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비판 대열… 친트럼프 패라지 대표도 "그가 틀렸다"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영국이 23일(현지 시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아프가니스탄 파병 사실을 폄하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잘못됐다"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영국은 최근 그린란드 주권 보호와 가자지구 평화위원회 참여 문제 등을 둘러싸고 트럼프와 완전히 다른 길을 걷고 있는데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까지 불거지며 영국의 반트럼프 정서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는 지난 22일 폭스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한 나토 군이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나토의 도움이 필요했던 적이 없다. 그들은 아프가니스탄에 병력을 파견했다고 말하지만 전선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영국 총리실은 강하게 반박했다.
총리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군을 포함해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나토군의 역할을 폄하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했다.
대변인은 "나토의 집단방위 조약인 5조가 처음 발동된 것은 9·11 테러 이후"라며 "영국군은 이후 미국 및 다른 동맹국들과 함께 오랫동안 전투 작전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군 457명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전투 중 사망했다"며 "평생 남는 부상을 당한 군인도 수백 명"이라고 했다.
존 힐리 국방장관도 엑스(X·옛 트위터)에 "나토 5조는 단 한 차례 발동됐다"며 "영국과 나토 동맹국들은 미국의 요청에 응답했다"고 했다.
그는 "450명이 넘는 영국군이 아프간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들 영국군은 우리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영웅들로 기억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여야를 막론하고 일제히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에밀리 손베리 하원 외교위원장은 BBC 방송에 "완전한 모욕"이라며 "어떻게 감히 우리가 최전선에 없었다고 말할 수 있나. 우리는 미국이 우리를 원할 때마다 언제나 함께했다"고 말했다.
제1야당인 중도우파 보수당의 케미 베이드녹 대표는 "트럼프의 발언은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영국과 캐나다, 나토군은 20년 동안 미국과 함께 싸우고 목숨을 바쳤다. 그들의 희생은 폄하가 아닌 존경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영국 정치권에서 노골적인 친트럼프 성향을 보여왔던 극우 포퓰리즘 정당 영국개혁당(Reform UK)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도 "트럼프가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틀렸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파병) 결정이 내려졌을 때 영국은 미국과 함께 자발적 연합군에 합류했다"며 "우리는 미국과 함께 20년 동안 주둔했고, 미국과 같은 비율로 군사비를 지출했으며, 미국과 같은 비율로 인명 손실을 입었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의 국방 담당 대변인인 제임스 맥클리어 의원은 "스타머 정부는 미국의 대사를 소환해 우리의 용감한 군인들을 모욕한 것에 대해 규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목숨을 바친 영국 군인들에 대한 트럼프의 거짓말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트럼프는 우리 사회의 가장 훌륭한 구성원, 궁극적인 희생을 치른 사람들을 폄훼함으로써 자신의 본색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에드 데이비 자유민주당 대표는 엑스에 "트럼프는 군 복무를 다섯 번이나 회피했다. 그런 그가 어떻게 감히 아프가니스탄 파병 군인들을 폄훼할 수 있는냐"며 "트럼프에게 아첨하는 모든 사람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차지하겠다며 갈등을 빚고 있는 덴마크도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인 44명이 사망했다"며 "이는 미국을 제외한 국가 중 인구 대비 가장 높은 비율"이라고 했다.
이 신문은 "아프가니스탄의 20년 분쟁 과정에서 서방 연합군 사망자는 모두 3486명으로 이중 미군은 2461명, 영국은 457명이었다"며 "캐나다도 민간인을 포함해 165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