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안전특별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건설공사 참여자별로 권한에 상응하는 안전관리 책임을 부여하고 이를 소홀히 하여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합당한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아홉 개의 머리를 달고 온갖 해악을 끼치는 그리스 신화의 히드라가 연상되는 것은 왜일까?
첫째, 건설공사 안전관리는 이미 여러 법이 규율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건설기술진흥법, 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건설산업기본법, 소방법, 전기안전관리법, 고압가스안전관리법 ···. 산업안전보건법만 보아도 안전관리조직, 안전교육, 안전시설물 설치, 안전관리계획을 다 정하고 있다. 이 법안이 정하려는 안전관리책임자와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하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무엇이 다른가? 중복과 과잉 입법의 전형이다.

둘째, 건설안전은 시공 과정에서 일하는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고 고용노동부에서 관장한다. 국토교통부는 시공의 품질을 관장하는 부처다. 고용부와 국토부가 서로 다른 나라의 부처가 아니고서는 이런 중복법을 만들 수 없다. 되풀이되는 감독과 점검으로 행정력은 낭비되고 현장은 숨이 막힐 것이다.
셋째, 건설공사 참여자의 권한에 상응하는 안전관리 책임도 이미 다른 법에서 주어졌다. 발주자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기본안전대장을 작성하고 설계자와 시공자의 안전보건대장 작성을 확인하도록 하며, 적정한 공사비용과 공사기간을 보장하라고 의무 지우고 있다. 도급자와 설계자의 의무도 넘쳐서 탈이다.
넷째, 이 법안은 발주자의 역할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런데 발주자가 공사비와 공사 기간의 적정성에 대해서 사전에 발주청이나 인허가 기관의 심의를 받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국토안전관리원의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전체 공사 건수는 16만 건이 넘는다. 심의에 필요한 행정력과 비용 그리고 심의 기간을 추산이나 해봤는가? 건설공사의 비용과 공기는 표준화가 매우 어렵다. 전문가인 설계자가 산정한 비용과 기간의 적정성을 누가 어떻게 심의하겠단 말인가.

법 위반으로 사망사고가 나면 매출액의 3%까지 과징금을 물리겠다는 것도 문제다. 정부는 이미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에서 영업이익의 5%까지 부과하는 과징금제도를 산업안전보건법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중대재해처벌법에도 손해액의 5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되어 있다. 명백한 중복 제재이다.
건설 현장의 산재가 심각하고 이를 줄여야 한다는 데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누더기 법은 규제의 중복, 법체계의 혼란, 행정비용 증가의 해악만 끼친다. 법을 지켜야 하는 사람의 저항과 내성을 키운다. 건설공사가 위험해서 건설안전특별법이 필요하다면 광산안전특별법, 조선안전특별법, 화학안전특별법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건설안전특별법안은 21대 국회에서 두 차례 발의되었으나 중복 과잉규제의 비판에 부딪혀 폐기되었었는데, 일부를 보완하여 다시 머리를 든 것이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안전 관련 법은 그 당위성 때문에 한 번 생겨나면 폐지하기 어렵다. 퇴치가 어려운 괴물은 탄생을 막는 게 최선이다. 정 필요하면 기존 법을 개정하면 될 일이다. 건설안전특별법안은 보완이 아니라 철회되어야 한다.

임영섭 미래일터연구원 원장은 고용노동부에서 산업안전과장, 근로자보호과장 등 주로 산업안전보건 업무에 종사했다. 독일 노무관과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 등을 역임하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상임위원으로 공직을 마쳤다. 그 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기획이사직을 수행했고, 호서대학교에서 전문경력직 교수로 재직했으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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