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 반도체 업계에서 전력(파워)반도체를 둘러싼 대형 재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로옴과 도시바가 전기차(EV)와 데이터센터 전력 제어에 쓰이는 전력반도체 사업 통합 협상에 들어가면서다.
이 협상이 성사될 경우 최근 덴소가 제안한 로옴 인수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양사는 전력반도체 사업을 통합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식을 협의하고 있다. 공동 출자 회사를 설립해 양사의 관련 사업을 이관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반도체는 전압과 전류를 제어하는 핵심 부품으로, 전력을 효율적으로 변환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전기차와 데이터센터 등 전력 소비가 큰 산업에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양사는 기술과 고객 기반에서 서로 다른 강점을 갖고 있다. 로옴은 탄화규소(SiC) 기반 차량용 전력반도체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다. 이 사업은 약 1300억 엔 규모로 회사 전체 매출의 약 30%를 차지한다.
반면 도시바는 기존 주류인 실리콘 기반 전력반도체에서 폭넓은 산업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양사가 설계·개발과 판매 네트워크를 결합하면 제품 개발과 시장 확대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두 회사의 협력 논의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로옴은 2023년 도시바의 비상장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투자펀드 일본산업파트너스(JIP)을 통해 약 3000억 엔을 출자했다. 이후 2024년에는 생산과 개발, 물류 등 전력반도체 중심의 협업을 논의하기 시작했지만, 전기차 수요 둔화로 로옴 실적이 악화되면서 협의가 한동안 정체됐다.
이번 통합 협상은 덴소가 제안한 로옴 인수 문제와도 맞물린다. 덴소는 약 1조3000억 엔 규모로 평가되는 인수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로옴과 도시바가 사업 통합에 합의한 뒤 덴소가 로옴을 인수하거나 통합 회사에 투자할 경우 3사 연합 체제가 형성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이런 시나리오는 덴소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 사업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인수 비용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고, 단순 인수 대신 새로운 협력 구조를 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인수 협상이 장기화되거나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로옴은 덴소의 제안을 검토하기 위해 사내 특별위원회를 설치한 상태다. 특별위원회는 인수 가격과 조건이 주주 이익에 부합하는지, 또는 다른 방식의 기업가치 제고 방안이 더 유리한지를 판단하고 있다. 도시바와의 사업 통합안이 구체화될 경우 로옴의 전략적 선택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일본 기업들이 전력반도체 분야에서 재편을 모색하는 배경에는 글로벌 경쟁 심화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4년 전력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도시바 2.6%, 로옴 2.5%로 모두 10위권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 1위인 독일의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는 17.4%의 점유율로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
결국 로옴·도시바 통합 논의와 덴소 인수 제안이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일본 전력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협력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goldendo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