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트럼프가 이란 전쟁에서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초점을 맞췄다.
- 이란의 봉쇄가 비대칭 전술로 확산되고 글로벌 경제 비용을 키웠다.
- NATO 균열과 OPEC 와해로 전후 질서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 이란 전쟁도 마찬가지다. 언제일지 모르나, 어떤 형태로든 마무리될 것이다. 전쟁이 끝나도 수습되지 못한 몇 가지는 상처로 남아, 전쟁 이전과 이후를 가르는 굵은 마디를 형성할 수 있다.
목숨이 오가는 전장은 태생적으로 예측불허의 공간이다. 다만, 미국 군 통수권자의 말(言) 폭탄으로 이번처럼 혼란스웠던 적은 없다. 작전명 '장대한 분노'는 시간이 흐를수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대한 분노 조절 장애'로 변질됐다. 전쟁의 당초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가물거릴 만큼 이제 세간의 관심과 작전의 초점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맞춰져 있다. 심각한 본말전도다.
유조선과 컨테이너선이 자유롭게 오가던 호르무즈 뱃길이 막힌지 두 달이 넘었다. 이란에게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더 이상 이론상으로 존재하는 대외 억지 수단이 아니다. 처음 한번이 어렵지, 앞으로는 더 능수능란하게 이 카드를 꺼내들지 모른다. 향후 세상은 그런 협박이 협박으로만 끝나지 않을 위험을 계산에 넣어야 한다.
지정학적 요충지를 끼고 있는 다른 국가들의 전술 교범에도 이란식 비대칭 전술이 등장할 수 있다. 훗날 이란 전쟁은 일종의 사건 발생 문턱을 극적으로 낮추는 계기였다고 기술될지 모른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제2, 제3의 호르무즈 해협들이 글로벌 경제의 멱살을 쥐고 흔드는 일이 이번 전쟁을 기점으로 빈번해질 수 있어서다.
자유롭게 물자가 오가던 길목들이 예전만큼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쌓이면 글로벌 경제 시스템은 새로운 비용을 청구하기 마련이다. 그 위험을 미연에 뿌리뽑으려면, 다시는 호르무즈를 봉쇄하지 못하도록(혹은 누구도 그런 흉내를 내지 못하게) 이란을 철저히 응징해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의 전투 의지는 개전 초에 비해 약해졌고, 대의를 위해 그 부담을 홀로 감당하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맞서 미국이 꺼내든 이란 해상 봉쇄가 성공한다 해도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할지는 미지수다. 결국에는 미국의 의지가 관철된다 해도 치러야할 비용이 너무 크다면 이란의 호르무즈 지렛대와 그 아류들은 계속 생명력을 유지하게 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기초한 서구 동맹은 이란 전쟁을 계기로 균열이 더 커졌다. "비협조로 일관한 당신들을 기억하겠다"는 트럼프의 뒤끝은 유럽 동맹의 앞날에 그늘을 드리운다. 전통의 동맹을 모질게 대하고, 러시아와 중국에는 오히려 유화적인 태도를 취한 트럼프를 보며 유럽은 유럽대로 일찌감치 심사가 복잡했다.
일방적 고율 관세와 그린란드 '야욕', 나아가 나토 체제까지 흔드는 트럼프를 마주한 유럽은 미뤄놓았던 숙제를 꺼내들어야 한다. 독일 주둔 미군을 5000명 감축하겠다는 백악관의 방침은 향후 달라질 나토 체제 안에서 유럽이 어떻게 적응할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줄어드는 미국의 역할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메울 수 있을지, 궁극적으로는 독자 안보로 나아갈 수 있을지, 그 재원 마련을 위해 유럽 내에서 원만한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 등. 답해야 할 게 많다.
전후 질서를 떠받쳐 온 나토 동맹이 삐걱대는 동안 아랍 국가들의 결속을 뒷받침했던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아랍에미리트(UAE)를 떠나보냈다. UAE의 탈퇴로 OPEC의 와해가 본격화할 경우 중동의 질서는 또 다른 줄기의 분화를 맞게 된다.
"낡은 것은 죽어 가는데 새 것은 아직 탄생하지 않았다는 사실 속에 위기가 존재한다. 이 공백 기간이야말로 다양한 병적 징후들이 출현하는 시기다."(안토니오 그람시).
이러한 구멸미생(舊滅未生)의 공간과 마주한 세상을 향해 "트럼프는 원인이 아니라 그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의) 증상일 뿐"이라는 일각의 진단은 어금니를 악물게 한다. 새 것을 잉태하기 위한 진지한 논의가 시작되려면, 트럼프 이후로도 지구촌 여기저기서 더 많은 트럼프들을 겪은 뒤에야 비로소 가능할지 모른다는 경고다.
osy7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