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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수기 디자인 논란, 기준 없는 싸움의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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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웨이, 10년간 동양매직·쿠쿠 등과 연달아 법적 분쟁 벌여
정수기 케이스 제조업체 6곳...제품 디자인 차별화 어려워
디자인 유사성 관련 논의 전무...업계 내 자정 노력 필요해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코웨이와 쿠쿠가 얼음 정수기 디자인의 표절 여부를 둘러싸고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이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분쟁의 초점이 필터 성능이나 정수 기술 등 핵심 경쟁력이 아닌 외형 디자인에 맞춰지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소모적인 논쟁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디자인 분쟁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실제로 2013년 코웨이는 동양매직(현 SK매직)의 '나노미니 정수기'가 자사의 '한뼘 정수기'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며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이후에도 코웨이는 교원웰스, 청호나이스 등과 잇따라 표절 논란을 빚으며 법적 다툼을 이어왔다.

이석훈 건설중기부 기자

이처럼 반복되는 디자인 유사성 논란의 이면에는 정수기 트렌드, 제조 공정 등 구조적이면서도 복합적인 원인이 자리하고 있다.

정수기 업계는 청호나이스, 쿠쿠 등 경쟁력을 갖춘 복수의 기업들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업계 1위인 코웨이가 트렌드를 주도하는 구조다. 코웨이가 우선적으로 긍정적인 고객 반응을 이끌어내면, 후발 주자들이 유사한 디자인을 출시하는 일이 잦다.

현재 코웨이와 쿠쿠의 갈등 상황을 보더라도 먼저 상품을 출시한 쪽은 코웨이다. 지난 2022년 코웨이가 미니멀한 디자인이 특징인 '아이콘 얼음정수기'를 출시하면서 고객의 높은 주목을 받았으며, 2년 후인 2024년에 쿠쿠가 이와 유사한 모양의 '제로100 슬림 얼음 정수기'를 출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어쨌든 정수기 업계에서 가장 탄탄한 입지를 확보한 곳은 코웨이"라며 "코웨이가 선두적으로 상품을 출시하고, 타 경쟁사들이 따라가는 현상이 있다"고 전했다.

특정 업체가 정수기 디자인에 직결되는 케이스 공급을 도맡는 구조도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보통 정수기 기업은 사출 금형 업체를 통해 케이스 등 정수기 부품을 대량 생산한다.

한국금형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정수기 금형을 제작하는 업체는 전국에 6개 정도에 불과하다. 사출 금형 업체 하나가 복수의 정수기 회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렇다 보니 차별화된 디자인을 제작하려면 사출 금형 업체와 정수기 기업 모두에게 비용이 들게 되고, 양측 모두 가급적 기존 제품과 유사한 디자인을 유지하려고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사정에 밝은 한 변리사는 "비록 정수기 기업이 자체적으로 디자인 개발 전담 부서를 갖고 있지만, 디자인에 큰 차이점을 두려면 생각보다 많은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며 "더구나 사출 금형 업체에서도 케이스 디자인에 따라 틀을 바꿔야 하므로 적잖은 비용이 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사출 금형 업체가 여러 정수기 기업들에게 케이스를 공급하다 보니 디자인이 비슷해지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런 일을 막기 위해 내부적인 자정 작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한국정수기공업협동조합 등 단체가 있지만 소통에 관한 역할을 하진 않으며, 해당 주제에 대한 업계 내 자발적 논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렌털업계 관계자는 "디자인 유사성 논란이 법적 분쟁으로 번지면 갈등 당사자 모두에게 마이너스(-)가 된다"며 "업계에서 문제 해결책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해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국내 정수기 시장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술 접목 등 새로운 혁신을 준비하는 중요한 변곡점을 마주했다. 여기서 기업들이 과거처럼 디자인 및 기술 특허 법적 분쟁으로 소모적인 논쟁을 반복하는 건 업계 발전에 해만 끼칠 뿐이다.

정수기 시장이 기술적으로 큰 전환점을 맞은 만큼, 업계 내에서도 선의의 경쟁 문화가 확립돼야 한다. 그리고 그 첫 단추는 디자인 유사성 논란의 원만한 해결이 되기를 바란다.

stpoemseo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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