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규정 문서화, 최고경영진·이사회 책임 명시, 전담 조직 등 거론
외부기관 가상자산 보유현황 점검, 사고시 무과실 책임 원칙도 검토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디지털자산 거래소 빗썸이 실제 보유한 비트코인의 12배에 달하는 2000비트코인을 지급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거래소 내부 통제를 금융회사에 준하는 정도로 격상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 이후 단순히 운영 미흡에 대한 사후 조치 수준이 아니라 디지털자산거래소를 제도권 금융에 준하는 관리·감독 체계로 편입시키겠다는 것이어서 향후 디지털자산 업계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가 발생한 후 금융당국은 즉시 실태 파악과 제도 개선에 돌입했다. 금감원은 7일 현장 점검에 착수했고, 금융위원회는 주말 내내 점검회의를 열고 빗썸의 내부 통제 상태, 소비자 피해 여부와 향후 내부통제 강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 같은 회의에서 금융당국은 빗썸 뿐 아니라 모든 디지털자산거래소의 내부 통제 전반을 점검하고, 제도적·구조적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선 당국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를 중심으로 거래소 내부 통제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에 착수할 계획이다.
디지털자산 지급과 보관, 이체 등 핵심 업무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점검이 이뤄지며, 이번 사태에서 문제가 됐던 장부와 실제 보유 가상자산이 일치하는지를 검증하는 체계, 지급 시 다중 승인 여부, 인적 오류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적 통제 장치 여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당국은 거래소별로 상이한 내부통제 기준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표준화하는 작업을 병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8일 점검회의에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상자산 거래소의 내부통제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점이 드러난 만큼, 빗썸 뿐만 아니라 모든 거래소의 내부통제 전반에 대해 점검하고, 적절한 내부통제 체계를 마련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
금융위원회는 이와 함께 현재 진행 중인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을 통해 디지털자산 거래소를 금융회사에 준하는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내부 통제를 '권고 사항'이나 '자율 규제'가 아닌 법적 의무로 격상시키는 조치다.
구체적으로는 내부통제 규정의 문서화, 최고경영진과 이사회의 책임 명시, 내부통제 전담 조직 또는 책임자 지정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내부통제 실패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단순 운영상 문제를 넘어 경영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다.
당국은 이와 함께 거래소가 외부기관으로부터 주기적으로 가상자산 보유 현황을 점검받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거래소의 자체 장부에만 의존하지 않고 제3자의 검증을 통해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전산사고나 내부 통제 미비로 이용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거래소의 고의·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책임을 지도록 하는 무과실 책임 원칙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거래소로 하여금 사전에 리스크 관리와 통제 체계 구축에 더 많은 비용과 노력을 투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감독 방식 역시 변할 예정이다. 기존에 신고제와 사후 점검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상시 모니터링과 현장 점검이 강화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현장 점검에 나서고 내부통제 미비 사항에 대해 즉각적인 시정 조치를 요구하는 방식이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법제화를 하면서도 이 같은 방향이 상반기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시기를 크게 늦추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미 이 정도의 규제는 검토하고 있었고, 시기를 낮출 만큼 어려운 입법은 아니다"라며 "그냥 현재 검토하고 있는 법안에도 있을 수 있는 등 법안 시기를 늦추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당국의 이 같은 내부 통제 강화 방안은 거래소의 비용과 운영 부담을 크게 늘릴 수 있다. 그러나 당국은 반복되는 사고와 논란 속에서 흔들린 디지털자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수순이라는 입장이다.
dedanh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