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 신축이 단가 1위 차지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올해 서울 아파트 실거래 시가총액이 100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거래량과 평균 거래가격이 동반 상승한 가운데, 고가 아파트가 몰린 강남권과 한강변 지역이 시장 회복을 주도했다. 대출 규제 이후에도 현금 여력이 있는 수요를 중심으로 초고가 거래가 이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31일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1월1일~12월30일) 서울 아파트 실거래 시가총액은 102조9665억원으로 전년 동기(69조2359억원) 대비 48.7%(33조7306억원) 급증했다. 거래량도 5만7723건에서 8만635건으로 39.7%( 2만2912건)늘었다.
평균 거래 가격은 12억8000만원, 3.3㎡당 평균단가는 5441만원으로 전년(12억원, 5048만원) 대비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복된 매수심리가 금리인하 기대와 재건축 호재가 본격화된 결과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아파트 실거래 시가총액의 33조4618억원으로 전체의 32.5%를 차지했다. 올 3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6.27 대출규제'로 거래가 위축됐으나, 현금부자 중심 고가거래가 영향을 미쳤다.
마포·성동·광진구는 지난해 9조2788억원에서 올해 16조4336억원으로 7조1548억원(77.1%) 폭등했다. 비중도 13.4%에서 16.0%로 확대됐다. 지난 9월 발표한 주택 공급 대책에 포함된 규제 시그널로 비규제지역 수요가 몰린 결과다. 이 밖의 19개구는 53조712억원으로 전년 대비 61.3% 올랐으며 비중은 51.5%를 차지했다.
시가총액 성장률 상위 5개 구는 강동구(88.9%) 동작구(83.4%) 광진구(80.7%) 동대문구(80.2%) 성동구(78.9%) 순이다. 실거래 시가총액 합계는 44조2975억원으로 전체의 43.1%에 해당한다. 하위 5개 구(금천·강북·종로·도봉·중랑구) 거래금액은 4조4665억원(4.3%)에 그쳤다.
2025년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최고가와 최고 단가는 모두 한강변 초고가 단지에서 나왔다. 3.3㎡당 평균 거래 단가 1위는 성동구 아크로서울포레스트로, 2만5290만원을 기록했다. 평균 거래가격은 143억원, 최고 거래가는 290억원으로 서울 최고가 단지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뒤이어 강남구 한양1차(2만2960만원),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2만2853만원)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상위 10개 단지 중 강남구가 5곳으로 가장 많았고, 서초구와 용산구가 각각 2곳씩 포함됐다. 성동구에서는 아크로서울포레스트가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단지들이 여전히 최고 단가를 형성하고 있지만, 한강변 신축 단지가 단가 1위를 차지한 것은 서울 초고가 주택 시장의 중심축이 점차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 개별 거래 기준 최고가는 성동구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274㎡가 기록했다. 해당 주택은 290억원에 거래되며 3.3㎡당 3만4936만원이라는 역대급 단가를 기록했다. 2위는 용산구 나인원한남 전용 274㎡(250억원), 3위는 강남구 PH129 전용 274㎡(190억원) 순이었다. 상위 10건 가운데 용산구가 5건으로 가장 많았고, 성동구가 3건, 강남구와 서초구가 각각 1건씩 차지했다.
토허구역으로 묶인 용산구에서 초고가 거래가 집중된 것은 해당 단지들이 실거주 목적의 초고액 자산가 수요를 흡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 목적 거래가 제한된 상황에서도 가격 방어력이 확인된 셈이다.
단지 전체 가치 변화를 보여주는 시가총액 증가액에서도 한강 인접 지역과 대단지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송파구 잠실엘스는 2024년 3272억원에서 2025년 5854억원으로 1년 새 2582억원 늘어나며 증가액 1위를 기록했다. 강동구 래미안힐스테이트고덕과 고덕아르테온도 각각 2356억원, 2321억원 증가하며 뒤를 이었다.
강남구 개포자이프레지던스와 마포구 더클래시는 2024년 거래가 제한적이었던 반면 2025년 들어 본격적인 거래가 이뤄지며 시가총액이 급증했다. 상위 10개 단지 가운데 강동구가 4곳, 송파구가 3곳을 차지해 2025년 서울 아파트 시장의 상승 흐름을 동남권이 주도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올해 서울 아파트 시장을 '정책 변동성 속에서도 코어 자산은 살아남은 한 해'로 평가한다. 규제 예고 단계에서는 풍선효과가 나타났고, 규제 시행 이후에는 거래가 위축됐지만 강남권과 한강변 핵심지는 가격 경직성을 유지했다는 분석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내년 시장은 대출 규제와 실거주 요건 강화로 레버리지 기반 투자가 사실상 차단되며, 자기자본 중심의 거래 구조가 더욱 굳어질 전망"이라며 "이 과정에서 거래량은 줄어들 수 있지만, 지역·상품·단지별 차별화는 오히려 심화되는 '초양극화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