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를 선언하고 이곳을 지나는 유조선·컨테이너선 등을 무차별 공격하면서 홍해가 대체 항로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기존의 핵심 원유 수출항이었던 페르시아만의 라스타누라 대신에 홍해에 있는 얀부(Yanbu)를 대체 수출항으로 이용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 석유를 아시아 지역으로 실어나르는 초대형 유조선 선단이 줄줄이 홍해 쪽으로 항로를 바꾸고 있다고 했다.

■ 홍해 항로 이용 초대형 유조선 월 2척→ 최근 30척 이상
국제 선박 중개업자들에 따르면 약 2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약 30척이 향후 며칠 내로 사우디아라비아 얀부항에서 석유 수송에 나설 예정이다.
이달 초에 이미 5~11척의 VLCC가 얀부항을 떠났고, 이달 말까지 37척이 입항할 예정이라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FT는 "홍해 항로를 이용하는 VLCC는 이전에는 한 달에 2척 정도에 불과했다"며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막히면서 그 대안으로 이곳을 이용하는 유조선이 크게 늘었다"고 했다.
한 중개업자는 "유조선 대부분은 중국으로 향하고 일부는 인도, 몇 척은 한국으로 갈 예정"이라고 했다.
얀부항으로 유조선을 보낸 선주 명단에는 그리스와 노르웨이, 중국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에너지 분석업체 케이플러(Kpler)의 운임 분석 책임자 매튜 라이트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로) 얀부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당분간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사우디 동부 유전 지대서 생산한 석유, 서부 얀부항으로 보내
사우디아라비아는 그 동안 동부 유전 지대에서 생산한 석유를 동부 라스타누라항을 통해 수출했다. 하루 1000만~1100만 배럴을 생산하는 데 이중 수출 물량 약 700만 배럴이 이곳을 통해 해외로 나갔다.
라스타누라에서 원유를 실은 배는 페르시아만~호르무즈 해협~오만만을 거쳐 아라비아해와 인도양으로 진출했다.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로 향하는 물량도 이 항로를 거쳤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자 그 동안 수출항으로 잘 이용하지 않던 얀부로 눈길을 돌렸다. 동부와 서부를 잇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동부 유전지대에서 생산한 원유를 얀부향으로 보낸다는 것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하루 약 450만 배럴 정도인 얀부항의 처리 시설을 풀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민 나세르 사우디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0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며칠 내로 평소 원유 수출량의 약 70%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서부 얀부항을 통해 하루 약 500만 배럴 정도의 원유를 세계 시장에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예멘의 후티 반군은 잠재적 위협
전문가들은 홍해 항로에도 잠재적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조선들이 홍해로 진출·입하려면 바브엘만데브(Bab al-Mandab) 해협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때 친이란 대리세력(프록시·proxy) 중 하나인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브엘만데브는 아랍어로 눈물의 문(Gate of Tears)이라는 뜻이다. 이 해협은 옛부터 난파와 해적 출몰 등 때문에 위험한 항로로 악명이 높았다.
후티 반군은 이전에도 여러차례 미국·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도발의 일환으로 이 해협을 지나는 군함과 상선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
지난 2023년 10월 발발한 가자 전쟁 때도 하마스를 지원한다며 해협 일대에서 공격 행위를 일삼아 홍해 항로를 거의 마비시켰다. 후티는 지난해 11월 가자 전쟁 휴전 돌입 이후 상선 공격을 중단했다.
가격 정보기관 아거스(Argus)의 운임 전문가 존 올렛은 "최근 몇 달 동안 후티의 공격이 없었다"며 "호르무즈 해협의 혼란을 감안하면 홍해 이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