야 한다. 새로운 중동 질서로 선전될 수 있는 일명 '그랜드' 아브라함 협정은 '위대한 승리의 서사'에 어울리는 재료일 수 있다.
아브라함 협정을 중동 전역으로 확대해 '궁극적으로 이스라엘의 안보와 안녕에 이바지하겠다'는 구상은 현재 미국과 이란의 협상을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스라엘 내 주전파들을 달래는 용도로도 쓰일 수 있다.
물론 '그랜드' 아브라함 협정의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냉정한 평가다. 지구상에서 이스라엘을 지우는 것을 신의 뜻으로 여기는 이란의 신정체제가 '아브라함 협정'에 동참하기 위해선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완전히 리셋할 각오로 더 맹렬한 군사작전을 펼치거나, 상당한 반대급부를 제공해야 한다. '현실성보다는 위대해져 보이려는 트럼프의 시도'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 비대한 자아들의 충돌
자아가 비대하기로는 이란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이란 외무부의 에스마일 바가이 대변인은 현지시간 23일 자신의 엑스(X, 옛 트위터) 계정에 고대 페르시아 제국의 황제에 굴복한 로마 황제들을 담은 부조 사진과 함께 "로마인 생각에는 로마가 이론의 여지 없이 세계의 중심이었지만 이란인은 그 환상을 산산조각 냈다"는 글을 올렸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이란이 외부 세력(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서 승리했다는 맥락의 게시물이다.
미국과 이란 모두 이 전쟁을 어떻게든 끝내고 싶은 게 솔직한 바람일 테지만, 각자의 승리에 부합하는 스토리를 만드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 장관은 26일 인도 자이푸르 국제공항 전용기 안에서 이란과 협상이 며칠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초기 합의문의 구체적인 문구를 놓고 많은 논의가 오가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를 이루고 싶다는 뜻을 표명했다. 좋은 합의를 하거나 아니면 합의를 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라고 했다.
그 과정에선 25일 미군의 이란 남부(기뢰부설 선박과 미사일 발사대를 겨냥한) 공격과 이란의 응사처럼 긴장이 고조되는 장면도 연출될 수 있다. 아직은 양측 모두 판을 깨겠다는 생각보다 막판 진통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상황은 유동적이다. 트럼프는 이란이 합의를 맺지 않으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파괴적 공격에 직면할 것이라고 여전히 으름장을 놓고 있다.
2월 28일 이전이라면 이란의 인적이 드문 산악지대에 한바탕 공습을 퍼붓는 식의 약속대련(통제된 군사충돌)으로 트럼프가 체면을 세우면서 합의에 이르는 시나리오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터라 이 또한 쉽지는 않다 - 우발적 대형사고로 비화할 위험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양측 모두 어떻게든 나름의 명분을 만들어 합의의 첫 관문(양해각서, MOU)을 넘어설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 내 여전히 높다.
osy7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