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어린이 프로그램 '뽀뽀뽀'와 '딩동댕 유치원'에 출연한 후, 9살의 나이에 tvN '노란복수초'로 아역배우로 데뷔한 배우 이재인이 14년차에 주연배우로서의 역량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 이재인이 그린 재난 드라마…웨이브 '콘크리트 마켓'
최근 국내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의 화제작이 바로 '콘크리트 마켓'이다. 이번 작품은 대지진 이후 유일하게 남은 아파트에서 생긴 황궁마켓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는 사람들이 목숨을 건 생존에 맞서기 시작하는 재난물이다. 2023년 이병헌, 박보영 주연의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대지진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이다. 여기서 이재인은 주인공 '최희로'를 연기했다.

"촬영을 끝내고 공개까지 1년 정도 걸린 것 같은데, 새로운 시리즈를 보는 것처럼 공개 날짜만 기다렸어요(웃음). 너무나 감사하게도 감독님께서 시나리오 제안을 주셨는데, 제 나이 대에 쉽게 할 수 없는 재미있는 캐릭터 같더라고요. 희로에 대한 첫 느낌은 제 나이 또래가 좋아하는 웹툰 주인공 같았어요. 그래서 너무 하고 싶더라고요."
대지진이 뒤흔든 세계에서 긴 유통기한을 자랑하는 통조림 식품은 곧 화폐가 됐다. 식료품이 있는 황궁마켓에서 생존자 사이의 질서 흔들고 갈등을 야기한 인물이 바로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18살의 최희로이다. 이재인은 어린 나이지만 침착하면서도 전략적인 면모가 돋보여야 하는 이 인물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사실 캐릭터 전사에 대한 설명이 많이 없던 작품이었어요. 감독님한테도 희로의 전사에 대해 물어봤는데 '비밀'이라고 답해주시더라고요. 개인적으로 봤을 때 희로는 '인간'보다는 '캐릭터'에 가까운 캐릭터라서 시청자들에게 이런 모습을 부각시키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모든 걸 알고 연기하면 미스터리한 희로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모르고 해보자고 판단했어요. 상황이 희로의 계략으로 인해 흘러가는데 똑똑한 캐릭터를 연기하려면 제가 똑똑하게 연기를 해야겠더라고요(웃음). 세계관에 대해 공부도 많이 했고, 감독님에게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작품은 대지진 붕괴 이후, 유일하게 남은 아파트에서 식료품점 황궁마켓이 자리를 잡고, 통조림을 화폐로 이용해 물물거래가 이뤄진다는 독자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여러 작품에 임했지만, 이렇게 뚜렷한 세계관에 참여한 것은 처음인 셈이다.
"처음에는 이 세계관에 어떻게 몰입을 해야 할까 고민을 했어요. 그런데 세트장 구현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자연스럽게 몰입이 됐던 것 같아요. 거기서 살다시피 하니까 제가 곧 희로고, 희로가 곧 저더라고요(웃음). 이 세계관에 디테일한 점이 많았어요. 하나하나에 각기 다른 설정이 묻어 있더라고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건 의상 색깔이었어요. 인트로 애니메이션을 보면 희로의 대표 색깔이 노랑인데, 회차가 거듭될수록 희로의 편에 서는 사람들 의상 색깔이 바뀌어요. 하나씩 파고들면 새로운 게 나와서 덕질하는 마음으로 작업했던 것 같아요. 하하."
이재인은 '콘크리트 마켓'을 찍으며 모든 장면과 감정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 희로처럼 모든 장면을 철저하게 연구하고 계산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극 초반부 태진(홍경) 무리에게 고문을 받는 장면을 꼽았다.

"이런 멋진 스릴러 시리즈에 이런 장면이 빠져선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저한테 그 기회가 온 거잖아요. 너무 기쁘더라고요(웃음). 제 나이 대에 할 수 없는 강렬한 장면이라서 더 강렬한 눈빛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감독님도 제 필살기 표정을 최대한 많이 담아주시겠다고 했는데 너무 흡족해요. 그 장면만큼은 희로의 캐릭터가 정말 잘 살았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버텨온 그 과정도 잘 보이는 장면이라 개인적으로 하이라이트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 아역에서 성인배우로 성장…주연배우 반열에 오르다
이재인은 9살이 되던 해 드라마 '노란복수초'를 통해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16살에는 '파묘' 장재현 감독이 연출한 영화 '사바하'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며 제55회 백상예술대상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계단식 성장'을 해가고 있다.
"항상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는 기억이 흐릿해서 배우가 정말 되고 싶어서 된 건가 싶었는데 운이 좋게 적성에 맞는 일을 찾게 된 거잖아요. 또 운이 좋게도, 좋은 감독님들의 작품을 할 수 있었고요. 제 나이 대에 할 수 없는 다양한 역할을 했어요. 그런 기회가 있었다는 게 감사하죠."

지난해는 이재인에게 남다른 기억이 됐다. 첫 영화 주연작 '하이파이브'는 비수기 극장가에서 189만 명을 동원했고,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 넷플릭스 시리즈 '자백의 대가' 등에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제 원동력은 욕심인 것 같아요. 연기라는 게 저한테는 필수요소처럼 느껴지거든요. 예민한 성향도 있고, 이 답답함을 풀어내지 못하면 안 되는 성격인데 연기를 하면 다양한 감정으로 살아볼 수 있잖아요. 극단적인 행복과 불행을 체험해 볼 수 있고요. 제가 감정의 폭이 큰 사람이라, 연기로 풀어주지 않으면 답답해하는 것 같아요."
이재인은 '콘크리트 마켓'을 끝낸 후, 지난 1월 tvN '스프링 피버'에 출연하며 비운의 2등 콤플렉스를 가진 최세진을 연기했다. 매 작품마다 다양한 캐릭터에 자신의 색깔을 조금씩 입히고 있는 그는 "내 매력을 꺼내보고 싶다"고 답했다.
"영화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캐릭터에 제 모습과 색깔을 많이 입혔는데 반응이 좋더라고요. 그때 저라는 사람이 캐릭터에 많이 보이는 것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던 것 같아요. 이제는 제 매력을 꺼내보는 것에 집중해보려고요. 캐릭터에 저만의 색을 섞는 작업을 해볼 거예요. 그러면서 안정적인 연기를 하고 싶어요."
alice0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